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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새해가 시작된 지도 보름을 지나 벌써 1월이 다 가고 있어요. 하지만 아쉬워 마세요. 1월의 마지막에는 민족 고유의 설날이 있으니까요. 또 한 번의 새해 첫날을 기다리면서 여러분은 무엇을 기대하고 있나요? 세뱃돈이라구요? 세뱃돈도 좋지만 이번 설에는 5000년 역사 동안 하나의 민족임을 고집하며 지켜 온 우리 민속 문화를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요? 설날의 풍속에는 우리 조상들의 삶에 대한 지혜가 가득 담겨 있답니다!

‘설날’은 왜‘설’날일까?


새해의 첫날을 우리는‘설날’이라고 부르지요. 왜 우리는 새해 첫날을‘설’이라고 부를까요? 정확히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몇 가지 추측이 있답니다. 어느 것이 가장 그럴 듯 한가요?

①‘설’은‘낯설다’의‘설’에서 왔다!

‘아직 익숙하지 않은 날’,‘낯설은 날’에서‘설날’이 되었다. 2006년이 되었는데도 일기 쓸 때 2005년 1월 X일 이라고 쓴 친구들이 많지 않을까?

② 설날은 원래‘선날’이었다!

‘처음으로 시작한다’는 뜻의‘선다’라는 옛말에서‘선날’이 시작되었는데, 시간이 흐르면서‘설날’이 되었다.

③ 설날은 몸‘사리는’날이었다!

‘조심하여 가만히 있다’라는 뜻의 말인‘사리다’에서 ‘설’이 시작된 것이다. 새해를 시작하는 날에는 행동과 말을 조심하여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생긴 말이다.

④‘설’은 나이를 뜻하는‘살’이었다!

한‘살’을 더 먹는 날이라는 의미로‘살날’이었는데, 점차 변해서‘설날’이 되었다!

우리 엄마 핸드폰의 설날이 이상해요@@

올해 설날은 양력으로 1월 29일인데 1월 30일로 잘못 표시한 핸드폰과 달력들이 있습니다. 한국천문연구원에서 발간하는 기준 달력인‘만세력’을 참조하지 않았기 때문에 생긴 실수지요. 음력은 한 달의 날 수로 29일과 30일을 번갈아 사용해요. 이것은 달의 모양 변화의 주기가 29일 혹은 30일로 딱 떨어지지 않기 때문이랍니다. 한국천문연구원은 정확한 계산에 따라 2005년 음력의 11월과 12월의 날 수를 모두 29일로 정하였습니다. 이를 참고하지 않은 달력들이 음력 12월의 날 수를 30일로 잡아 실수가 생긴 것이죠.


설날의 풍속

사람들이 모여 사회를 이루고 오랫동안 살다 보면 하나 둘 관습이 생기고, 그것이 매 계절마다 되풀이되면서 풍속이 됩니다. 따라서 풍속은 그 사람들이 살고 있는 지역의 환경과 그것에 맞추어 살아온 방식에 따라 만들어지기 마련입니다. 우리 민족의 풍습은 사계절의 변화가 뚜렷한 온대 기후의 농경 문화와 깊은 관계가 있습니다. 몇 가지 설의 풍습을 통해 조상들의 삶을 한번 살펴볼까요?

복조리
설날 전날 밤 12시가 지나면 복조리를 파는 사람들이 밤새도록 돌아 다닙니다. 이것을 사서 벽에 걸어 두면 1년 동안 복이 많이 들어온다고 믿었지요. ‘조리’는 쌀에서 돌을 거르는 도구인데, 조리로 돌을 거를 때 처럼 복을 골라 소복이 쌓는다는 소박한 소망을 담아‘복’자를 붙인 것입니다.
 
야광귀 쫓기
설날 밤에‘야광’이라는 귀신이 인간 세상에 내려와 자기 발에 맞는 어린이의 신을 신고 가면 신을 잃어버린 어린이는 1년 동안 운이 없다고 믿었습니다. 야광귀를 막기 위한 방법은 신을 방안에 들여놓고, 체를 문 앞에 걸어두고 일찍 자는 것 입니다. 체를 걸어두는 이유는 야광귀가 와서 무수히 많은 체의 구멍을 세어 보다가 날이 새면 물러가게 하기 위해서지요. 야광귀 쫓기는 설날 밤에 아이들이 놀다가 너무 늦게 자는 것을 막기 위해 생긴 풍속이라고 합니다.

 
청참
새해 첫 새벽에 거리로 나가 무작정 돌아다니다가 첫 번째 듣는 소리로 한 해의 운을 점치는 풍속입니다. 소나 까치 소리를 들으면 그 해는 풍년이 들고 행운이 온다고 믿었답니다. 한 해를 시작하는 첫날 새벽, 맑은 공기를 마시고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이면서 한 해를 계획하자는 의미가 아니었을까요?
떡국 먹기
설날에 떡국을 먹는 풍습에는 흰색의 음식으로 깨끗하고 정갈하게 새해를 맞는다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떡의 모양에도 특별한 의미가 있는데, 시루에 찐 떡을 길게 늘려 뽑는 이유는‘재산이 쭉쭉 늘어나라’는 의미입니다. 또 보통 비스듬하게 써는 가래떡을 떡국에 넣을 때는 둥글게 써는데, 이것은 새해의 둥근 태양과 재물을 의미하는 엽전을 상징하기 위함이라고 합니다. 떡국은 원래 꿩고기를 넣고 끓여야 제 맛이지만, 꿩고기가 없는 경우에는 닭고기를 넣기도 했는데, 이를 빗대어‘꿩 대신 닭’이라는 말이 생겼다고 합니다.

설의 놀이

연날리기

설날이 되면 저마다 색색의 연을 들고 뒷동산으로 올라갑니다. 연에는‘송영영복(送厄迎福)’이라는 글씨를 써서 날려 하늘 높이 날려 보내기 위해서지요. 이같은 풍습은 질병이나 흉년과 같은 나쁜 액운은 멀리 보내고 복이 찾아왔으면 하는 바람에서 시작된 것입니다. 그런데 왜 조상들은 겨울철에 연을 많이 날렸을까요? 북서풍의 바람이 일정하게 불어오는 겨울철이 연을 날리기 가장 좋은 시기이기 때문이랍니다.
방패연에 구멍은 왜 있을까?
연싸움에 적합한 방패연에는 방구멍이라는 구멍이 연 한가운데 있습니다. 방구멍은 어떤 역할을 할까요? 연에 방구멍이 있으면 맞바람의 저항을 줄 일 수 있어 강한 바람을 받아도 연이 잘 상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구멍을 통과한 바람이 뒷면의 부족한 공기를 즉시 채우기 때문
에 연이 빠르게 움직일 수 있습니다. 여기에 느슨하게 맨 연줄과 얼레는 방패연을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게 한답니다.

 

팽이치기
얼어붙은 논바닥에서 기우뚱 쓰러질 듯 하다가도 팽이채로‘휙~ 휙~’채찍질을 하면 다시 살아나는 팽이! 조선시대 문헌에는 팽이를‘핑이’라고 기록하고 있는데, 이것은‘핑핑 돈다’는 말에서 따온 것입니다. 이러던 것이 18~19세기 경 지금의‘팽이’가 된 것이지요. 단단한 박달나무를 깎아 그 끝에 작고 둥근 못을 박아 만든 팽이를, 막대기 한 쪽 끝에 끈을 달아 만든 팽이채로 때려가며 팽이싸움, 팽이달리기, 팽이찍기 같은 놀이를 하였답니다.
 
팽이, 언제까지 돌까?
일단 돌기 시작한 팽이는 채로 계속 쳐 주지 않으면 빙글빙글 돌다가, 마찰력의 작용에 의해 그만 멈추고 맙니다. 회전하고 있는 팽이는 그 회전하는 축의 방향을 끊임없이 같은 방향으로 유지하려고 하는데, 이것은 관성의 원리 때문입니다. 특히 회전운동을 계속 하려는 관성을‘회전관성’이라고 하며, 무게가 많이 나갈수록 회전관성은 큽니다. 그래서 무거운 팽이가 가벼운 팽이에 비해 더 오래 돕니다. 또한 마찰이 작을수록 관성이 오래 지속되기 때문에 얼음판에서 팽이를 돌리면 더 오래 돌게 됩니다.

널뛰기
‘정월에 널뛰기를 하면 그해에는 발바닥에 가시가 들지 않는다’혹은‘처녀시절 널뛰기를 하지 않으면 시집가서 아기를 순산하지 못한다’는 옛 속담을 들어본 적 있나요? 이 속담들은 왜 여인들에게 널뛰기를 권장하고 있을까요? 널뛰기는 설날과 대보름 사이에 여인들이 주로 했
던 놀이였습니다. 여인들은 짚단이나 가마니 따위를 뭉쳐서 가운데를 괸 널빤지 양쪽 끝에 서서 한 사람씩 번갈아 튀어 오르면서 부족한 운동량을 채웠습니다. 널뛰기는 여인들의 건강을 위해 권장되었던 겨울철 스포츠였던 것입니다.
 
널뛰기, 시작하기가 어렵다?
널을 번갈아 가며 뛰려면 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위치 에너지를 널을 통해 다른 사람의 위치 에너지로 전환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널을 처음 시작할 때에는 두 사람 모두 널 위에 있어 위치 에너지가 없는 상태이므로 시작하기가 어렵습니다.
따라서 널을 처음 뛸 때에 한 사람만 널 위에 있고 다른 사람은 높이 뛰어 널을 구르며 시작하거나, 널 한복판에 한 사람이 올라앉아 구르는 편으로 이쪽 저쪽 몸무게로 힘을 더해 주어 구르는 사람들이 힘차게 뛰어오를 수 있게 도와 주는 것이 좋습니다.

윷놀이
‘윷이야~ 윷! 모다~ 모야!’설날이 되면 친척들과 함께 윷을 던지는 소리로 집안이 떠들썩합니다. 윷놀이는 삼국시대 이전부터 행해져 오던 놀이로 그 안에는 조상들의 시간과 공간에 대한 생각과 농사에 대한 바람들이 들어있답니다. 동서남북의 네 방위를 상징하는 도개걸윷과 세계의 중심을 상징하는 모는 네모꼴의 윷판 속에서 세계 전체를 뜻합니다. 그리고 사계절을 상징하는 네 개의 윷말이 윷판을 빙 돌아온다는 것은 한 해를 무사히 마쳤다는 의미지요. 농사를 주로 지었던 우리 조상들은 설날 윷놀이를 통해 넓은 토지를 차지하고 계절이 빨리 바뀌어 농사의 결실을 많이 거두기를 바랐던 것입니다.
윷놀이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것은?
윷을 던질 때 항상 윷이나 모가 나오면 좋을 텐데 생각대로 잘 되지 않습니다. 윷놀이 할 때 가장 많이 나오는 것은 무엇일까요? 확률적으로 계산했을 때 가장 많이 나오는 것은‘개’이고 그 다음이 도와 걸, 그리고 윷과 모의 순서입니다.
그러나 이 계산은 윷가락의 앞면과 뒷면이 나올 확률이 똑같다고 했을 경우이고, 실제로는 윷가락의 모양이나 바닥의 상태 등에 따라 결과는 달라집니다. 만약 평평한 면이 아주 좁은 윷을 쓴다면 뒤집어 있기 쉬워 윷이 나올 확률이 가장 높겠죠. 그러나 잘 만들어진 윷을 쓴다고 해도 바닥이 딱딱하거나 윷을 던질 때 옆으로 굴리듯 던지면 윷가락이 엎어진 상태로 멈추기 쉽기 때문에 결과가 또 달라집니다.


설날은 반가운 친척들도 만나고 친척 어른들에게 세뱃돈도 받는 즐거운 명절이지요. 하지만 설날에는 그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이 번 설에는 잊혀져 가는 설의 풍습과 놀이속에 담겨 있는 조상들의 삶의 지혜와 과학의 원리들을 한번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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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02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 안형준 기자
  • 도움

    한국민속촌
  • 사진

    안형준 안형준
  • 진행

    김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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