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놈들의 수법은 알았어. 우리도 당하지만은 않을 거야. 온갖 기술을 동원해서 범인을 잡아주겠어. 하지만 또 다른 사건이 생기지 않도록 미리 막을 수는 없을까?
나날이 늘어가는 식중독 위험
대부분의 미생물은 74℃보다 높은 온도에서 1분 이상 가열하면 파괴돼요. 하지만 모든 음식을 높은 온도로 가열하기는 어려워요. 샐러드를 끓여서 먹을 수는 없으니까요. 그래서 과학자들은 열을 이용하지 않고 세균을 죽이는 방법을 많이 연구하고 있어요.
그동안 많이 쓰인 방법 중 하나는 세균만 가진 특징을 이용해 식중독균을 공격하는 ‘항생물질’을 쓰는 것이었어요. 그런데 항생물질, 특히 ‘항생제’에 견딜 수 있게 진화한 세균들이 나타나면서 약이 듣지 않는 경우가 늘고 있어요. 연세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김민식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팔리는 식품을 확인해 보면 이미 항생제내성●이 있는 경우가 많다”며 “항생제 대신 쓸 수 있는 방법을 빨리 찾아야 한다”고 말했어요.
그뿐만이 아니에요. 식중독을 일으키는 원인에는 동식물에서 나온 화학물질도 있어요. 그런데 기후 위기로 원래 우리나라에 살지 않던 생물이 늘어나 새로운 식중독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졌어요. 또 미생물은 따뜻한 환경에서 잘 자라 예전보다 세균이 더 많아졌답니다.
마음 놓고 밥 먹기 위한 노력
우리가 먹는 식품은 대부분 엄격한 위생 관리 기준에 따라 정기 검사가 이뤄지고 있어요. 하지만 매일 식재료가 바뀌고 조리법도 달라지는 집단 급식소의 경우, 항상 같은 환경에서 같은 재료로 식품을 만드는 자동화된 공장보다 관리하기 훨씬 까다로워요.
먹기 전에 식품이 오염되었다는 사실을 실시간으로 알 수 있다면 좋겠지만, 어떤 세균인지 확인하려면 최소 4일 이상 키워야 해서 한계가 있어요. 또 세균이 만드는 물질을 감지해 세균이 있는지 확인하는 ‘신속 검출법’이 있지만, 직접 키워서 확인하는 것보다 정확하지 않아서 멀쩡한 음식을 전부 버릴 수도 있지요.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최근 주목받는 기술 중 박테리오파지(파지)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어요. 파지는 살아있는 세균만 숙주로 삼아 증식하는데, 숙주 세포 안에서 수십~수백 배로 수가 늘어난 다음 세균을 파괴하면서 밖으로 쏟아져 나와요. 미국은 2006년에 파지를 식품첨가물로 허가해 지금도 판매하고 있답니다. 김민식 교수는 “우리나라는 아직 사람이 먹는 식품에 파지를 쓰는 것이 허가되지 않았지만 가축 사료에는 파지를 섞을 수 있다”며 “언젠가는 사람이 먹는 식품에도 파지를 쓰게 되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고 말했어요.
지금도 수많은 사람이 식품 안전을 지키기 위해 쉴 새 없이 노력하고 있어요. 그러니 안심하고 손 깨끗이 씻고 맛있게 밥 먹어요!
용어 설명
● 항생제 내성 : 세균이 특정 항생제에 저항력을 가지고 생존하는 능력. 내성을 가진 균에 감염되면 치료제가 없어 사망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