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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기사] [지구사랑탐사대] 꼭 다시 만나자! 미호종개와 흰수마자

5월 18일, 세종시 합강변에 83명의 지구사랑탐사대 12기 대원들이 모였어요. 1차, 2차로 나눠 진행된 이날 현장교육은 사뭇 진지한 분위기로 시작됐어요. 오늘 보는 생물을 다음엔 보지 못할 수도 있다는 설명을 들었거든요. 무슨 일일까요?

 

 

미호종개와 흰수마자는 어디에 살까?

 

 

세종시에 있는 합강은 우리나라 3대 강 중 하나인 금강과 충북 서부의 최대 하천인 미호강이 만나는 곳이에요. 이곳엔 미호종개와 흰수마자가 살고 있어요. 미호종개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미꾸리과의 민물고기, 흰수마자는 8개의 수염이 특징인 잉어과 민물고기예요. 둘 다 손가락 크기 정도의 몸집에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이라는 공통점이 있지요.

 

미호종개와 흰수마자가 동시에 발견된 강은 지금까지 충청남도의 지천과 세종시의 합강 두 곳밖에 없어요. 두 물고기 모두 이물질 없는 깨끗한 모랫바닥과 흐름이 있는 물이라는 서식 조건을 만족해야 살 수 있는데 지금 우리나라에는 이런 강이 점점 사라지고 있거든요.
 

본격적인 탐사에 앞서 성무성 연구원은 미호종개와 흰수마자의 생태적인 특성을 소개하며 이들이 왜 멸종위기에 처했는지를 설명했어요. 미호종개와 흰수마자는 포식자를 만나거나 깜짝 놀라면 모래에 파고들어 숨는 습성이 있습니다. 그런데 강줄기 곳곳의 모래를 파헤치거나 보를 만들자 두 어종은 심각한 멸종위기에 놓였어요. 보는 물을 막아 수위를 높이는 구조물이에요. 저수지처럼 물을 모아 농업용수로 쓰거나 배를 띄우기 위해 사용되지요. 그런데 강을 막으면 물이 흐르는 속도가 느려져 강바닥에 퇴적물이 쌓이기 시작해요. 강은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작은 먼지나 흙을 계속 나르고 있는데 물의 흐름이 느려지면 입자들이 바닥에 가라앉아 갯벌 같은 진흙 바닥이 돼요. 

 

좋아하는 모래알 굵기가 매우 까다로워 같은 모랫바닥 강이라도 아주 제한된 범위에서만 발견되는 미호종개와 흰수마자는 진흙 바닥으로 바뀌는 전국 강에서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금강에서 사라졌다고 생각한 두 물고기가 합강에 잔뜩 살고 있다는 사실이 몇 해 전 밝혀졌어요. 살아남은 물고기들이 마음에 드는 모랫바닥을 찾아 새로이 번식한 거지요. 합강이 안정적인 서식처임이 밝혀진 뒤 미호종개 복원사업이 이뤄졌고, 2022년과 2023년 두 차례에 걸쳐 2000마리의 미호종개가 방류됐어요. 당시 복원사업에 함께한 성 연구원은 “제가 먹이를 주고 키웠던 미호종개들을 오늘 마주친 것 같다”며 “잘 적응해 살아가는 모습을 보니 기쁘다”고 말했어요. 

 

 

다른 물고기도 많아!

 

 

‘지붕 없는 자연사 박물관’이라고 불리는 합강에는 미호종개와 흰수마자 말고도 다양한 생물이 살고 있어요. 40여 종의 버드나무가 펼쳐진 강변을 따라 걷던 대원들은 고라니의 발자국이나 똥을 발견하기도 했어요. 또 물에서는 피라미, 몰개, 모래무지 등 다른 물고기도 여러 종 발견했지요. 

 

지구사랑탐사대 정이준 연구원과 이민준 연구원은 대원들이 새로운 물고기를 찾을 때마다 이름과 특징을 알려 줬어요. 피라미는 성격이 급해서 호흡이 빠르고 움직임이 많다거나, 모래무지와 흰수마자를 구분할 때는 수염의 개수를 살펴보면 된다는 설명이 더해지자 합강을 누비는 대원들의 눈은 더욱 반짝였어요. 

 

또 베테랑 어류학자들은 발끝에 채이는 모래알 굵기만으로 ‘여기에 미호종개가 있겠구나’ 하는 판단을 할 수 있다는 말에 다들 신중하게 발아래 감각에 집중하며 걸었답니다.

 

 

합강의 생물다양성을 지키려면

 

 

“사실 합강 미호종개, 흰수마자 탐사는 이번이 마지막이 될지도 몰라요.”

 

탐사를 마치고 다시 한자리에 모인 대원들에게 성 연구원이 말했어요. 환경부가 지난 6년간 열려 있던 세종보를 다음 달부터 재가동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에요.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에서 지난해 12월 발표한 ‘멸종위기 야생생물I급 흰수마자의 모래 선택과 잠입 행동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보를 만든 뒤 흰수마자의 분포지역은 급격히 감소했다가 2018년 보를 열자 다시 점점 늘어났어 요. 전문가들은 보를 닫으면 다시 흰수마자가 자취를 감출 거라고 우려해요. 

 

성 연구원은 “마지막일지 모르니 조금이라도 더 많은 사람이 합강의 물고기를 기록했으면 하는 마음에 지사탐 대원들을 초대했다”고 말했어요. 그러면서 “합강을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하려는 노력이 있으니 앞으로도 이곳에서 현장교육을 할 수 있을 거라 믿는다”고 덧붙였지요. 습지보호지역이 되면 인위적인 행위가 제한되고 생태계 보전을 위한 정밀조사가 5년마다 이뤄져요. 내년에도 합강에서 모일 수 있기를 바라며, 다음 탐사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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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6월 15일 어린이과학동아(12호) 정보

  • 박현석
  • 도움

    성무성 연구원(물들이연구소), 정이준 연구원,  이민준 연구원
  • 디자인

    정영진
  • 사진

    동아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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