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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신기한 사건을 과학적으로 해결해 명성을 쌓아 온 닥터고글. 마침내 세계적으로도 이름이 알려졌는지 영국 여왕이 만나고 싶다며 초청장을 보냈다. 버킹엄 궁전에서 벌어질 만찬에 마음이 들뜬 닥터고글은 서둘러 제트를 타고 영국으로 향하는데….
 
사건 의뢰 - 노래하는 사막이 부족의 수호신이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일까? 제트는 모래구덩이에 처박혀있고닥터고글과냥냥은발만동동구르고있 지않은가? 영국으로 가는 길에 제트가 그만 고장이 나 사막 한가운데 추락해 버린 것이다.
“버킹엄 궁전에서 느긋하게 홍차한잔하는 꿈이 이렇게 날아가 버리는구나~!”
탄식하는 닥터고글과 냥냥의 귀에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
“웅~ 웅~ 웅~”
“냐앙? 냐오잉? 나~야~ㅇ!(무슨 소리지? 노랫소린가? 음악 소리가 나!)”
하지만 닥터고글이 태연하게 말한다.
“그냥 바람 소리겠지. 세계적인 과학 탐정으로서 말하는데 별것 아니라고. 후훗.”
그 때 누군가 외친다.
“그냥 바람이라니? 우리 부족의 수호신인‘노래하는 사막’을 모욕하는 거냐?”
어느새 닥터고글과 냥냥은 낙타를 탄 험상궂은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다. 그 중 대장으로 보이는 사람이 닥터고글에게 말한다.“내 이름은 수비 자레타. ‘노래하는 사막’의수호대를 이끄는 대장이다! 네가 세계적인 과학 탐정이라면 우리‘노래하는 사막’의 비밀을 풀어 보시지. 만약 아무 근거 없이 모욕한거라면 가만 두지 않겠다!”

사건 분석 ➊ 악기가 소리를 내는 원리는?

닥터고글의 얼굴이 창백해진다. 세계적인 과학탐정이 됐다고 잠시 교만했음을 깨닫고 후회하지만 이미 늦었다.
“그, 그러면 먼저 악기가 소리를 내는 원리에 대해 설명해 보죠.”
“그래. 어디 한번 해 보라고.”
수비 자레타의 싸늘한 시선을 보니 등골이 서늘해진다.
“소리는곧공기의 진동을 말합니다. 하지만 아무 소리나 음악이 되는 건아니에요. 공기의 진동이 정상파가 되어야 아름다운 소리가 나지요. 정상파란, 일정한 길이와 속도로 서로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진동의 조합을 말합니다. 악기는 음파를 정상파로 만들어 주는 장치예요. 기타 같은 현악기는 줄을, 피리 같은 관악기는 관을 이용해 정상파를 만들죠.”
하지만 수비 자레타는 냉랭한 표정만 짓는다.
“그 정도야 누구나 아는 얘기 아닌가. 세계적인 과학 탐정 수준도 별것 아니군.”
당황한 닥터고글이 계속 설명한다.
“악기는 진동의 길이인 파장을 조절해서 높은 음과 낮은 음을 내요. 파장이 짧을수록 높은 음이 나고 파장이 길수록 낮은 음이 나지요. 또한 크고 아름다운 소리를 내기 위해 공명통을 사용하기도 해요. 바이올린 같은 현악기는 줄의 진동이 공명통으로 전해져 울림이 더욱 커집니다.”
수비 자레타가 코웃음을 친다.
“하지만 주변을 보라고. 도대체 어디에 현이 있고 관이 있단 말인가?‘노래하는 사막’에서 음악 소리가 나는건과학으로 설명할수없는 신비로운 현상이라고!”
그러자 닥터고글의 말문이 막히고 만다.

사건 분석 ❷ 범인은 모래다?

때마침 세찬 바람이 불자 주변의 모래 언덕에서 모래가 산사태처럼 흘러내린다. 그러자 아까보다도 훨씬 큰 소리로 웅웅~ 하는 소리가 들리는 게 아닌가! 수비 자레타는 감격해서 눈을 감고 사막이 내는 소리를 감상한다. 난감한 닥터고글은 속으로 생각한다.
‘주변에 있는 것이라고는 오로지 모래뿐. 그래, 범인은 모래일 수밖에 없어!’
닥터고글은 서둘러 제트에서 현미경을 가져다 모래를 자세히 분석한다. 또 모래가 흘러내리는 모습도 유심히 관찰한다. 그제야 입가에 회심의 미소를 띠는 닥터고글.
“그렇군요!‘노래하는 사막’역시 과학으로 충분히 설명할 수 있는 현상이에요.”
“뭐, 뭐라고?”
깜짝 놀라는 수비 자레타에게 닥터고글이 설명한다.
“비밀은 바로 모래의 움직임에 있습니다. 이 분석기로 모래의 움직임을 잘 보세요.”
닥터고글이 모래를 손으로 밀어 내리자 작게 웅웅거리는 소리가 난다. 분석기를 보던 수비 자레타가 날카롭게 묻는다.
“움직임이 어쨌다는 거지?”
“모래가 흘러내릴 때는 모래 입자가 아래로 움직이면서 아래쪽의 모래 입자와 부딪치게 됩니다. 보통 모래 언덕이라면 이런 충돌이 불규칙하게 일어나기 때문에 그냥 쏴아~ 하는 평범한 소리가 나지요. 하지만 이 ‘노래하는 사막’에서는 모든 모래 입자가 동시에 움직이고 동시에 충돌합니다. 그러면 흘러내리는 모래의 표면이 동시에 위아래로 움직이기 때문에 공기에 압력을 가해 소리가 나는 겁니다. 스피커에서 소리가 나는 원리와 같죠.”
“마, 말도 안 돼. 믿을 수 없어.”
수비 자레타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한다.
“이런 현상이 일어날 때는 모든 모래가 동시에 지면에 충돌합니다. 이 진동은 상당히 커서 멀리서도 듣고 느낄 수 있어요.”
 
사건 분석 ❸‘노래하는 사막’의 모래는 특별하다?

그러자 수비 자레타가 뭔가 떠오른 듯 닥터고글에게 반박한다.
“그렇다면 모든 사막에서 소리가 나야 하지 않나? 왜 우리 사막에서만 소리가 나는 거지?”
“이 곳의 모래가 다른 사막과 다르기 때문이에요. 현미경으로 모래를 관찰해 보시죠. 이 곳의 모래입자는 다른 곳에 비해 둥글게 생겼습니다. 둥글게 생기면 모래 입자가 위아래로 움직이기 쉬워요. 게다가 모래 입자의 크기가 모두 비슷합니다. 따라서 흘러내리는 모래 입자가 모두 같은 속도로 움직일 수 있는 거죠.”
수비 자레타는 현미경을 들여다보고 닥터고글의 말이 옳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하지만 소리의 종류가 달라지기도 한다는 건 어떻게 설명할 건가?”
“소리는 모래 입자의 크기에 따라 달라집니다. 입자 크기가 작을수록 높은 음, 클수록 낮은 음이 나죠. 그리고 모래 입자의 움직임에 따라 서로 다른 소리가 나고요. 이렇게 손으로 모래를 휘저어 보면 휘저을 때의손동작에 따라 다양한 소리가 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어요."
“으으~. 서, 설마 우리 사막이 유일하고 신비로운 ‘노래하는 사막’이 아니란 말인가….”
수비 자레타는 큰 충격을 받은 모양이다. 의기양양한 닥터고글이 계속 설명한다.
“‘노래하는 사막’이 되기 위해서는 조건이 있어요. 방금 말했듯이 우선 모래 입자가 둥글고 균일해야 합니다. 그리고 모래 입자의 충돌을 방해하는 먼지나 습기가 없어야 해요.”
그 때 냥냥이 고장 난 제트에 있는 컴퓨터를 이용해 찾은 자료를 건네 준다.
“역시 제 말이 맞군요. 이곳외에도 ‘노래하는사막’은 모로코의 고드 라마, 칠레의 마르 데 듀나스등 세계적으로 30군데가 넘어요. 대부분은 처음 모래가 만들어지는 곳에서 멀리 떨어져 있군요. 바람에 날려오는 동안 모래 알갱이가 서로 부딪쳐서 모양이 둥글고 크기가 비슷해진 거예요.”
 
사건 해결 - 사막의 신비를 풀다

닥터고글이 설명을 마무리하자 수비 자레타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한다. 순간 뜨끔한 닥터고글.
“‘노래하는 사막’이 알려진 지는 오래됐지만, 아직 연구가 시작된 지는 얼마안됐어요. 21세기에 들어서야 본격적으로 연구하는 사람이 생겼죠. 그래서 아직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답니다. 앞으로 연구가 더 이루어지면 훨씬 정확하게 원인을 알 수 있을 거예요.”
그 때 갑자기 수비 자레타가 울부짖는다.
“이럴 수가~! 우리가 소중하게 여겨 오던‘노래하는 사막’이 전혀 신비롭지 않다니!”
당황한 닥터고글이 달랜다.
“아니에요. 노래하는 사막은 신비로운 현상이에요. 다만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거지요. 앞으로는 과학에 관심을 갖고 자연 현상을 관찰해 보세요. 생각과 달리 과학도 무척 신비롭다는걸 알 수 있을 거예요.”
그러자 주먹을 불끈 쥐는 수비 자레타.
“맞아! 과학적으로 설명이 가능하다고 해도 우리에게 소중한 고향인건마찬가지. 우리 수호대의 활동에는 변함이 없을 거요! 얘들아, 가자!”
우르르 떠나는 수호대의 모습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닥터고글. 그런데 잠깐!
“아차! 사막을 빠져나갈 수 있게 도와 달라는 말을 깜빡했다!”
할 수 없이 걸어서 사막을 여행하는 닥터고글과 냥냥. 영국에는 과연 언제쯤 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