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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 위 상상의 세계, 보드게임 작가 김건희

 

젠가, 루미큐브, 할리갈리, 스플렌더…. 보드게임 좋아하시나요? 사람들이 같은 공간에 모여 즐기는 보드게임은 온라인게임과는 완전히 다른 재미를 줘요. 즐겁고 특별한 보드게임을 만드는 ‘게리킴’ 김건희 작가를 소개합니다!

 

 

 

수천 개의 보드게임이 와르르!

 

“헉…. 이게 다 보드게임이라고요?”

 

2월 27일, 서울 강북구에 있는 김건희 작가의 작업 공간을 방문한 기자는 엄청난 광경에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크고 화려한 보드게임부터 작고 귀여운 카드 게임까지 각양각색의 보드게임이 선반을 꽉 채우고도 모자라 주변으로 흘러내리고 있었거든요.

 

보드게임은 사람들이 직접 만나서 놀이판(보드), 카드, 타일, 말 등 간단한 도구를 사용해 규칙에 따라 즐기는 게임이에요. 보드게임이 몇 개나 있냐는 질문에 김건희 작가는 “다른 작업 공간에 보드게임이 더 있다”며 “정확히 세진 않았지만 3000개가 조금 안 될 것”이라고 답했어요. 더 놀라운 사실은 김건희 작가가 이곳에 있는 게임을 대부분 한 번 이상 해 봤다는 점입니다. 김 작가는 “글을 잘 쓰려면 다른 글을 많이 보고 배워야 하는 것처럼, 보드게임을 만들려면 보드게임을 많이 해 봐야 한다”고 설명했지요.

 

 

김건희 작가가 낸 보드게임은 약 80개입니다. 김 작가는 “학교를 졸업한 뒤 다른 일을 하고 있었지만, 퇴근하면 매일 보드게임 모임에 달려갈 정도로 보드게임을 좋아했다”며 특히 좋아했던 게임으로 자원 협상 게임인 <;카탄>;을 꼽았지요. 이어 “직접 보드게임을 만들고 싶어 보드게임 작가가 됐다”고 회상했어요.

 

김건희 작가를 지금까지 이끈 보드게임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김 작가는 보드게임의 매력으로 ‘소통’을 꼽았습니다. 같이 게임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익명인 온라인게임과 달리, 보드게임은 서로의 표정과 반응을 보면서 규칙, 예의를 지키고 더 깊이 있는 소통을 할 수 있거든요. 그러면 지금부터 보드게임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김 작가의 인터뷰를 통해 살펴봐요!

 

Q&A 궁금해요!

“보드게임을 하며 마주친 재미를 관찰하고 기록해 보세요!”

 

 Q. 보드게임이 책 만드는 과정과 비슷하다고요? 

 

글 작가가 글을 쓰면 출판사에서 책으로 만들어 판매하는 것처럼, 보드게임도 작가가 아이디어를 내면 출판사(제작사)에서 게임판, 카드, 패키지를 만들어 팔아요. 제가 보드게임의 뼈대를 시제품으로 만들어 보여주면, 제 게임이 재밌다고 생각한 출판사와 계약하는 거예요. 이후 게임에 필요한 기물을 만들고, 그림 작가님이 일러스트를 그려주지요. 그래서 보드게임 박스를 보면 작가와 그림을 그린 사람, 출판사 이름이 모두 적혀 있습니다. 최근에는 원래 있던 게임을 포켓몬 등 캐릭터를 입혀 다시 만들기도 하고, 앱이나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을 활용하는 보드게임도 나온답니다.

 

 Q. 보드게임의 종류는 몇 가지인가요?

 

보드게임을 소개하는 웹페이지에 소개된 게임만 13만 개 정도이고, 매년 발표되는 신작 게임이 1000개가 넘습니다.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보드게임을 합치면 훨씬 많겠지요. 큰 보드게임 행사가 열리는 미국과 유럽에 비하면 적지만, 아시아에서는 우리나라가 보드게임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우리나라는 2000년대 초반에 해외 보드게임이 수입되기 시작하며 보드게임방이 많이 생겼어요.

 

 

 Q. 만든 보드게임 중에 기억에 남는 게임이 있나요?

 

어과동 독자 여러분께 소개하고 싶은 하나를 고르자면 <;선물입니다>;예요. 이 게임은 ‘어린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순간이 언제일까?’ 하고 생각하다가, 그 답은 바로 ‘선물 포장을 뜯는 순간’이라는 생각에서 기획한 보드게임입니다. 게임에 참여한 사람들은 각자 다양한 선물 카드를 받고, 좋은 선물과 나쁜 선물 중 하나를 골라 다른 사람에게 뒤집어서 건네요. “선물이야!”라고 외치면서 말이죠. 상대는 좋은 선물이라고 생각하면 “고마워!”라고 말하며 선물을 받고, 나쁜 선물이라고 예상했다면 “괜찮아!”라고 외치면서 돌려보낼 수 있습니다. 상대의 마음을 읽어야 하는 고도의 심리 게임인데, 실제로 어린이들에게 반응이 아주 좋았답니다.

 

 Q. 가장 많이 즐긴 보드게임은 무엇인가요? 

 

먼저 각자 계급을 정해서 역할 놀이를 하는 <;달무티>;를 꼽고 싶네요. 옆 사람에게 머리를 조아리다가도, 반대로 계급이 뒤집히면 다른 사람을 부려 먹을 수 있지요. 그 과정에서 서로 끊임없이 소통하고, 자칫 기분이 나쁠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예의를 지키면 재미있게 즐길 수 있어요. 제가 생각하는 보드게임의 본질은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방법을 배운다는 건데,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게임입니다. <;카탄>;도 추천하는 게임이에요. 가진 자원을 다른 사람과 교환하면서 자기 건축물을 짓는 게임인데, 협상의 기술이 필요하답니다.

 

 Q. 보드게임을 만들고 싶은 독자에게 팁을 주신다면요?

 

일단 보드게임을 많이 해 보세요. 그리고 왜 사람들이 이 게임을 재밌어하는지, 혹은 재미없어하는지 관찰해 보세요. 만약 다 같이 크게 웃는 순간이 나왔다면, 왜 웃음이 나왔는지 한번 생각해 보는 거예요. 발견한 재미 요소는 까먹지 않도록 꼭 메모해 두세요. 메모한 재미 요소들을 잘 조합하면 나중에 새로운 창작의 아이디어가 됩니다. 그러다 보면 꼭 보드게임이 아니더라도 나만의 색깔이 담긴 창작 스타일을 찾을 수 있을 거예요. 

 

2024년 3월 15일 어린이과학동아(6호) 정보

  • 이병구 기자
  • 사진

    어린이과학동아
  • 디자인

    최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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