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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생물탐구생활] 사막의 키다리, 사와로 선인장

 

장이권 교수의 사막 생물 탐구생활 2탄의 주제는 ‘사와로 선인장’입니다. 사와로는 미국 애리조나 주의 상징과도 같은 선인장이에요. 키가 크고 팔이 나와 있어 멀리서 보면 마치 허수아비처럼 보이죠. 지난 5월, 애리조나 주에 있는 소노란사막에서 사와로 선인장과 선인장에 의지해 살아가는 동물을 직접 관찰하고 촬영했습니다.

 

사와로 선인장이 팔을 뻗는 이유는?

 

지난 5월 미국 애리조나 주에서 열린 시민과학 학술 대회 마지막 날, 피닉스 시 북쪽에 있는 사막식물원에 갔을 때였습니다. 주차장을 지나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바로 사와로 선인장을 마주쳤어요. 그것도 가지가 뻗어 있고, 꽃이 핀 사와로였죠. 사와로는 보통 키가 10m를 훌쩍 넘는 거대한 선인장입니다. 어느 정도 크면 중심부에서 사람의 팔처럼 가지를 뻗어 내는데, 그러려면 선인장의 나이가 약 75살은 넘어야 하죠. 사와로는 150년 이상 산다고 알려졌으니, 제가 본 선인장은 100살이 넘었을 수도 있는 거예요.

 

5월의 사와로들은 꽃을 피우고 있었어요. 사와로가 팔을 만드는 이유는 바로 이 꽃과 관련이 있습니다. 사와로의 꽃은 보통 줄기나 팔의 꼭대기에 핍니다. 그러면 꽃꿀을 먹는 새나 박쥐, 곤충 등이 꽃가루를 다른 꽃으로 옮겨 사와로가 번식하지요. 팔이 여러 개 달린 사와로는 꽃을 더 많이 피울 수 있고, 그만큼 번식 능력이 좋아지는 거예요. 그런데 사막에는 팔이 수십개 달린 사와로도 있고, 하나도 없는 사와로도 있습니다. 왜 이런 차이가 날까요?

 

팔의 수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다양하지만, 사와로 선인장이 확보할 수 있는 물의 양이 가장 중요합니다. 좋은 자리에 있는 사와로는 물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고, 팔을 많이 뻗어 번식할 수 있어요. 반대로 물을 확보하지 못한 사와로는 팔을 많이 만들기 어렵지요.

 

딱따구리, 선인장에 집을 짓다?!

사막에서 물은 생명과 직결됩니다. 물이 늘 필요하지 않은 선인장이라 하더라도 물이 없으면 생존할 수 없지요. 겨울에 눈이 와서 녹거나 봄에 비가 오면, 사와로는 이때를 놓치지 않아요. 뿌리가 중심부로부터 반경 30m까지 매우 넓게 펼쳐져 있어서, 주변의 물을 한꺼번에 흡수할 수 있습니다. 사와로는 이 물을 줄기에 저장하고, 다음 비가 올 때까지 살아가죠.

 

강수량이 적은 사막에서 일반적인 나무는 성장하기 어려워요. 사와로는 큰 키와 커다란 덩치 덕분에 많은 양의 수분을 머금을 수 있고, 주변의 새들에게 안정적인 보금자리를 제공합니다. 우리나라의 딱따구리가 나무에 구멍을 뚫고 둥지를 만드는 것처럼, 소노란사막에서도 딱따구리가 사와로에 둥지를 만듭니다. 제가 관찰한 어떤 사와로에는 여러 개의 구멍이 있었고, 그중 가장 꼭대기 구멍에서 ‘힐라딱따구리’가 고개를 내밀고 있었어요.

 

저는 딱따구리의 둥지를 촬영하면서 관찰했습니다. 암컷과 수컷이 번갈아가며 사냥한 곤충을 물고는 둥지로 돌아왔고, 수컷이 가끔 ‘까라라라, 까라라라, 까라라라’하며 암컷을 불렀어요. 새끼를 볼 수는 없었지만 힐라딱따구리는 분명 사와로를 이용하여 번식하고 있었지요. 이런 장면을 목격할 수 있는 행운이 쉽게 찾아오다니, 믿기지 않았어요. 사와로의 구멍은 시간이 지나도 엘프올빼미, 암청색 큰제비, 멕시코양지니와 같은 새들이 둥지로 재활용합니다. 실제로 힐라딱따구리가 새끼를 키우던 사와로에도 다른 구멍들이 있었고, 거기에 집참새가 앉아서 쉬고 있었어요.

 

사와로 선인장의 꽃은 애리조나 주를 상징하는 꽃이기도 하고, 주의 자동차 번호판에서도 찾아볼 수 있어요. 어떤 지역의 생태, 지리, 문화적 특징을 잘 반영하는 종을 ‘깃대종’이라 하는데, 소노란사막의 깃대종이 바로 사와로 선인장입니다. 동시에 사와로는 많은 동물에게 먹이, 쉼터 그리고 번식터를 제공해 주지요. 이처럼 많은 생물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종을 ‘핵심종’이라고 해요. 다른 어느 지역에서도 볼 수 없는 사와로 선인장은 소노란사막의 깃대종이자 핵심종이랍니다.

2023년 16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 장이권(이화여자대학교 에코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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