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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 생물 탐구생활] 시민과학으로 사막거북 지킨다

 

안녕하세요! 지구사랑탐사대 장이권 대장입니다.

지난 5월, 미국 애리조나주에서 열린 시민과학 학술 대회에 지구사랑탐사대 활동을 소개하러 다녀왔어요. 학술 대회에서는 시민과학 강연뿐만 아니라, 주변 소노란사막을 탐사할 기회가 있었는데요. 소노란사막은 멕시코 북서부에서 미국 남서부까지 이어진 한반도보다 넓은 사막입니다.

사막거북과 선인장 등 소노란사막에 사는 생물들을 소개할게요!

 

 

미국에서 가장 큰 육상거북, 소노란사막거북

 

5월 23일 학술 대회 두 번째 날, 새벽 6시 반에 출발해 현장답사로 스코츠데일시에 있는 맥도웰 소노란 관리위원회에 도착했습니다. 이 관리위원회는 면적이 무려 124km2인 ‘맥도웰 소노란 보호구역’을 관리하며 교육, 연구, 홍보에 힘쓰고 있어요. 약 650명의 자원봉사자가 보호구역을 자기 집처럼 아끼고 관리하는 ‘지킴이’ 역할을 합니다. 이날 만난 로버트 할리간 지킴이는 선인장이 꽃을 피워 골짜기 전체가 노랗게 물들어 있는 사진을 보여주며, “몇 주 전에 왔더라면 꽃 핀 선인장을 볼 수 있었을 것”이라고 해서 정말 아쉬웠지요.

 

맥도웰 소노란 관리위원회는 야생동물 보호구역 관리의 모범사례예요. 보호구역은 보통 면적이 너무 커서 정부나 공공기관에서만 관리하기에는 인력과 예산이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적절한 관리가 없는 보호구역은 훼손되기 쉽고, 마음대로 야생동물을 사냥하거나 잡아가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날 수 있습니다. 맥도웰 소노란 관리위원회는 이를 지킴이와 시민과학을 활용해 해결하고 있어요. 그중 가장 인상이 깊었던 내용은 시민과학을 이용한 소노란사막거북 연구였습니다.

 

소노란사막거북은 미국에서 가장 큰 육상거북입니다. 이 곳을 방문하는 시민들에게 아주 인기가 많아서 거북을 발견하면 한바탕 소동이 벌어질 정도죠. 사람들은 사진도 찍고, 거북을 따라다니기도 해요. 그러나 소노란사막거북은 멸종 위험이 아주 크고 알려진 정보가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 지킴이 중 일부는 시민과학자가 되어 거북에게 영향을 미치는 환경 요인과 서식지를 연구하기 시작했어요.

 

 

▲PDF에서 고화질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시민과학자는 사막거북을 어떻게 연구할까?

 

맥도웰 소노란 보호구역의 시민과학자들은 2021년 4월부터 23마리의 거북에 무선 송신기와 GPS 데이터 기록장치를 부착해서 위치를 추적하고 있어요. 봄부터 여름까지는 3주에 한 번씩 추적하고 있는 거북을 무선 송신기로 찾아낸 뒤, 30분마다 위치를 기록한 GPS 자료를 내려받지요. 거북의 활동량이 줄어드는 겨울에는 달에 한 번씩 거북의 위치를 기록했습니다.

 

추적 결과, 소노란사막거북은 한 주에 100~200m 정도 이동하며 약 0.02km2 정도 넓이의 땅에서 생활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간혹 몇 마리는 2~5km 정도 이동해 보호구역을 벗어나 민가에 가기도 했어요. 어떤 거북은 일주일 사이에 3km나 이동해서 보호구역 바깥에 있는 건설 현장을 한 바퀴 돌기도 했답니다. 다행히 지역 주민들이 거북을 붙잡아서 다시 관리위원회에 돌려주었어요.

 

시민과학자들은 거북을 추적하다 생각지도 못한 발견을 하기도 했어요. 서기 300년부터 1500년까지 이 지역에 살았던 ‘호호컴(Hohokam)’ 원주민의 유적지와 서부 개척 시대의 목장 문화 유물이 발견된 거예요. 또 시민과학자들은 힐라몬스터(Heloderma suspectum)나 검정꼬리방울뱀(Crotalus molossus)과 같은 희귀한 생물종을 반복해서 마주치기도 하고, 부족한 무기물을 섭취하기 위해 거북이 흙을 먹는 행동도 관찰했어요.

 

거북을 추적하는 것은 사막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해 연구자들에게도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시민과학자들 중 대다수는 현업에서 은퇴했기 때문에 시간적 여유가 있었어요. 2022년에만 수십 명의 시민과학자들이 매주 보호구역을 구석구석 누비고 거북을 쫓아다니며 2300시간 이상 거북 연구에 참여했습니다.

 

지킴이 시민과학자들로부터 직접 이야기를 들으며 이들이 애정을 담아 보호구역을 지키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우리나라에도 법정 보호구역이 많지만, 인력과 예산이 부족해 관리가 쉽지 않습니다. 맥도웰 소노란 관리위원회의 모범사례를 본받아 우리나라의 보호구역을 지키는 데도 시민과학이 제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2023년 14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 장이권(이화여자대학교 에코과학부 교수)
  • 사진 및 도움

    Robert E. Hallagan(맥도웰 소노란 관리위원회 시민과학자), Jessie M. Dwyer(맥도웰 소노란 관리위원회 생물다양성 매니저), Tiffany A. Sprague(미국 애리조나주 게임 및 어류부)
  • 에디터

    이병구 기자
  • 디자인

    정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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