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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과학 교과서 ]<잭과 콩나무> 구해줘! 잭의 콩나무

장마가 시작된 여름, 꿀록 탐정의 사무실 벽에 시커먼 자국이 생겼어요. 꿀록 탐정은 휴지로 벽을 슥 닦고는 표정을 찌푸렸어요.

“아이고, 덥고 습하니 곰팡이가 기승을 부리는군. 환기를 좀 시켜야겠어.”

문을 연 순간, 꿀록 탐정은 문 앞에 서 있는 한 소년을 마주쳤어요.

“안녕하세요, 탐정님! 저는 <;잭과 콩나무>;의 잭이라고 해요. 제가 키우는 나무가 곧 쓰러질 것 같은데, 저 좀 도와 주세요!”

 

●동화마을에 무슨 일이? ⏐ 잭의 콩나무가 시름시름 앓는 이유는?

 

꿀록 탐정과 개코 조수는 바로 잭이 사는 동화마을로 출동했어요. 마을에 들어서자마자 개코 조수는 화들짝 놀랐어요. 잭의 집 앞 마당에 어마어마하게 큰 콩나무가 하늘 끝까지 자라 있었거든요. 나무 끝에 걸친 구름 사이로 무언가 반짝반짝 빛나는 걸 보고 개코 조수가 물었어요.

“헉, 나무가 이렇게 거대할 수가! 저 반짝이는 건 뭐죠?”

“얼마 전 소를 팔고 얻은 콩을 마당에 심었더니 하룻밤 사이에 이렇게 자라 있었어요. 구름 사이로 반짝이는 건 아마 보물일 거예요. 얼른 나무를 타고 올라갔다 오면 되는데 어머니가 자꾸”

당장이라도 콩나무에 뛰어 올라갈 것 같은 잭의 모습을 본 잭의 어머니가 한숨을 쉬며 말했어요.

“탐정님, 제 아들 좀 말려주세요. 지금 보물이 중요한 게 아니에요. 잭이 저렇게 매일 나무를 타다가는 정말 큰일이 날 것 같아요. 며칠 전에는 나무에서 떨어질 뻔했다니까요?”

잭은 어머니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다시 나무를 타고 오르기 시작했어요.

“어머니! 금방 가서 보물만 갖고 내려오면 된다니까요!”

그런데 그때, 나무 밑동에서 ‘우지끈’하는 소리가 났어요. 잭의 어머니는 불안한 마음에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죠. 꿀록 탐정은 콩나무를 한 바퀴 둘러보며 유심히 살피다가 뿌리를 가리켰어요.

“나무뿌리가 썩은 것 같습니다. 뿌리에 사는 곰팡이가 문제일 수 있겠네요.”

“네? 더럽고 해로운 곰팡이가 제 콩나무에 산다고요?!”

 

●통합과학 개념 이해하기 ⏐ 곰팡이는 식물의 숨은 조력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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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속에는 무수히 많은 곰팡이들이 살고 있어요. 그중에는 식물에게 병을 일으키는 곰팡이도 있지만, 식물의 생장을 돕는 곰팡이도 있지요. 특히 뿌리에는 식물과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공생하는 곰팡이가 있어요. 곰팡이와 공생하는 식물의 뿌리를 ‘균근’이라고 합니다.

 

균근의 곰팡이는 식물이 광합성을 하는 데 필요하지만 식물이 스스로 얻기 어려운 땅속 영양분인 질소와 인 등을 흡수해 식물에게 전달해요. 그 대가로 식물은 곰팡이에게 광합성으로 만든 탄수화물을 제공하지요. 곰팡이는 식물이 사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존재랍니다.

 

 

곰팡이는 크게 두 가지 형태로 식물의 뿌리에 자리잡아요. 곰팡이의 몸을 이루는 실 모양 세포인 ‘균사’가 식물 뿌리 표면을 감싼 형태를 외생균근이라고 해요. 균사가 식물 뿌리의 세포벽을 뚫고 들어간 내생균근도 있지요. 다양한 방법으로 뿌리에 침입한 곰팡이는 사방으로 균사를 뻗어냅니다. 균사는 땅속 멀리까지 아주 길게 자랄 수 있어 다른 식물의 뿌리에서 나온 균사와도 엉키게 돼요. 그렇게 식물들은 곰팡이를 통해 서로 연결됩니다. 균사로 연결된 식물은 영양분을 주고받기도 하고, 곤충이나 동물의 공격을 받으면 경고하는 화학물질을 주고받아요. 뿌리의 곰팡이가 식물들의 통신망이 되는 거죠.

 

예를 들어 식물이 진딧물의 공격을 받으면, 뿌리의 곰팡이는 이웃 식물에게 경고 신호를 전달해요. 경고 신호를 탐지한 이웃 식물은 진딧물의 천적인 벌을 부르는 화학물질을 내뿜어 미리 진딧물의 공격에 대비할 수 있게 된답니다.

 

●통합과학 넓히기 ⏐ 남극의 꽃, 기후변화로 곰팡이에 감염되다

식물과 공생하는 곰팡이가 모두 이로운 건 아니에요. 어떤 곰팡이는 식물에게 병을 일으켜 문제가 되지요. 지난 5월, 우리나라 극지연구소는 추운 남극에서 꽃을 피우는 일부 식물이 곰팡이에 감염돼 병들고 있다는 사실을 최초로 확인했다고 발표했어요.

 

2020년, 연구팀은 남극 세종과학기지 인근에 사는 식물인 ‘남극개미자리’가 잎이 노랗게 변하면서 점차 하얗게 말라 죽는 것을 발견했어요. 유전체를 분석한 결과, 연구팀은 남극개미자리를 병들게 한 주범이 곰팡이라는 사실을 확인했지요. 연구팀은 이 곰팡이가 과거에는 식물에 해를 가하지 않는 상태였다가, 기후변화로 인해 남극이 따뜻해지면서 병을 일으키는 곰팡이로 활성화됐을 것이라고 추정했어요.

 

지금까지 남극에서 이끼류가 감염된 사례는 보고된 바 있지만, 남극개미자리같은 현화식물이 병든 사례가 보고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현화식물이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으며 씨로 번식하는 식물을 말해요. 남극에서 현화식물은 남극좀새풀과 남극개미자리 2종만 자라고 있지요.

 

연구팀은 남극이 따뜻해지면서 빙하가 녹아 드러난 땅을 식물들이 빠르게 뒤덮었고, 동시에 병원성 곰팡이도 함께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고 분석했어요. 지난 2020년 남극 에스파란사 기지의 기온은 18.3℃로, 역대 가장 높은 기온을 기록했습니다. 극지연구소 이은정 박사는 “앞으로 남극의 곰팡이가 병원균으로 활성화하는 데 기후변화가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추가로 분석할 계획”이라고 말했답니다.

 

2023년 13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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