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 원자 두 개와 산소 원자 하나를 합치면 물 분자가 됩니다. 이렇듯 원자를 조합하면 다양한 분자가 탄생해요. 원자가 합쳐진 분자에게는 과연 어떤 소리가 날까요?
바닐라는 어떤 ‘소리’가 날까
지난 2022년, 미국 미시건대학교 의약화학과 티모시 체낙 교수팀이 분자로 만든 다양한 멜로디를 공개했어요. 사람이나 동물 등의 생명체는 모두 탄소가 들어 있는 유기화합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유기화합물은 생명체를 구성할 뿐 아니라, 소화나 면역 등 몸속에서 생명 유지에 필요한 활동을 돕죠. 과학자들은 유기화합물 분자를 표시할 때 한눈에 파악하기 위해 직선과 도형 등으로 그림을 그려서 표현하기도 해요. 하지만 데이터를 분석하고 계산하는 컴퓨터는 사람이 그린 그림을 해석하지 못 합니다.
연구팀은 사람과 컴퓨터의 소통을 돕기 위한 방법으로 음악을 떠올렸습니다. 바닐라 향을 내는 원료인 ‘바닐린’ 등 다양한 유기화합물 분자 구조에 대한 정보를 컴퓨터에 입력하면, 인공지능(AI)이 이를 분석해 음악으로 변환하도록 만들었죠. AI는 분자의 모양과 크기, 질량 등을 종합해 곡의 분위기를 결정하는 장조와 단조를 결정했어요. 이어 분자 속 원자 배열을 이용해 ‘멜로디’로 나타냈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분자마다 고유한 음악이 탄생했어요. 사람은 분자 정보를 악보로 보면서 음악으로 들을 수 있고, 악보는 분자 정보를 다시 컴퓨터 언어로 번역할 수 있습니다. 마치 음악이 사람과 인공지능을 연결해주는 통역사 역할을 해주는 거예요. 더 나아가, 악보를 통해 기존에 없던 새로운 분자를 만들어 낼 수도 있습니다.
티모시 교수는 “대중에게 음악은 화학이나 컴퓨터 언어에 비해 받아들이기 수월해 기계와 사람 사이의 정보 해석 격차를 해소할 수 있다”며 “음악은 학생들이 화학 개념을 배우는 새로운 방법을, 연구자에겐 또한 직관적인 정보를 줄 참신한 방법이 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