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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과학 교과서] <심청전> 손끝으로 읽는 점자책을 만들래요!

“탐정님, 강의 준비를 너무 열심히 하신 것 아닌가요? 다크서클이”

개코 조수는 눈 밑이 퀭한 꿀록 탐정과 함께 사무실을 나섰어요. 오늘 꿀록 탐정이 의뢰받은 일은 사건이 아니라 강연이에요. 꿀록 탐정도 강연은 처음이라 만반의 준비를 하다 보니 밤을 꼴딱 새웠어요. 옷매무새를 다듬은 꿀록 탐정과 개코 조수는 사무실 문을 두드렸어요.

“똑똑똑. 실례합니다.”

 

 

 

# 동화마을에 무슨 일이?

점자를 읽는 몸의 감각 '촉각'

 

꿀록 탐정과 개코 조수가 문을 열고 들어선 곳은 심청의 아버지, 심학규 씨가 만든 ‘심청재단’의 연구실이었어요. 며칠 전, 꿀록 탐정 사무실에 심학규 씨의 전화가 걸려 왔었어요.

 

“꿀록 탐정님, 안녕하세요. 저는 심청이 아버지, 심학규입니다. 예전에도 몇 번 뵀었는데 기억나시나요?”

 

“네, 그럼요! 오랜만입니다. 잘 지내셨나요? 안 그래도 최근에 심청재단의 이사장님이 되셨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그래서 요즘 무척 바쁩니다. 제가 심청이를 만나고 기적적으로 시력을 되찾은 뒤 결심한 게 있거든요. 바로 동화나라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점자책을 만드는 거예요. 얼마 전에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찍은 우주 사진들을 보셨나요? 우주는 이렇게 아름다운 별과 행성으로 이뤄져 있구나, 시각장애인들에게도 이 감동을 전할 방법이 없을까 생각했죠. 그런데 마음만 앞서고 점자나 촉각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서 꿀록 탐정님께 도움을 청하게 됐습니다. 혹시 시간을 내서 기초부터 강의를 해주실 수 있을까요?”

 

그렇게 심청재단에 오게 된 꿀록 탐정은 연구실에 있는 사람들을 둘러봤어요. 심학규 씨와 여러 연구원이 모여 점자책을 만드는 데 열중하고 있었죠. 모두 열정이 가득한 초롱초롱한 눈빛이었어요.

 

“흠흠.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점자는 시각장애인이 손가락으로 볼록 튀어나온 점을 읽을 수 있게 한 특수 문자입니다. 점자를 읽을 수 있는 건 우리 몸의 감각, 촉각 덕분이죠.”

 

 

# 통합과학 개념 이해하기

점자를 읽을 수 있는 이유, 촉각 수용체 덕분!

 

우리가 어떤 물체가 뜨거운지 차가운지, 날카로운지 무딘지, 거친지 매끄러운지를 알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촉각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에요. 촉각을 통해 우리는 다양한 사물을 느끼고, 우리의 몸을 지키며 다른 사람과 따스한 온기를 나누며 살아갈 수 있어요.

 

시각은 눈, 후각은 코, 청각은 귀, 미각은 혀라는 특별한 기관들이 담당하고 있지만, 촉각은 우리 몸 전체에서 느낄 수 있어요. 우리 몸을 덮고 있는 피부 덕분이죠. 피부는 압력, 온도, 질감, 진동, 통증 등을 느낄 수 있는 감각 수용체로 가득 차 있답니다.

 

우선 피부 표면에서 비교적 가까운 진피층에는 ‘마이스너 소체’라는 솔방울 모양의 수용체가 있어요. 마이스너 소체는 접촉을 느끼는 촉각을 담당하는 수용체예요. 사람의 손가락이나 입술에 가장 많고, 매우 예민해서 깃털로 간질이는 가볍고 부드러운 촉감도 느낄 수 있지요. 점자를 읽을 수 있는 것도 마이스너 소체 덕분이에요.

 

손가락 끝에는 ‘메르켈 원반’이라 불리는 수용체도 많아요. 손가락으로 입술을 지그시 누르는 정도의 가벼운 압력과 느린 진동에 반응하고, 물체의 모양(테두리나 모서리), 오목함과 볼록함을 감지할 수 있어요.

 

피부의 깊숙한 곳에도 많은 감각 수용체들이 있어요. ‘루피니 소체’는 늘어나거나 쥐어짜는 감각을 감지할 수 있고, 따뜻함을 느끼게 해줘요. 반면 ‘크라우제 소체’는 차갑고 낮은 온도를 알려주지요. 피부 가장 깊숙이 있으면서 센 압력과 진동을 감지해, 거칠고 부드러운 질감을 구별하는 ‘파치니 소체’도 있답니다.

 

이렇게 다양한 수용체에서 받아들여진 정보는 신경을 통해 뇌로 전달돼요. 뇌에는 여러 감각을 담당하고 처리하는 영역이 있어요. 예전 경험과 수용체로부터 전해진 정보를 비교해 어떤 감각인지를 판단해 주죠. 이를 통해 방금 쓰다듬으려고 했던 것이 강아지의 털인지, 선인장의 가시인지를 알 수 있게 된답니다.

 

 

 

# 통합 과학 만들기

햅틱 기술로 가상현실에서 생생한 촉감을 느낀다!

 

2018년 개봉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에서 주인공은 슈트를 입고 가상현실로 들어간 뒤, 현실과 똑같은 촉감을 느껴요. 이렇게 실제처럼 촉감을 느낄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기술을 ‘햅틱’이라고 해요. 아직까지 영화 속 기술처럼 현실과 구별이 어려울 정도로 생생한 촉감을 느끼기는 어렵지만, 우리 주변에도 이미 햅틱 기술을 쉽게 찾아볼 수 있어요. 스마트폰의 알림 진동이나 게임 속에서 적의 공격을 받으면 흔들리는 컨트롤러 등이 그 예죠.

 

연구자들은 가상현실에서 다양한 촉감을 느끼기 위한 햅틱 장치를 개발하고 있어요. 하지만 지금까지 개발된 햅틱 장치들은 부피가 크고 전선이 많아 사용하기 불편했어요. 지난해 12월, 홍콩시립대학교 연구팀은 인공 피부처럼 얇고 가벼운 데다 무선으로 쓸 수 있는 햅틱 장치 ‘위택(WeTac)’를 개발했어요.

 

이 장치는 팔뚝에 붙이는 무선 통신 기기와 배터리, 손바닥에 32개의 전극이 붙어 있는 투명한 패치로 이뤄져 있어요. 장치를 손에 붙이면, 전극에 전류가 흘러 촉각을 느끼게 해주는 방식이에요. 유연하고 가벼워 다양한 자세와 손 동작을 할 수 있고, 안전장치가 있어 감전의 위험도 없어요. 연구팀은 이 장치를 착용하고 게임에서 손바닥 위를 뛰어다니는 쥐를 느끼는 등 다양한 촉감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답니다.

 

또 다른 홍콩시립대학교 연구팀도 손가락 끝에 골무처럼 끼워 촉각을 느낄 수 있는 장치를 개발했어요. 연구팀은 이 장치를 이용해 시각장애인들이 배우기 훨씬 쉬운 새로운 점자 인식 방식을 실험했어요. 손끝에 장치를 착용하면, 알파벳의 획과 순서를 인식해 어떤 알파벳인지 쉽게 파악할 수 있다는 거예요. 홍콩시립대학교 기계공학과 양 정바오 교수는 “이 장치를 이용하면 익숙한 알파벳 체계를 계속 사용할 수 있어 후천적으로 시력을 잃은 사람들에게 특히 유용할 것”이라고 말했어요.

 

 

 

# 에필로그

 

강의를 마친 꿀록 탐정을 보고 심학규 씨는 감사 인사를 건넸어요.

“역시 꿀록 탐정님께 부탁드리길 잘했네요. 탐정님의 강연에서 영감을 받아 이참에 책뿐만 아니라 햅틱 기술까지 넣은 점자 디스플레이도 만들어야겠어요. 앞으로 꿀록 탐정님께 꾸준히 과학 자문을 부탁드리겠습니다!”

“영광입니다. 동화나라 시각장애인들도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과학 콘텐츠를 즐길 수 있도록 열심히 해보죠.”

연구실에 있는 모두가 꿀록 탐정의 이야기를 듣곤 한마음으로 외쳤어요.

“심청재단, 가 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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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9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 오혜진 객원기자
  • 일러스트

    박정제
  • 디자인

    정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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