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해외 출장은 처음이라 너무 설레요, 탐정님!”
꿀록 탐정 사무소의 명성(?)이 다른 대륙의 동화마을에까지 퍼지는 바람에, 꿀록 탐정과 개코 조수는 처음으로 해외 출장을 가게 됐어요. 설레는 마음으로 비행기에 들어선 둘은 좌석을 찾다가 익숙한 얼굴들과 마주쳤어요.
“어?!”
● 동화마을에 무슨 일이? ⏐ 아이돌을 보러 가던 웬디에게 닥친 위기
앞자리에는 피터팬과 웬디가 앉아 있었어요. 꿀록 탐정과 개코 조수는 두 사람과 반갑게 인사를 나눴죠.
“피터팬 군, 또 보네요. 오늘은 웬디 양도 함께군요! 그런데 복장이아 콘서트 보러 가나 봐요? 안 그래도 BTS가 동화 나라 투어를 연다는 소식으로 시끌시끌하더군요.”
웬디는 ‘BTS’라고 쓰인 머리띠를 쓰고 BTS 티셔츠를 입고 있었어요. 누가 봐도 BTS 공연을 보러 가는 사람이었죠. 피터팬이 웬디를 못 말린다는 표정으로 한번 쓱 쳐다보고는 꿀록 탐정에게 말했어요.
“맞아요, 탐정님. 웬디가 동화 나라에서 열리는 모든 공연을 전부 보겠다고 하는 바람에저도 한 번쯤은 BTS 공연을 직접 보고 싶어서 같이 따라왔어요. 사실 저는 날아서 가도 되지만, 웬디가 다른 BTS 팬들에게 ‘굿즈 나눔’을 할 거라고 짐을 잔뜩 가져와서 그냥 비행기를 타고 가기로 했어요.”
그렇게 넷의 비행이 시작됐어요. 그런데 이륙 후 기내식을 먹고 부른 배를 두드리던 그때, 갑자기 비행기가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어요. 컵이 흔들려 물이 쏟아지고, 화장실에 가려고 일어났던 사람들이 휘청거리며 서로 부딪혔죠. 비행기를 처음 타본 웬디와 피터팬은 공포에 휩싸였어요.
“꿀록 탐정님, 이러다 비행기가 추락하면 어떡하죠? 너무 무서워요역시 짐이 무겁더라도 날아서 갔어야 했나 봐요.”
그런데 웬걸, 꿀록 탐정과 개코 조수는 별것 아니라는 듯 평온한 얼굴이었어요.
“피터팬 군, 웬디 양. 이건 갑자기 난기류 영역에 들어와서 그런 거예요. 조금만 기다리면 괜찮아질 테니 걱정 마요.”
그리고 곧장 기내 방송이 나오기 시작했어요.
“손님 여러분, 기류가 불안정합니다. 자리에 앉아 안전벨트를 매주십시오.”
● 통합과학 개념 이해하기 ⏐ 비행기가 흔들리는 원인은 난기류
비행기가 다니는 높은 고도에서는 보통 공기의 흐름이 일정해 안정적으로 비행을 할 수 있어요. 이렇게 공기 분자들이 흐트러지지 않고 일정한 방향으로 흐르는 것을 ‘층류’라고 해요.
그런데 무언가가 이 흐름을 방해하면 공기의 속도와 방향이 달라져 공기의 흐름이 불규칙적으로 변해요. 공기가 위아래로 제각각 움직이며 소용돌이가 생기는 것을 ‘난기류(난류)’라고 해요. 그래서 난기류가 있는 지역을 지날 때 비행기가 흔들리는 거예요. 잘 포장된 도로를 달리던 자동차가 갑자기 울퉁불퉁한 길에 접어들면 흔들리는 것과 마찬가지죠.
그렇다면 난기류는 왜 생길까요? 우선 나무나 높은 건물, 산과 같이 공기의 흐름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있을 때, 이 장애물과 공기 분자들이 충돌하면서 불규칙한 소용돌이가 생겨 난기류가 만들어질 수 있어요.
또, 태양열을 받아 따뜻해진 공기는 가벼워 위로 상승하면서 팽창해요. 위로 상승한 공기를 아래에 있는 차가운 공기가 채우면서 상승기류가 발달해 난기류가 만들어져요. 다만 상승기류에는 보통 수직으로 긴 구름인 적란운이 생기기 때문에 비행기 조종사는 이 구름을 보고 난기류가 있을 것을 예측해 경로를 조정할 수 있어요.
이 외에도 폭풍이나 뇌우(천둥 번개와 함께 내리는 비)처럼 궂은 날씨로 인해 공기의 흐름이 불규칙해져 생기는 난기류가 있습니다.
그런데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에도 난기류가 생길 수 있어요. 이를 ‘청천 난기류’라고 하는데, 예측하기가 어려워요. 청천 난기류는 주로 지구 위를 서쪽에서 동쪽으로 흐르는 ‘제트기류’ 때문에 일어나요. 제트기류는 비행기가 다니는 높은 고도에서 시속 100~250km로 부는 강한 바람이에요. 제트기류와 그 주변 공기 사이는 속도 차이가 커서 바람의 방향이나 세기가 바뀌면서 난기류가 만들어져요.
비행기는 엄청난 압력과 충격에도 견디도록 설계돼 있어 난기류 때문에 비행기가 추락하거나 파손되는 일은 거의 없답니다. 대신 안전벨트는 꼭 메고 안전하게 앉아 있어야 해요!
● 통합과학 넓히기 ⏐기후변화로 난기류가 증가한다?
지난해 12월, 미국 애리조나주에서 출발해 하와이 호놀룰루로 향하던 비행기가 심한 난기류를 만나 36명의 승객이 다치는 사고가 일어났어요. 비행 중 난기류는 쉽게 만날 수 있는데, 넘어지거나 선반에 있던 짐이 떨어질 수 있어 조심해야 합니다. 난기류로 인한 부상은 비행기 관련 부상의 71%를 차지하고 있다고 해요.
최근 영국 레딩대학교 연구팀은 기후변화로 난기류가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기후 역학’에 발표했어요. 연구팀은 지구의 기후 모델을 적용해 북대서양 하늘의 기상 조건을 시뮬레이션했습니다. 그 결과, 지표면 근처의 온도가 1。 올라갈 때마다 청천 난기류 현상이 여름과 가을에 14%, 겨울과 봄에는 9%씩 증가한다는 것을 알아냈죠.
연구팀은 2017년에도 기후변화로 2050~2080년까지 청천 난기류가 전 세계적으로 2~3배 이상 증가할 것이고, 난기류를 겪는 시간도 늘어날 것이라고 발표한 적이 있어요. 지금은 한 비행에 평균 10분 정도의 난기류를 겪지만, 앞으로는 20~30분가량 더 긴 난기류를 만날 수도 있다는 거예요.
장거리를 이동하는 비행기는 고도 약 10km 구간, 즉 지구의 대류권과 성층권 사이를 주로 날아요. 그런데 기후변화로 지구의 온도가 오르면 지구에서 가까운 대류권의 높이가 더 높아져요. 대류권에서는 대기가 불안정해 대류 운동이 활발하기 때문에 난기류를 만날 확률이 커집니다. 연구팀은 난기류가 자주 발생하면 이를 피하기 위해 비행경로가 더 길고 복잡해질 수 있다고 말했어요. 그러면 비행기의 이동 시간이 더 길어져 결과적으로 연료 소비가 늘고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악순환이 이뤄질 수 있어요.
청천 난기류는 기상 레이더로도 감지하기 어려워 대비하기가 쉽지 않아요. 레이저를 쏘아 청천 난기류를 미리 감지하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지만, 실제 상황에 적용되려면 아직 멀었죠. 연구팀은 “난기류 지역을 통과할 때는 안내방송에 따라 좌석에 앉아 안전벨트를 착용하고, 승무원의 지시에 따르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고 강조했어요.
●에필로그
피터팬과 웬디는 안내방송에 따라 안전벨트를 매고, 크게 심호흡했어요. 10분쯤 지나자 난기류 영역을 통과했는지 비행기의 흔들림이 잠잠해졌어요. 표정이 밝아진 웬디가 피터팬에게 말했죠.
“휴~, 큰일 나는 줄 알았네. 자, 그럼 이제 콘서트 준비를 해볼까? 자고로 콘서트의 재미는 응원이지! 남은 비행시간 동안 나랑 같이 BTS 노래 응원법을 외워 보자!”
피터팬은 얼굴을 감싸며 말했어요.
“으악! 난기류를 견뎠더니 또 다른 난관이 찾아왔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