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6일, 장대비가 쏟아지는 장태산자연휴양림에 지구사랑탐사대가 모였어요. 바로 ‘이끼도롱뇽’ 탐사를 하기 위해서였지요. 폭우 속에서도 이끼도롱뇽을 찾겠다는 열정이 불타올랐던 탐사 현장으로 함께 떠나 봐요!
만나기 힘들다는 이끼도롱뇽을 단번에 발견?!
“이끼도롱뇽은 미주도롱뇽과에 속하는 우리나라 고유종이에요. 이끼가 많은 바위 밑에서 주로 볼 수 있어서 이런 이름이 붙었지요.”
본격적인 탐사를 시작하기 전, 지사탐 대원들은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생화학교실의 전종윤 연구원에게 이끼도롱뇽에 대한 설명을 들었어요. 원래 미주도롱뇽은 아메리카 대륙과 유럽 일부 지역에만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졌어요. 그러다 2005년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우리나라 장태산에서 발견돼 전세계 생물학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지요.
“사실 이끼도롱뇽은 워낙 발견하기 힘들어요. 이들은 15~20℃의 습기가 많은 곳을 좋아하는데, 이번 여름 내내 폭염과 가뭄이 심했죠. 지금 다행히 비가 오고 있지만, 땅 밑까지 적실만큼은 아니어서 아쉽지만 오늘 이끼도롱뇽을 만나기 힘들 수도 있어요.”
헉! 폭우를 뚫고 왔는데, 이끼도롱뇽을 만나지 못할 수도 있다니! 지사탐 대원들의 얼굴에 잔뜩 실망한 표정이 나타났어요. 그런데 그때, 갑자기 리즈 팀의 이원재 대원이 소리쳤어요.“어? 여기 이끼도롱뇽이 있어요!”
전종윤 연구원과 지사탐 대원들은 이원재 대원이 있는 곳으로 한달음에 달려갔어요. 낙엽이 쌓인 돌 밑을 들추자, 갈색을 띠고 있는 이끼도롱뇽의 모습이 보였지요. 모두가 반가워하며 이끼도롱뇽을 관찰했어요. 전종윤 연구원은 “이끼도롱뇽은 보통 수명이 8년 정도 되는 것으로 추정한다”며, “이 이끼도롱뇽은 두세 살 정도로, 사람으로 따지면 청소년기에 해당한다”고 말했답니다.
돌과 낙엽을 들추자 이끼도롱뇽이 까꿍!
“우리가 있는 구역에 이끼도롱뇽이 있다는 게 확인이 됐으니, 본격적으로 탐사를 시작해 볼까요? 그런데 여기서 주의해야 할 것이 두 가지 있어요. 먼저, 돌 틈 사이에서 뱀이 나타날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해요. 그리고 돌이나 낙엽을 들추고 나면 다시 원래대로 돌려놓아야 해요. 이끼도롱뇽에게 돌이나 낙엽은 우리로 치면 집의 가구와 같거든요. 그래서 가구를 마구 어지럽혀 놓으면 후각에 의존해서 살아가는 이끼도롱뇽이 자기 방을 찾지 못할 수도 있지요. 조심해서 찾아봅시다!”
전종윤 연구원의 안내에 따라 모두가 이끼도롱뇽을 찾아 나섰어요. 미리 준비한 목장갑을 손에 끼고 이끼도롱뇽이 좋아하는 환경인 경사진 곳에서 돌과 낙엽을 들추어 봤지요. 이끼도롱뇽을 비롯한 미주도롱뇽은 다른 도롱뇽과 달리 폐가 없이 피부로만 호흡을 해요. 그래서 우리가 맨손으로 만지면 사람의 체온에 피부가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되도록 장갑을 끼고 만지는 것이 좋답니다.
점점 굵어지기 시작하는 빗줄기를 뚫고 한참 동안 탐사했지만 이끼도롱뇽을 쉽게 발견할 수는 없었어요. 그래도 탐사를 도와주러 온 지사탐 어벤져스 배윤혁 연구원과 허경만 연구원의 도움으로 또 다른 이끼도롱뇽을 만날 수 있었지요.
자연이좋아 팀의 신민제 대원은 도롱뇽을 발견하기도 했어요. 도롱뇽은 이끼도롱뇽과 달리 짙은 녹색을 띠고, 몸 전체에 반짝이는 회색 무늬를 지니고 있었지요. 신민제 대원은 “비가 오는 것도 잊을 정도로 이끼도롱뇽을 찾는 게 재밌었다”며 “이끼도롱뇽과 도롱뇽 모두를 찾고 관찰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소감을 말했어요.
● “이끼도롱뇽의 매력에 빠져 연구하고 있어요!” - 전종윤(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생화학교실 연구원)
지난 8월 어과동에 아마존 시리즈를 연재한 전종윤 연구원은 서울대학교에서 양서파충류를 연구하고 있어요. 이끼도롱뇽 역시 주요 연구 주제 중 하나지요.
Q 이끼도롱뇽을 어떻게 연구하게 되셨나요?
미국에서 사는 도롱뇽이 어떻게 우리나라에 살게 됐을까 궁금해서 탐구해 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어요. 저에겐 이끼도롱뇽이 다른 도롱뇽에 비해 예쁘고 똑똑해 보이기도 했고요. 또 다른 도롱뇽에 비해 찾기 어렵다는 것도 매력 있었어요. 보통 도롱뇽들은 번식기에 연못에 가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데, 이끼도롱뇽은 복불복이라서 발견하기가 어렵거든요. 이렇게 찾기 어려운 이끼도롱뇽을 발견했을 때 느끼는 희열과 보람이 커서 계속 연구하고 있답니다.
Q 이끼도롱뇽은 우리나라에서 어떻게 발견됐나요? 그리고 왜 우리나라에 살게 됐을까요?
2003년, 미국인 과학교사 스티븐 카슨이 어린이들과 함께 대전 장태산으로 현장 교육을 갔어요. 그때도 지사탐 대원들처럼 어린 학생이 먼저 이끼도롱뇽을 발견했다고 해요. 카슨은 미주도롱뇽이 한국에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서 미국의 교수에게 연락을 했어요. 이후 2005년 한국과 미국의 공동 연구팀이 이를 연구해 세상에 발표하게 된 거예요. 그래서 이끼도롱뇽의 학명도 발견자 이름을 따서 ‘칼세니아 코리아나(Karsenia koreana)’라고 한답니다.생물지리학상 이끼도롱뇽이 아시아 중 한국에서만 발견된다는 건 놀라운 일이에요. 현재 과학자들은 백악기 말에 아메리카 대륙과 우리나라가 육로로 이어져 있었을 것이라고 추정해요. 그래서 우리나라 동쪽으로 미주도롱뇽이 넘어오게 된 거죠. 이후 간빙기가 되면서 육로가 끊기고, 우리나라 안에서 백두대간을 따라 분포하게 됐을 것으로 보고 있어요.
Q 어린이과학동아 친구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려요.
이끼도롱뇽은 한국에 아주 오래 전부터 살았지만 비교적 최근에 발견됐기 때문에 생태나 행동에 대해 밝혀진 게 거의 없어요. 아직 알아낼 것이 무궁무진하지요. 그런데 최근 폭염과 가뭄, 공기오염이 점점 더 심해지고 있어요. 습도와 온도가 중요한 서식 조건인 만큼 이끼도롱뇽은 환경 문제에 취약해요.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생존에 위협을 받을 수 있지요. 이끼도롱뇽은 생물학적으로 중요한 종이라는 걸 기억하고, 서식지가 파괴되지 않게 도와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