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한데 스마트폰으로 게임이나 할까 했더니 보호자한테 허락을 받아야 설치할 수 있다는 거야...! 괜히 한소리 듣기 싫어서 유튜브를 보려고 했는데, 이번엔 연령 제한이 있다며 인증을 하라지 뭐야?
온라인 미디어에도 연령 제한이 있다는 거..., 너희도 알고 있니?
미디어 이용 연령 제한 들어봤니?
놀이동산에서 가장 좋아하는 놀이기구는 무엇인가요? 가파른 경사와 급커브를 빠른 속도로 달리는 롤러코스터를 좋아하나요? 아니면 다른 사람과 ‘쾅!’ 하고 부딪치는 범퍼카는요? 그런데 즐겁고 스릴 넘치는 놀이기구일수록 아무나 탈 수 없어요. 키나 몸무게에 제한이 있기 때문이죠. 몸집이 너무 작거나 크면 위험할 수 있거든요.
미디어에도 제한이 있다는 사실 알고 있나요? 키나 몸무게를 제한하는 것은 아니에요. 미디어는 바로 ‘나이’를 제한한답니다. 아마 여러분도 이 규칙을 잘 알고 있을 거예요. 우리가 자주 손에 쥐고 있는 스마트폰도 사용 연령 제한이 있으니까요. 스마트폰에 사용자의 계정을 등록할 때 특정 나이보다 어리면 반드시 보호자의 동의를 받아야 하고, 또 보호자가 사용 시간이나 앱 설치 등을 관리할 수 있도록 되어 있어요. 그래서 우리가 게임을 설치하거나 밤늦게 스마트폰을 하고 싶어도 보호자가 허락을 해줘야 하죠. 이것도 미디어의 연령 제한이라 할 수 있어요.
우리가 많이 사용하는 유튜브에도 이용 연령 제한이 적용돼 있어요. ‘음, 유튜브를 볼 때 연령 제한 같은 것은 못 봤는데?’라고 생각할지도 몰라요. 하지만 유튜브는 알고리즘을 활용해서 나이가 어린 사용자에게는 나쁜 콘텐츠를 숨겨요. 또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은 콘텐츠를 숨기는 것에서 더 나아가 사용자가 특정 나이보다 어리면 가입조차 할 수 없죠. 우리나라는 만 14세 미만으로 제한하며, 국가마다 제한 나이는 차이가 있어요.
나이에 따라 이용할 수 있는 연령 제한 규칙은 왜 만들어졌을까요? 나이를 정한 기준은 무엇이며 제한은 효과가 있을까요? 오늘은 미디어의 이용 연령 제한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엄격한 제한보다 단단한 리터러시를 갖추는 게 중요해
미디어엔 여러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요. 예를 들어, 폭력적인 영상을 보고 따라하거나 끔찍한 장면을 보면 트라우마가 생길지도 몰라요. 그래서 위험을 알아차리고 안전히 미디어를 이용할 때까지 제한하는 것이죠.
하지만 요즘은 많은 어린이가 연령 제한이 있는 앱을 사용하고 있어요. 실제로 최근 발표된 앱 사용 조사(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2022년 10대 이하가 많이 사용한 앱은 TOP 10 안에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틱톡 등이 들기도 했어요. 이런 앱에 가입할 때 불법적인 방법으로 나이를 속여 가입하는 경우도 있거든요. 이런 문제로 기업들은 신분증을 사진으로 찍어 인증하게 하거나, 인공지능이 사용자가 업로드하는 사진이나 글을 분석해서 나이를 분석하는 기술을 개발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기술에도 사각지대는 있기 마련이에요. 예를 들어 유튜브 라이브 방송은 시청 연령 등급을 매겨둔 콘텐츠와 달리 미리 시청 연령 등급을 매기지 못해 어린이도 제한 없이 볼 수 있어요. 그래서 미디어 속 위험을 스스로 알아차리고 안전하게 이용하는 능력, ‘미디어 리터러시’가 매우 중요해요.
그렇다면 리터러시는 몇 살쯤 형성될까요? 먼저 미디어 속 위험을 알아차리려면 어떤 상황이나 대상을 볼 때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것까지 생각할 수 있는 비판적 사고력이 필요해요.
또 내가 어떤 위험에 처했을 때 그 위험으로부터 안전하게 피하거나 문제를 해결하는 문제해결력이 필요해요. 어린이 성장을 오랫동안 연구해온 아동학자 피아제 등에 따르면 인간은 만 12세부터 이러한 고차원적 사고력을 잘 사용할 수 있어요. 사회문화적인 맥락, 아동심리 등 여러 가지 요소를 반영해 미디어의 이용 연령 제한은 만 14세를 기준으로 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무조건 나이로 이용을 제한하는 것이 효과적인 해결 방법일까요? 사실 나이만으로 미디어 리터러시를 갖추었는지 판단하기는 어려워요. 왜냐하면 고차원적인 사고력이 만 14세가 된다고 해서 저절로 생겨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죠.
미디어 이용 연령 제한은 어린이에게 필요하지만, 어떤 규칙이든 사각지대는 있기 마련입니다. 하나의 규칙이 미디어 속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려워요. 미디어를 안전하게 사용하려면 이용 연령 제한을 적용하는 것은 물론이고, 스스로 단단한 미디어 리터러시를 갖추는 것도 중요해요. 미디어 리터러시는 자신의 노력이나 학습에 따라서 얼마든지 어린 나이에도 갖출 수 있으니 우리 모두 리터러시를 열심히 배워 보아요!
※필자소개
김지훈(부산 창진초 교사)
안전하고 신나는 디지털 세상을 꿈꾸는 초등학교 선생님입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디지털 리터러시와 미디어 리터러시는 무엇인지 고민하며 학습자료를 만들고 수업을 실천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