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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동물원 만들기, 세 번째 시간입니다. 그동안 동물행동 풍부화와 사육관리 훈련으로 동물들의 복지 상태를 좋게 만드는 방법을 알아봤어요. 하지만 진짜 좋은 동물원이라면 ‘야생동물 보전’이라는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레서판다 레아와 레시의 이야기를 한번 들어볼까요?

레서판다를 지키기 위해 전 세계가 나섰다!

올해 초, 에버랜드에는 암컷 레서판다 ‘레아’가 이사왔습니다. ‘국제 종 관리 계획’에 따라 수컷 레서판다 ‘레시’를 만나러 온 거예요. 야생 레서판다는 서식지인 대나무숲이 파괴되는 등 여러 이유로 인해 최근 50년간 그 수가 절반 이상 감소했어요. 그래서 전 세계 사람들이 모여 야생과 동물원에서 동시에 레서판다를 보전할 방법을 논의했습니다. ‘보전’은 ‘온전하게 보호하여 유지함’이라는 뜻으로, 살아있지 않은 문화재나 표본에 쓰이는 ‘보존’과 구분됩니다. 국제 종 관리 계획을 운영하는 과학자들은 레서판다의 유전적 다양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추천해요. 남은 레서판다들의 유전정보를 분석해서 어떤 레서판다들이 서로 만나 새끼를 낳아야 한 무리 속에 유전자의 종류가 다양해질지 살피죠. 그럼 환경이 바뀌어도 잘 적응하여 무리가 살아남을 가능성이 커지거든요. 한 마리 한 마리의 건강도 더 좋아지고요. 전 세계 동물원에 있는 1000여 마리의 레서판다들이 서로 연결되어 관리되는 거예요. 레서판다 레아가 레시를 만나러 에버랜드 동물원까지 새롭게 오게 된 이유지요.

동물원에 있는 적은 수의 동물로 어떻게 야생에 있는 동물들을 보전하냐고요? 야생동물 보전은 어떤 한 동물원 혼자 하기에는 어려운 일이에요. 하지만 멸종위기종 보전이라는 같은 목표를 이루기 위해 여러 보전단체와 정부가 힘을 합치면 가능합니다. 동물원에서는 레서판다 같은 멸종위기동물을 과학적으로 번식시켜 건강한 동물을 많이 늘리고, 사람들에게 멸종위기동물에 대해 알리고 교육해요. 야생에서 동물을 보호하는 사람들은 서식지가 파괴되지 않도록 하고, 밀렵꾼을 감시하죠. 정부는 보호구역 설정, 밀렵 금지 등 법과 제도로 동물을 보호하고, 과학자들은 야생동물이 어떻게 하면 계속 잘 살아갈 수 있을지 그 방법을 연구한답니다.

좋은 동물원의 조건은?

인간의 활동이 늘어나며 멸종위기동물이 늘어나고 있어요. 실제로 아라비아오릭스, 황금사자타마린, 캘리포니아 콘도르 같은 종들은 야생에서 급격히 줄어들다가 지구상에서 사라질 뻔했어요. 다행히 동물원에서 이들을 잘 번식시킨 뒤 야생으로 돌려보낼 수 있었죠. 이를 재도입 또는 종복원이라고 해요. 사육 상태에서 동물을 번식시켜 그 수를 늘린 후 야생으로 돌려보내는 과정입니다. 이때 사육 및 번식 전문가들이 연구한 동물 관리 방법이 많이 활용돼요. 반대로 동물원에서 멸종위기동물을 돌보며 연구한 내용이 전문가들에게 다시 활용되기도 하고요.

동물원은 야생동물 및 생물다양성 보전에 대한 교육 활동도 합니다. 여러 연구 결과, 동물원에서 실제 동물을 만나고 교육을 받으면 그 동물을 돕고 싶은 마음이 더 생긴다고 알려졌어요. 물론 동물원에서 보전 교육을 하고 기금을 마련한다고 동물에게 야생동물답지 않은 동작을 강요하거나 동물을 웃음거리로 만드는 서커스를 연다면 좋은 동물원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동물원에서는 언제나 동물이 행복하고 존중받는 것이 먼저여야 해요.

좋은 동물원의 모습을 정리해 볼까요? 어떤 동물원에서 동물이 야생에서 활동하는 것처럼 적절한 환경을 마련해주는 동물행동 풍부화와, 동물의 스트레스를 덜어주는 사육관리 훈련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면 좋은 동물원이라고 할 수 있어요. 방문객이 멸종위기종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고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면 더욱 좋은 동물원이겠죠. 더 나아가 실제로 멸종위기종을 보호하고 보전하는 노력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면 그곳은 정말 좋은 동물원이라고 할 수 있을 거예요. 여러분도 더 좋은 동물원이 많이 생겨날 수 있도록 우동수비대에 참여하며 동물원 환경 개선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 주세요!

※필자소개.

송혜경. (에버랜드 주토피아기획그룹 프로) 미국 조지메이슨대학교에서 동물원수족관학을 공부하고 현재는 에버랜드 동물원(주토피아)에서 동물 복지와 보전을 담당합니다. 동물원을 통해 사람들이 야생동물과 자연의 매력을 발견하고 함께 보호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