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봐! 분위기가 달달한 걸 보니, 모기 두 마리가 소개팅을 하고 있나 봐. 암컷 모기는 수컷 모기가 마음에 든 눈치인데…. 수컷 모기는 영 아니네? 무슨 이유일까?
소개팅이 별로였니?
나는 세로토닌 억제 물질이 투여된 수컷 모기야. 수컷 모기의 귀는 작은 털처럼 생겨서 암컷 모기가 내는 고주파음에 반응해. 이 과정에서 신경 전달 물질인 세로토닌이 분비되는데, 이 물질은 “주위에 암컷 모기가 있으니 찾아가라”는 명령을 내리지. 그런데 나처럼 세로토닌 억제 물질을 투여한 모기는 귀가 잘 안 들리게 돼. 방금 소개팅에 나온 암컷 모기가 말하는 것도 마치 외국어를 말하는 것처럼 하나도 알아듣질 못했어.
세로토닌 억제 물질이 영향을 끼친 거야?
세로토닌은 다양한 곤충 종의 생리 현상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그래서 일본 나고야대학교 카미코우치 아즈사 생명과학과 교수팀이 세로토닌 억제 물질을 투여한 수컷 모기의 귀를 레이저로 조사했지. 레이저는 매우 민감한 측정 도구로 모기 귀의 아주 작은 진동도 감지할 수 있거든. 연구팀은 실제로 수컷 모기 귀의 진동이 감소한 걸 확인했어. 수컷 모기가 반응하는 주파수의 범위와 실제 모기의 대응도 모두 감소했지.
세로토닌 억제 물질을 투여한 이유가 뭘까?
모기는 인간의 피를 빨아먹는 과정에서 말라리아 같은 심각한 질병을 옮길 수 있어. 모기 수를 줄이기 위해 살충제를 쓸 수도 있지만, 다른 곤충이 죽을 수 있고 살충제 성분이 먹이 사슬을 통해 다른 동물과 인간에게 전달될 수도 있는 문제가 있어. 그래서 카미코우치 교수는 “모기가 사람을 무는 것을 막기보다 우선 모기가 적게 태어나도록 해 보자”며, 모기의 짝짓기를 방해하는 방법을 생각한 거야.
그럼 내년 여름엔 모기가 줄어들까?
시간이 필요할 거 같아. 수컷 모기의 세로토닌을 수용하는 특정 영역을 찾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거든. 세로토닌 분비의 억제가 수컷 모기의 청력에 영향을 끼친다는 건 알았지만, 정확히 수컷 모기의 어떤 영역에서 세로토닌과 관련된 반응이 일어나는지는 아직 모르는 상황이야. 연구에 참여한 매튜 수 박사는 “모기의 특정한 세로토닌 수용체를 찾는 것이 목표”라며, “수용체를 찾는다면 다른 생물에게 영향을 끼치지 않고 모기의 세로토닌만 조절해 모기 개체 수를 조절할 수 있다”고 말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