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지구에 사는 인간은 모두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
단 한 종입니다. 하지만 수십만 년 전 유럽에는 네안데르탈인, 러시아와 동남아시아 등에는 데니소바인이라는 인류가 있었죠. 과거를 다녀온 것도 아닌데 지금은 사라진 인류의 존재를 어떻게 알 수 있었을까요?
스반테 페보 박사는 그 비밀을 밝혀내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습니다.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화석 연구에 성공하다
우리 인류 호모 사피엔스는 약 20만 년 전 아프리카에서 처음 등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후 유럽과 아시아로 건너가 살게 됐죠. 그러면 그 이전에는 유라시아 대륙에 누가 살고 있었을까요? 바로 ‘네안데르탈인’입니다. 네안데르탈인은 약 40만 년 전부터 유럽을 중심으로 중앙아시아까지 널리 살았습니다. 그들은 1856년 독일 네안데르 계곡에서 뼈 화석이 발견되며 세상에 알려졌죠.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독일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 스반테 페보 소장은 1990년대부터 네안데르탈인의 뼈 화석의 유전자를 분석해 현생 인류가 네안데르탈인과 어떤 관계였는지 연구했어요. 하지만 화석으로부터 유전자를 추출해 분석하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유전 정보를 담고 있는 물질인 DNA는 오랜 세월이 지나면서 변형되거나 조각조각 끊어져 해독이 어려웠거든요. 게다가 뼈 화석에는 뼈 주인의 DNA보다 다른 미생물들의 DNA가 압도적으로 많을 정도로 오염된 경우도 있었어요. 화석에서 DNA를 잘 추출하더라도, 이를 현재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의 DNA와 비교하고 분석할 수 있어야 합니다. 호모 사피엔스의 유전자 지도가 완성되고, 유전자 정보를 대조하는 생물정보학 기술이 발전하면서 페보 소장은 현재 인류에게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가 1~4% 정도 있다는 사실을 밝혀낼 수 있었지요. 생물의 진화가 어떻게 일어나는지 연구하는 이화여자대학교 에코과학부 김유섭 교수는 “스반테 페보 소장은 해독이 어려운 고대 인류의 유전자를 성공적으로 분석해 현생 인류의 발자취를 밝혀냈다”며 수상 이유를 요약했습니다.
인간을 포함한 생명체의 과거를 알아내는 건 왜 중요할까요? 김유섭 교수는 “인류는 100만 년이 넘는 시간을 사냥과 채집을 하며 살았다”며 “지금 인류가 앓는 비만 등 다양한 문제점은 과거의 유전자와 현대 생활 환경의 불일치 때문”이라고 설명했어요. 이어 “수많은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분석해 계보를 만들고, 감염 경로를 추적한 것 또한 진화생물학자들이 이룬 일”이라며 “현재 지구에 사는 생명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과거를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