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인터뷰] 어린이와 그림책 작가가 만나다! 이수지

제36회 인촌상 수상자

 

 

9월 29일, 어과동 독자기자 4명이 한자리에 모였어요. 국내 최초 안데르센상● 수상자가 된 데 이어 인촌상까지 받은 이수지 그림책 작가를 만나기 위해서였지요. 이수지 작가는 긴장한 모습이 역력한 독자기자들을 반갑게 맞이했습니다. “안녕? 난 수지야.”

●안데르센상 : 국제아동청소년도서협의회가 아동문학에 지속적으로 기여한 글작가 1명과 그림작가 1명을 2년마다 선정해 수여하는 세계적인 상.

 

 

 

이수지 작가, 직접 그림책을 읽어 주다!
이수지 작가의 작업실에 들어서자 햇빛이 들어오는 창가에 파란 그림 여러 장이 가로로 이어진 게 보였어요. 2020년 발간된 이수지 작가의 그림책 ‘물이 되는 꿈’이었지요. 파란 수채 물감으로 소년이 유영하는 모습을 그린 이 책은 아코디언처럼 펼쳐져 길이가 5.7m에 달해요. 이 책 외에도 작업실의 테이블 위와 두 방은 전 세계 그림책으로 가득차 있었어요. 이수지 작가는 “여기서 그림책 구경하고 가도 돼!”라고 말했어요.


이날은 이수지 작가가 36회 인촌상 언론·문화 부문을 수상한 것을 기념해 어과동 독자기자들이 작가를 인터뷰한 날이었어요. 인촌상은 인촌기념회와 동아일보사가 인촌 김성수 선생의 유지를 기리기 위해 만든 상으로, 매년 5개 부문에 시상을 하고 있어요. 김경태 독자기자는 “평소에 작가님의 책을 도서관에서 많이 봤다”며, “작가님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왔다”고 말했지요.


이수지 작가는 그림책에 음악을 활용하고(‘여름이 온다’), 그림책에 빈 페이지를 일부러 만드는(‘거울 속으로’) 등 신선한 시도로 유명해요. 김은률 독자기자는 “글이 없는 그림책을 보면 어떻게 읽어야 할지 막막한데, 어쩌면 좋겠냐”고 묻기도 했어요. 이 질문을 포함해 독자기자들의 궁금증에 이수지 작가는 책을 직접 들어 보이며 답해주었답니다.

 

 

 

어린이를 위한 것에 큰 상을 줘서 기뻐요

 

 

 

 Q안데르상과 인촌상을 받은 소감을 들려주세요. 
둘 다 큰 상이라서 기대를 전혀 안 했기 때문에 깜짝 놀랐어요. 안데르센상은 나이가 들 때까지 오랫동안 작업해온 사람이, 인촌상은 평생을 바쳐 자기 분야에 공헌한 사람이 받아왔거든요. 그래서 이 상을 왜 나에게 주셨을까 생각해 봤죠. 답을 찾지는 못했지만, 어린이가 보는 것에 이렇게 큰 상을 준 것은 좋은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른이 아니라 어린이를 맨 앞에 놔줘서요.

 

 Q언제부터 그림책 작가를 꿈꾸셨나요? 

 

 


책 ‘나의 명원 화실’에 제 이야기를 담았어요. 초등학교 2학년 때 엄마가 그림을 잘 그린다고 얘기한 것을 듣고 정말 제가 그림을 잘 그린다고 믿었어요. 그래서 엄마를 졸라서 동네에 있는 화실을 다녔는데, 선생님이 되게 이상했어요. 들어가면 “왔냐”하시고, 집에 가면 “가라”라고 말하는 게 끝이었거든요. 뭘 배웠는지는 저도 모르겠지만 큰 그림이 많은 화실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화가가 되고 싶었어요. 그때부터 그림 작가를 꿈꿨던 것 같아요.


 Q‘거울 속으로’에 빈 페이지가 있는 이유와 거울 속 소녀가 거울 밖 소녀와 서로 다른 행동을 하는 이유가 궁금해요. 
어떤 어른들은 그 빈 페이지를 보고 인쇄가 잘못된 줄 알고 책을 바꾸러 오기도 했지만, 제 의도였어요. 아무것도 없는 페이지를 한번 만들어 보고 싶었죠. 책에는 거울 밖 소녀와 거울 속 소녀가 나와요. 각각 진짜 소녀와 가짜 소녀라 할 수 있겠죠. 둘은 친해져서 함께 놀다가 섞여 버려요. 빈 페이지는 진짜 소녀와 가짜 소녀가 구분이 없어지는 상태를 보여주고 싶어서 넣었지요. 진짜 소녀가 거울 속으로 쏙 들어 갔다가 나온 뒤로는 이상한 일이 생겨요. 가짜 소녀가 진짜 소녀의 행동을 따라하지 않는 일 같은 거죠. 이 책, 아주 무섭죠?

 

 Q지금까지 쓴 책 중에 가장 애착이 가는 게 있나요? 
다 좋아해요. 그래도 있을 것 같잖아요? 없어요. 다만 제일 최근에 만든 책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그릴 때의 기억과 생각들이 생생하게 떠오르거든요. 최근에 그린 작품이 ‘여름이 온다’인데, 여기에서 테이블에 종이를 크게 펴고 음악을 틀어놓고는 춤추면서 그렸지요.

 

 Q‘여름이 온다’는 독자들이 음악을 들으면서 읽어야 해요. 이를 통해 어떤 체험을 하길 원하셨나요? 

 


그냥 음악처럼 자연스럽게 느끼고 즐기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우리가 음악을 들을 때는 분석하면서 듣지 않잖아요. 음악이랑 미술은 서로 다른 예술 같지만 이렇게 서로 만날 수 있다는 것도 보여주고 싶었어요.

 

 Q그림책 작가시면 아이들의 심리를 따로 공부하시나요? 
아이들의 심리를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아이들하고 잘 지내면 된다고 생각해요. 저도 자녀가 있는데요, 제가 책을 만들고 나면 걔네한테 가장 먼저 보여주고 물어봤어요. 그러면 아이들은 어떤 게 재밌고 어떤 게 재미없는지 이야기해줘요. 또, 다른 작가의 그림책을 보면서 많이 배워요. 그래서 이 작업실에 그림책이 참 많답니다.

 

 Q그림책에 등장하는 인물과 동물은 어떻게 떠올리세요? 
‘이 작은 책을 펼쳐봐’의 원작은 제시 클라우스마이어라는 미국 작가가 쓴 그림책인데요. 원작의 주인공은 사람이었지만, 한국어판을 제가 그리면서 동물이 등장하도록 바꿨어요. 출판사와 회의를 통해서 책 속에 나오는 가장 작은 아이는 사람이 아니라 곤충이나 벌레인 게 좋겠다고 정했거든요. 책은 저 혼자 만드는 게 아니라 출판사 동료들과 함께 만드는 거랍니다.

 

 Q글 없는 그림책이 막막한데, 어떻게 읽으면 좋을까요? 
글 없는 그림책은 글이 없어도 무슨 이야기인지 다 알 수 있어야 해요. 작가가 조금씩 단서를 주면, 독자는 그걸 따라가면서 보는 거예요. ‘그림자 놀이’로 이야기해 볼까요? 첫 장은 아이가 그림자를 흥미롭게 바라본다는 느낌을 주도록 그렸어요. 다음 장엔 그림자 일부가 날아다니는 새로 바뀌었는데, 노란색이 살짝 칠해져 있지요. 이런 식으로 그림자가 다른 모습으로 변하면 노란색이 묻는다는 걸 독자들이 깨닫도록 그린 거죠. 

 

 Q앞으로 꿈은 무엇인가요? 
하고 싶은 걸 하나씩 해나가고 싶어요. 최근엔 전래동화를 현대적으로 해석하는 작가들의 모임인 ‘바캉스 프로젝트’에서 방귀 시합 이야기를 그림책으로 만들었어요. 방귀를 잘 뀌기로 소문난 아저씨가 방귀를 잘 뀌기로 소문난 아줌마한테 대결을 신청하러 갔다가 서로 방귀를 뀌어서 빨랫방망이를 쏘아 올리는 이야기인데, 빨랫방망이가 날아가는 걸 플립북으로 만들면 재밌겠다고 생각했죠. 결말은 아줌마가 자기 아들을 방귀로 달나라 여행을 시켜주는 걸로 끝나요.   

 

 Q어린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까요? 
그림책은 어린이만 보는 책이 아니에요. 모든 나이의 사람들이 볼 수 있는 책이죠. 그러니 어린이들이 그림책을 보다가 마음에 드는 책이 있으면 보호자가 버리지 못하게 잘 갖고 있으면 좋겠어요. 내 맘에 쏙 드는 책 몇 권을 어른까지 갖고 있기를 부탁해요!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2022년 21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 이다솔 기자 기자
  • 사진

    어린이과학동아
  • 디자인

    최은영

🎓️ 진로 추천

  • 미술·디자인
  • 문예창작
  • 교육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