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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 과학을 만나는 순간, SF작가 천선란

‘성덕’이란 말을 아시나요? 성공한 덕후란 뜻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서 유명한 사람을 만났을 때를 이르는 말이에요. 지난 8월 초, 합정동의 한 카페에서 천선란 SF작가를 만난 기자는 잠시나마 성덕의 기분을 느꼈습니다. 평소 작가의 작품을 지인에게 선물하기도 하던 팬이었기 때문이죠. ‘동식물이 주류가 되고, 인간이 비주류가 되는 지구를 꿈꾼다’는 천선란 작가의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소설가에게는 실수마저 글의 소재?!
“평소에도 <;과학동아>;를 종종 읽곤 해요.”
반갑게 기자를 맞이해준 작가는 <;과학동아>;의 애독자라고 밝혔어요. 2021년에는 본인의 단편 소설 <;바키타>;를 <;과학동아>;에 게재하기도 했죠.


“어렸을 때 과학자나 고고학자, 영화감독 등 꿈이 정말 많았어요. 그중 소설가가 되기로 결심한 계기는 모두를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었어요. 소설을 쓰는 건 한 분야를 공부하는 일이에요. 관심이 있고 다루고 싶은 주제에 깊이 파고들어 그 분야의 세계를 창조하는 거죠. SF는 그중에서도 과학적 상상력을 맘껏 발휘할 수 있답니다.”


SF란 ‘Science Fiction’의 줄임말입니다. 현재의 과학적 사실이나 이론을 바탕으로, 미래에 발전하게 될 과학 기술과 인류의 운명 등을 그린 소설이지요. 작가의 대표작인 <;천 개의 파랑>;은 사람 대신 로봇 기수가 경마를 벌이는 내용의 SF입니다. 경마는 SF에서 잘 다루지 않는 다소 생소한 주제라 <;천 개의 파랑>;이 탄생한 배경을 물었어요.

 

 


“원래 경마에 관한 이야기를 쓸 생각은 없었어요. 국립과천과학관에 가려다 길을 잘못 들어 경마장을 가게 된 적이 있었죠. 그때 경마에 쓰이는 말의 수명이 2~3년 정도로 극도로 짧고, 더 이상 못 달리게 되면 안락사를 당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사회에서 동물이나 사람이 희생되는 모습을 보며, ‘천천히 달려도 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어요. 이렇게 예기치 못한 상황도 작가에겐 모두 글의 소재가 될 수 있지요.”


실수도 글의 소재가 될 수 있다고 하는 소설가! 과연 자신만의 세계를 어떻게 창작하는 걸까요?

 

 

Q&A 
궁금해요!

“우리는 모두 천천히 달리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Q <;천 개의 파랑>;은 분량이 376쪽이나 되는 두꺼운 책입니다. 이처럼 방대한 분량의 소설을 쓸 때 본인만의 비법이 따로 있나요?
소설 쓰기의 전략은 다름 아닌 ‘완성’이에요. 다 쓰기도 전에 이 작품을 사람들이 좋아할까 혹은 별로라고 느낄까 같은 평가는 하지 않아야 해요. 소설은 다른 장르보다 분량이 많은 편이라 아주 세부적으로는 계획하고 쓸 수 없어요. 저는 보통 처음, 중간, 마무리 정도만 잡아둬요. 이야기가 시작되는 초반은 세세하게 구상하지만 일단 등장인물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인물에 몰입해 인물의 생각을 따라가는 편이랍니다.

 

 

 Q SF소설이라 하면 과학 전공자처럼 과학에 대해 잘 알아야만 쓸 수 있는 거 아닌가요?
천만에요! 저는 문예창작을 전공했어요. 시나 소설 등 문학을 연구하고 창작하는 학문이죠. 그러다 보니 이과 출신 작가보다는 과학적 지식이나 정보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건 맞아요. 하지만 주눅 들진 않았어요. 과학 전공자는 과학 지식이 많지만, 오히려 과학적 사실이 맞는지 틀리는지 따지는 데 너무 집착할 수도 있기 때문이죠. SF의 뜻은 ‘상상력으로 펼치는 과학소설’이에요. 저는 최소한의 과학적 사실만 무너뜨리지 않으면서 제가 잘할 수 있는 상상에 더욱 집중했죠.

 

 

 Q SF소설을 쓰기 위해선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요?
대단한 준비는 따로 없어요. 일단 써 보는 거예요. 내가 만든 이야기가 말도 안 되는 것 같다는 걱정이 들 수 있어요. 하지만 예전에 쓰인 SF 또한 당시에는 말도 안 되는 요소였는데, 지금은 현실이 된 부분도 많잖아요. 자율주행차량이나 스마트폰 같은 것들이죠. 그러니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우선 만들어나가 보세요. 다만, SF라고 평소 과학 콘텐츠만 접하기보다는 다양한 창작물을 통해 자극을 받아들이는 걸 추천해요. 사극부터 판타지, 호러, 비문학, 시까지 모두 SF의 소재로 쓰일 수 있답니다. 주제가 정해지면 그때부터 관련 논문이나 과학잡지 등을 참고하며 공부하면 되고요.

 


 Q 작품에서 기후와 동물권 등 환경에 관련된 주제가 종종 등장합니다. SF작가로서 자연과 공존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자연과의 공존 방법은 딱 하나밖에 없어요. 인간이 편리함을 포기하는 일이죠. 시민은 대중교통을 타고, 일회용품을 줄이는 등의 노력이 필요해요. 기업이나 국가는 이윤을 감수할 줄 알아야 하고요. 지구의 유토피아는 이렇게 우리가 문명과 편리함을 감수하고 나서야 올 거라 믿어요. 또한 스토리텔링에 흥미가 있는 독자라면, 기후위기에 관심이 많은 저처럼 자신이 특히 더 관심을 가지는 분야에 좀 더 집중해 보아요. 나만의 이야기를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 거예요.

 

 

 Q 어과동에는 환경에 관심을 갖고 실천하는 독자들이 많습니다.
일상에서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모습이 성인인 저보다도 멋있어요. 사실 오늘의 기후위기 문제는 개인보단 기업과 국가가 책임져야 하는 요소가 많습니다. 동물들의 불편 해방, 플라스틱과 탄소 배출 줄이기 등 해결해야 하는 큼지막한 문제가 허다하죠. 하지만 결국 개인이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사회에 목소리를 활발하게 내는 일이 중요합니다. 시선이 닿는 곳은 변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한 번에 바뀌진 않겠지만, 우리의 작은 활동으로 인해 조금씩 천천히 바뀌고 있을 거예요. 그러니 포기하지 말고 꾸준히 실천해 주길 바라요!

 

 

 Q 소설가를 꿈꾸는 독자에게 한 말씀 부탁드려요.
세상에 참견쟁이가 되어 보세요. 매일 보던 나무는 왜 있는 걸까요? 이처럼 길을 걸을 때 늘 보였지만 무심코 지나쳤던 것들에 눈과 귀를 기울여 보세요. 세상 만물에 호기심을 가지고, 같은 것도 다르게 보는 다양한 시선은 소설가에게 큰 도움이 되거든요. 하루하루 내 안에 글감을 쌓아 가는 거죠. 


몸으로 체험하는 경험뿐만 아니라, 영화나 책 등의 간접 경험도 중요합니다. 하루는 과학자, 하루는 화가, 하루는 의사가 되었다는 상상으로 세상 일에 참견하는 습관을 가져보아요. 글은 의외로 발로 뛰며 쓰여질 때도 많답니다. 

 

 

특별이벤트


다음 중 작가가 쓴 작품 제목이 아닌 것은 무엇일까요? 
➊ 나인                     ➋ 모모랜드   
➌ 어떤 물질의 사랑   ➍ 밤에 찾아온 구원자

문제의 답을 아는 독자는 어과수 홈페이지 (kids.dongascience.com)의 ‘와르르 선물터’에 비밀댓글로 이름과 주소, 연락처를 답과 함께 적어 주세요. 답을 맞힌 분들 중 세 명을 뽑아 <;천 개의 파랑>; 사인본을 선물로 보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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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2022년 20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 박동현 기자 기자
  • 디자인

    최은영
  • 사진

    어린이과학동아
  • 사진

    천선란
  • 사진

    블러썸크리에이티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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