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치과에 가서 충치 치료를 받았습니다. 치과 의사 선생님이 치료할 때 잇몸에 마취제 연고를 발라주셨어요. 치료가 끝난 후에는 마취가 풀리면 아플 수도 있다며, 약국에서 진통제를 사다 먹으라고 알려주셨지요. 그 이야기를 들으니 궁금해졌어요. 마취제와 진통제는 둘 다 통증을 없애주는 약 아닌가요? 어떤 차이가 있나요?
진통제
‘진통제’는 상처가 나거나 병에 걸려 생긴 통증을 줄여주는 약을 말합니다. 편의점이나 약국에서 파는 ‘애드빌’, ‘타이레놀’이 대표적인 진통제이지요. 상처가 생기면 다친 부위에서 흘러나온 물질이 가까운 통증 수용체를 자극해요. 통증 수용체가 자극을 신경 신호로 바꿔 대뇌의 감각 중추로 전달하면 우리는 통증을 느끼게 됩니다. 진통제는 감각 중추가 다친 부위의 신호를 감지하는 과정을 방해하여 뇌가 통증을 느끼지 못하도록 합니다.
우리가 자주 접하는 진통제의 대다수는 염증과 통증, 발열을 일으키는 물질인 ‘프로스타글란딘’이 만들어지는 것을 방해하여 통증을 줄입니다. 이런 원리를 가진 아스피린이나 이부프로펜 같은 진통제는 통증은 물론 염증도 함께 줄이죠. 염증을 함께 줄이는 진통제를 ‘소염진통제’라 부릅니다.
물론 모든 진통제가 그렇지는 않아요. 또 다른 대표적인 진통제인 아세트아미노펜(타이레놀)은 염증을 줄이는 작용은 약한 대신 열을 내리는 작용을 한답니다.
마취제의 기원은 웃음가스?!
마취제가 발명되기 전까지 환자들은 고통을 참으며 수술을 받아야 했습니다. 고통에 기절하는 환자도 많았죠. 1799년, 영국의 화학자인 험프리 데이비는 마시면 웃음이 나 ‘웃음가스’로 알려진 아산화질소가 환자들의 고통을 덜 수 있을 거로 추측했어요. 이후 1840년대, 아산화질소와 비슷한 효능을 가진 기체인 에테르가 수술에 쓰이면서 마취제의 시대가 열렸답니다.
마취제
마취제는 전신이나 특정 부위를 감각하거나 움직일 수 없는 상태로 유지하는 약품입니다. 진통제가 통증 감각만 차단한다면, 마취제는 미각, 촉각 등 모든 감각을 통째로 차단하는 것이 가장 큰 차이죠.
마취된 부위는 감각을 느끼지 못할뿐더러 움직일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치과에서 이를 뽑을 때 마취를 했다면, 한동안 마취를 한 부위가 멍하게 느껴지고 말을 하기도 쉽지 않을 겁니다.
전신마취제는 온몸의 감각 신호를 받고 운동 신호를 전달하는 중추신경의 신경 신호가 전달되지 않도록 합니다. 몸의 일정 부위만 마취시키는 국소마취제도 그 부위의 신경을 통해 신호가 전달되는 것을 막지요. 이때 마취제를 너무 많이 사용하면 마취에서 깨어나지 못할 수 있고, 적게 사용하면 수술 치료 도중 깨어날 수도 있지요. 그래서 수술에 필요한 전신 마취의 경우 마취를 전문으로 하는 마취의가 마취를 담당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