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푸의 요리를 맛보러 온 일리가 젓가락을 들고 한 입 먹어 보려 하는데, 눈앞에서 초밥이 움직이고 있잖아? 여기가 회전 초밥 식당이었나…. 알고 보니 산호가 회전초밥처럼 음식을 이동시켜 먹는 거였어. 왜 그렇게 밥을 먹는 건지 과학마녀 일리가 산호에게 물어봤어.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저는 바다에 사는 산호예요. 입이 달린 가늘고 긴 돌기 수천 개가 모여 있는 동물이죠. 이 돌기들을 폴립이라고 합니다. 저는 폴립의 입을 통해서 물벼룩 같은 플랑크톤을 먹이로 먹고 살아간답니다. 폴립에는 운동 능력이 있는 털인 섬모가 덮여 있어요. 5월 12일 오스트리아 비엔나의과대학교 신경면역학과 이고르 아다메이코 연구팀은 산호가 섬모를 움직여 컨베이어 벨트 같은 물의 흐름을 만든다는 연구를 발표했습니다.
그걸 어떻게 알아냈지요?
연구팀은 대서양 카리브해와 오스트레일리아 북동부 바다에 잠수해 산호의 모습을 관찰했어요. 산호에 약 50μm(마이크로미터)● 지름의 형광 구슬을 주사기로 뿌리고 10분 동안 산호 표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카메라로 영상을 촬영했습니다. 형광 구슬은 비누에 들어가는 계면활성제 성분을 폴리에틸렌이라는 플라스틱 입자에 코팅해서 만들었지요. 연구팀은 영상을 분석해 형광 구슬들이 산호 표면 위에서 움직이는 것을 발견했어요.
형광 구슬이 어떻게 움직였나요?
형광 구슬들은 산호 표면 위에서 한 방향으로 우르르 이동했어요. 이 모습이 컨베이어 벨트 위에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죠. 영상을 확대해 봤더니 이 구슬들은 폴립의 섬모가 만든 물의 흐름에 흔들렸어요. 섬모가 물살을 만들면 구슬이 그 물살에 휩쓸려 한 폴립에서 다른 폴립으로 이동했지요. 연구팀은 산호 표면 위의 폴립들이 물의 흐름을 만들어 먹이를 효율적으로 운반하고 이동시켜 입에 넣는다고 추측했어요.
그러면 먹이 섭취를 더 잘할 수 있나요?
연구팀이 형광 구슬이 산호 표면 위에서 움직이는 경로를 분석한 결과, 구슬이 폴립의 입으로 바로 들어가기도 했고, 들어가지 못한 경우에는 한 폴립에서 옆에 있는 폴립으로 건너가는 것을 확인했어요. 아다메이코 교수는 “한 폴립이 먹이 섭취를 하지 못하면 옆에 있는 폴립으로 이동시켜 다른 폴립이 먹이를 섭취할 수 있게 돕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러한 폴립의 움직임이 폴립 간의 음식 경쟁을 줄여줄 것”이라고 말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