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꽈르릉!”
고대 그리스의 한 마을에 도착한 꿀록 탐정과 개코 조수 주변으로 귀가 떨어질 듯한 천둥과 함께 엄청난 번개가 내려쳤어요. 곳곳에 내려치는 번개에 건물이 무너지고 나무가 불에 타고 있었죠.
“으악, 사람 살려~!”
당황한 꿀록 탐정 곁으로 어느새 그리스 시민 한 명이 다가와 사정을 털어놨어요.
“이게 다 제우스 때문이에요!”
동화마을에 무슨 일이?
제우스의 번개 장난,
안전하게 해결할 방법은?
“거기 발밑 조심하세요…!”
시민의 이야기를 듣던 개코 조수는 황급히 자리를 피했어요. 잠시 후 개코 조수가 서 있던 자리로 낙뢰가 떨어졌어요. 그걸 본 꿀록 탐정은 상황의 심각성을 느꼈습니다.
“제우스 때문이라니, 무슨 뜻이죠?”
꿀록 탐정이 묻자 시민은 호소했어요.
“제우스 신이 장난기가 많은 건 아시죠? 번개를 떨어뜨리는 장난이 벌써 며칠째예요. 요즘은 시도 때도 없이 치는 번개 때문에 도저히 마음 편히 지낼 수가 없어요.”
번개의 신 제우스가 최근 심심하다며 툭 하면 지상 세계에 놀러왔대요. 그 뒤부터 번개가 자꾸 떨어지는데, 제우스의 장난이 분명하다며 시민들은 불만을 터뜨렸지요.
“음, 설명의 들어보니 제우스의 장난이 맞는 것 같군요. 이 전기를 한 곳으로 유도해 모아둘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신들의 왕인 제우스에 대해 불만이 치솟는 건 그리스 로마 신화 동화나라에 나쁜 영향을 줄 수도 있는 문제예요. 꿀록 탐정은 고민 끝에 좋은 방안을 떠올렸어요.
“음, 마을에 커다란 전지를 만들면 어떨까요?”
통합과학
개념 이해하기
건전지와 충전지, 뭐가 다를까?
전지는 화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변환하는 장치예요. 건전지나 스마트폰, 자동차 등에 쓰이는 배터리가 바로 전지입니다.
전지는 일차전지와 이차전지로 나뉘어요. 일차전지란 한 번 사용하고 나면 재사용할 수 없는 전지를 말합니다. 대표적으로 건전지나 동전 모양의 수은 전지가 일차전지에 속해요. 반면 이차전지는 여러 번 충전하면서 오래 사용할 수 있어요. 노트북이나 스마트폰, 태블릿 PC 등 충전기로 충전할 수 있는 전자제품 속에는 모두 이차전지가 들어 있습니다.
전기는 물질 안에 있는 전자가 이동할 때 발생합니다. 배터리 안에는 리튬 이온과 같은 화학물질이 들어 있는데, 이 물질들이 산화·환원 반응을 하며 전자가 이동합니다. 산화는 물질이 전자를 잃는 반응이고, 환원은 반대로 전자를 얻는 반응을 말해요. 이 과정에서 전자가 이동하며 전기 에너지가 생겨요. 그 결과 스마트폰을 켜거나 전등을 켤 수 있지요.
배터리 속에 저장된 전기 에너지를 사용하면, 저장된 전자를 잃습니다. 쉽게 말해 전지가 닳는 거예요. 이 과정을 방전이라고 합니다. 전지가 방전되면 이온과 전자가 양극으로 모입니다. 전지가 모두 방전되면 충전을 할 차례예요. 사용했던 전기만큼 다시 전기를 전지에 저장하는 과정이죠. 충전 때는 이온과 전자가 다시 음극에 모여요. 충전과 방전은 이렇게 이온과 전자의 이동 방향만 다를 뿐 닮은 과정이지요.
통합과학 넓히기
게 껍데기로 배터리를 만든다?
최근 친환경 소재로 이차전지를 만드는 연구가 활발합니다. 지난 9월, 미국 매릴랜드대학교 리앙빙 후 재료혁신센터장은 게 껍데기 성분으로 친환경 배터리를 만드는 방법을 공개했죠.
현재 가장 널리 쓰이는 이차전지인 리튬이온배터리는 리튬을 원료로 양극을 만듭니다. 리튬이온배터리는 에너지 용량이 크고 빠르게 충전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요. 스마트폰 등의 휴대용 전자제품이나 전기차의 배터리로 사용되고 있지요. 하지만 리튬은 가격이 비싸고 한 번 화재가 발생하면 불을 끄기가 어렵습니다. 게다가 폐기된 배터리 속 화학물질은 자연에서 쉽게 분해되지 않는 단점도 있죠.
연구팀은 리튬 대신 아연을 양극으로 사용하는 아연배터리를 연구했어요. 아연은 리튬보다 매장량이 많고, 가격도 저렴합니다. 폭발 위험도 없어 리튬을 대체할 차세대 이차전지 소재로 연구되고 있죠. 다만, 아연을 이용한 배터리는 수명이 빨리 줄어들고 성능이 떨어지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숙제였어요.
연구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키토산을 떠올렸어요. 게 껍데기 등에서 얻을 수 있는 성분인 키틴을 가공한 물질이죠. 연구팀이 키토산을 녹여 전해질에 넣었더니, 키토산 분자가 아연이 물과 결합하지 않게 해줘 아연이 부식되지 않았어요. 덕분에 400시간 동안 연속으로 작동할 수 있었고, 배터리가 1000번 동안 방전되어도 기존 수명의 99.7%를 유지하는 등 뛰어난 성능을 보였습니다.
리앙빙 후 연구원은 “키토산으로 만든 배터리는 안전하고, 토양에서 단 5개월 만에 분해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전해질뿐만 아니라 배터리의 모든 구성 요소가 생분해되도록 계속 연구할 것”이라고 밝혔어요.
에필로그
꿀록 탐정은 마을에 평화가 다시 찾아온 것 같아 안심하며 떠났어요. 며칠 뒤, 탐정사무소에도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죠.
“탐정님, 잘 지내셨나요? 덕분에 마을이 안전해졌어요. 저장한 전기를 쓸 수도 있고요!”
마을에 전지를 설치하자 제우스가 심심할 때마다 던진 번개 속 전기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었어요. 이후 마을은 안정을 되찾고, 시민들은 밤에도 마음껏 마을을 밝힐 수 있었습니다. 그 말을 듣고 뿌듯해진 꿀록 탐정도 한 마디 남겼지요.
“요즘 전기 요금도 비싼데 다행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