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록 탐정님, 도와주세요!”
꿀록 탐정의 집 문을 두드린 건 어린 왕자였어요. 여우를 보러 지구에 온 어린 왕자는 당황한 얼굴로 문제가 생겨 탐정을 찾아왔다고 말했어요.
“이제 고향 B612 소행성으로 돌아가려고 했어요. 그런데….”
동화마을에 무슨 일이?
B612 소행성의 위치를 별로 찾는다?
“우주선은 어디에 주차했나요?”
꿀록 탐정과 개코 조수가 침착하게 어린 왕자에게 물었어요.
“집 앞 마당에 주차했어요.”
어린 왕자와 집 밖으로 나오자 우주선이 보였어요.
“우주선은 작동이 잘 되나요?”
어린 왕자가 우주선에 탑승하며 시동을 걸었습니다.
“네. 작동은 잘 되고 네비게이션도 있어서 원래대로라면 B612 소행성에 바로 도착할 수 있어야 해요. 그런데 갑자기….”
어린 왕자는 네비게이션에 B612를 검색하고 화면을 보여 줬어요. 꿀록 탐정이 화면을 보니 계속 동그라미만 하염없이 돌며 로딩 중이라는 표시가 떠 있었지요.
“이거 보세요. 네비게이션이 고장나 B612 위치를 찾을 수가 없어요! 어떡하죠?”
탐정이 곰곰이 생각하다가 무언가 생각난 듯 눈빛을 반짝였어요.
“아, 혹시 B612 근처에 밝은 별이 있나요? 하늘에서 그 별을 찾아 주위를 둘러보면 B612를 찾을 수 있겠는데요.”
어린 왕자가 밝아진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어요.
“찾았어요! 바로 저 별이 B612군요.”
어린 왕자가 별들 중에 하나를 가리켰어요.
“저 별을 따라서 운전하면 되겠네요. 이제 출발해 볼게요! 안녕히 계세요.”
“잠시만요!”
꿀록 탐정이 출발하려는 어린 왕자를 막았어요.
“저 별의 방향대로 운전하면 안 돼요. B612의 실제 위치는 저 곳이 아니거든요.”
통합과학
개념 이해하기
중력이 별의 경로를 구부러뜨린다?
물건을 손에서 놓으면 바닥에 떨어져요. 17세기 영국의 물리학자 아이작 뉴턴은 이 현상이 ‘중력’ 때문라고 설명했어요. 뉴턴은 질량을 가진 모든 물체는 서로를 잡아당기는 힘이 있다고 주장하며, 이 힘을 ‘만유인력’ 혹은 ‘중력’이라 불렀지요. 질량이 클수록 끌어당기는 힘도 크다고 설명했어요. 1915년, 독일의 물리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중력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어요.
아인슈타인은 질량을 가진 물체가 시간과 공간을 휘게 만들고, 이 휘어짐에 끌려 들어가는 것을 중력이라고 설명했어요. 질량이 있는 물체 주변에는 중력이 작용해 마치 트램폴린 위에 무거운 공을 올리면 트램폴린 면이 쑥 들어가는 것처럼 시공간이 휘어진다고 주장했습니다. 아인슈타인은 그 증거로 빛은 항상 직진하는데, 무거운 천체 근처의 시공간이 휘어져 있어, 지구로 오던 별빛이 휘어진 시공간을 따라 오며 마치 빛이 구부러진 것처럼 보일 거라 예측했어요.
실제로 1919년 영국 천문학자 아서 스탠리 에딩턴은 일식을 통해 아인슈타인이 예측한 빛의 휘어짐을 처음으로 관측했어요. 일식은 달이 태양과 지구 사이에서 태양을 잠시 가리는 현상입니다.
지구와 별 사이에 태양이 있으면 별빛은 태양에 가려 관측이 어려워요. 그런데 일식 때는 달이 태양을 가려 근처에 있는 별빛을 관측할 수 있어요. 그래서 에딩턴이 찍은 일식 사진에는 그 별이 태양 옆에 찍혀 있었어요. 태양이 지구와 별 사이에 위치하지 않았을 때의 별의 위치를 확인했더니 에딩턴이 찍은 사진 속 별의 위치와 다른 것을 발견했어요. 태양 때문에 빛의 경로가 구부러졌기 때문이죠. 이러한 현상을 ‘중력렌즈’라고 합니다.
개념 퀴즈
아인슈타인은 질량이 있는 모든 물체가 서로 끌어당기는 힘을 중력이라고 설명했다.
( O , X )
통합과학 넓히기
중력렌즈로 블랙홀 찾는다?
블랙홀은 중력이 매우 강해 빛마저 삼켜버리는 천체입니다. 그 때문에 관측하기 어려워요. 그동한 과학자들은 블랙홀이 다른 물질을 흡수하고 방출하는 엑스선을 관측해 간접적으로 블랙홀의 존재를 확인했어요. 그래서 주변에 별이나 다른 물질이 없이 고립돼 있는 ‘외톨이 블랙홀’은 관측이 어려웠지요. 1월 31일 미국 우주망원경 과학연구소(STScl) 카일라시 사후 연구원팀은 중력렌즈 현상을 이용해 최초로 외톨이 블랙홀을 발견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연구팀은 허블우주망원경으로 6년 동안 특정 기간에 밝기가 밝아지는 별들을 찾아봤어요. 질량이 매우 큰 블랙홀이 지구와 별 사이로 지나가면 블랙홀이 돋보기처럼 지나가는 별빛을 모아 별빛이 밝아지는 중력렌즈 현상이 나타나거든요. 연구팀은 이런 별을 찾아 주변에 있을 블랙홀 후보를 선별한 뒤, 그중 빛을 내지 않는 것들을 추려냈답니다.
연구팀은 추려낸 천체 중 블랙홀만큼 질량이 큰 것을 찾아냈어요. 별의 밝기가 밝아졌던 기간을 측정한 뒤, ‘아인슈타인 방정식’에 대입해 천체의 질량을 알아낸 거죠. ‘아인슈타인 방정식’은 중력이 시공간을 어떻게 왜곡하는지 설명하는 공식이에요. 각각의 별이 밝아진 시간을 측정한 결과, 연구팀은 지구로 들어오는 별빛을 270일 동안 원래보다 밝게 만든 천체를 발견했어요. 이 천체의 질량은 태양 질량의 약 7배였어요. 블랙홀이 태양 질량의 7배에서 8배 정도 된다는 것을 밝혀낸 기존 연구를 토대로, 연구팀은 이 천체를 블랙홀로 추정할 수 있었죠.
연구팀은 별빛이 지구로 들어오는 각도의 변화를 측정해 이 블랙홀이 지구에서 5150광년●만큼 떨어져 있고, 1초에 45km(킬로미터)씩 움직인다는 것도 알아냈어요. 사후 연구원은 “블랙홀이 주변 별보다 속도가 빨라 그 이유를 밝히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어요. 이어서 “이번 연구로 블랙홀의 기원과 생성 과정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광년: 빛의 속도로 이동했을 때 1년이 걸리는 거리로, 5150광년은 빛의 속도로 이동했을 때 5150년이 걸리는 거리다.
에필로그
“어린 왕자님, 중력렌즈 때문에 저 별이 실제 위치와 다르게 보인다는 점 아셨죠? 저 별을 따라 운전하면 안 돼요.”
어린 왕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어요.
“감사합니다. 탐정님 덕분에 잘못된 길로 빠지지 않게 되었네요. 탐정님께서 말해주신 대로 무거운 천체의 뒤쪽으로 운전해서 가도록 설정을 해야겠어요.”
어린 왕자가 우주선의 시동을 걸곤 손을 흔들며 날아 올랐죠. 꿀록 탐정과 개코 조수도 어린 왕자가 떠나는 것을 지켜봤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