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달리 맑은 밤하늘을 본 꿀록 탐정과 개코 조수는 별자리를 찾아 탐정 사무소를 나섰어요. 그때 퀭한 몰골의 한 사람이 이들 앞을 가로막으며 간곡히 의뢰를 부탁했지요. 어딘가 모를 어둠의 기운에 꿀록 탐정은 의심 가득한 눈초리로 의뢰인을 슬며시 살펴보았어요. 그런데 글쎄…, ‘죽음의 저주’로 유명한 마녀 말레피센트가 아니겠어요?
“여기는 어쩐 일이시죠…?”
동화마을에 무슨 일이?
마녀, 천둥 같은 코골이에 잠 설치다
“꿀록 탐정님! 지난날을 반성합니다. 저를 도와주세요.”
피곤 가득한 얼굴을 보니 마녀 말레피센트는 며칠째 근심한 듯 했어요. 마녀는 꿀록 탐정에게 탐정사무소를 찾아오게 된 자초지종을 설명하기 시작했어요.
“16년 전, 저는 이 마을의 오로라 공주에게 마법을 걸었어요. 공주가 16살 생일날 물레방아 바늘에 손가락을 찔려 죽게 된다는 저주였죠. 그렇게 16년이 흘렀고, 저주가 실현될 그날이 왔어요. 하지만 어디서 어긋난 건지 공주는 죽음이 아닌 깊은 잠에 들었죠.”
말레피센트의 저주가 진짜였다는 사실을 마녀의 입으로 직접 확인한 꿀록 탐정과 개코 조수는 겁에 질린 얼굴로 도망치자고 수군댔어요.
“개코 조수님. 걱정 말아요. 다신 그런 저주를 걸지 않을 거니깐요!”
마녀 말레피센트는 잔디밭을 기어가는 개미 소리까지 들을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며, 깊은 잠에 든 오로라 공주 때문에 도리어 본인이 고통받고 있다고 토로했어요. 공주의 천둥 같은 코골이 소리에 잠에 들지 못해 며칠째 밤을 지새우고 있다는 거였죠. 그리고 방법만 있다면 오로라 공주의 저주를 풀어 잠을 깨우고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어요.
“일단, 오로라 공주의 코고는 소리가 어떻게 나는지부터 알려 드리죠.”
통합과학
개념 이해하기
드르렁~. 코골이는 왜 일어날까?
마녀 말레피센트처럼 다른 사람의 심한 코골이 때문에 잠을 설친 적 있나요? 코골이는 어째서 일어나는 걸까요? 이름과 달리 코골이는 코가 아닌 입천장 뒷부분, 목젖, 혀 등이 진동에 의해 떨리며 나는 소리예요.
코골이가 일어나는 사람의 코와 입안에선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우리는 잠을 자는 동안에도 코와 입으로 숨을 쉬어요. 코와 입을 통과한 공기는 몸 안의 길을 따라 들어오게 됩니다. 코를 통해 들어온 공기는 비강, 인두, 후두로 구성된 상기도를 통과해요. 입으로 들어온 공기도 후두에서 만나게 되죠.
공기가 흐르는 길은 우리가 서 있을 때와 달리, 누워 있으면 상대적으로 좁아지게 돼요. 잠을 자기 위해 누우면, 중력에 의해 몸 안의 기관들이 아래로 쏠리기 때문이에요. 이 쏠림의 정도가 크면, 좁아진 기도로 공기가 흐르며 주변 기관이 진동에 의해 떨리지요. 이때 공기는 좁은 기도를 드나들 때 마찰음을 내 우리에게 ‘코골이 소리’로 들리게 되는 거예요. 코골이는 선천적으로 턱이 작아 혀뿌리가 뒤쪽으로 밀려 있거나, 혀 크기가 커서 생길 수 있어요. 또는 나이가 들어 기도 안의 근육 탄력이 떨어지거나 살이 쪄서 기도 주변이 좁아지는 등 코골이가 생기는 다양한 이유들이 있지요.
피곤한 날 코를 고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피곤한 날은 손발이 붓는 것처럼 우리 코점막과 목구멍도 조금씩 부어요. 그래서 기도가 좁아져 코골이가 커지는 것이지요.
코골이는 소리만 문제가 아니에요. 기도가 좁아지면 정상적인 상태와 비교했을 때 호흡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다른 질병으로도 발전할 수 있어요. 예를 들면 코골이를 하면 잠을 깊게 자지 못하게 되어 수면의 효율이 떨어져요. 그럼 낮에도 꾸벅꾸벅 졸며 금세 피로해질 수 있죠. 그러니 혹시 주변에 코를 심하게 고는 사람이 있다면 의사의 진단을 먼저 받아본 뒤 필요한 경우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답니다.
통합과학 넓히기
상어는 진짜 잠을 안 잘까? 수수께끼 풀렸다!
바다의 포식자 상어는 숨을 쉬려면 끊임없이 움직여야 한다고 알려졌어요. 그래서 백상아리를 비롯한 일부 상어는 잠을 자지 않는다, 자면 죽는다는 주장이 있었지요. 그런데 간혹 상어가 잠을 자는 것처럼 행동하는 모습이 관찰돼 논란이 있었어요.
지난 3월 9일, 호주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대학교 생태생리학자 마이클 켈리 박사팀이 이 논란을 잠재울 연구 결과를 발표했어요. 연구팀은 뉴질랜드에 사는 1m 길이의 이사벨복상어가 잠자는 행동을 관찰한 것뿐 아니라 생리학적인 증거까지 확인했다며, 오랜 기간 이어온 논란의 종지부를 찍었다고 했어요.
연구팀은 이사벨복상어 7마리를 수조에 두고, 이들의 행동과 물속 산소량을 24시간 동안 실시간으로 확인하면서 수면 여부를 확인했어요. 관찰 결과, 이사벨복상어가 깨어 활발히 움직일 때는 산소 흡수량이 많았지만, 이후 움직임이 줄면서 산소 흡수량은 점차 적어졌어요. 5분 이상 몸을 움직이지 않고 잠든 듯한 모습을 보였을 때는 산소 흡수량이 더 떨어지는 것을 확인했지요. 활발히 움직일 때와 비교하면, 움직이지 않고 잠을 잘 때 상어의 산소 흡수량은 평소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했어요. 연구팀은 동물들이 자는 동안 대사량이 떨어지는데, 이사벨복상어 역시 에너지를 보존하기 위해 대사량을 줄이고 휴식(잠)을 취한다는 것을 확인한 거죠.
마이클 켈리 박사는 논문을 통해 “앞선 연구에서는 상어가 잠을 잔다는 사실을 행동학적인 측면에서만 밝혔지만 이번 연구는 최초의 생리학적 증거를 제시하는 것”이라며, “이 연구는 앞으로 다른 상어 종의 수면을 연구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고 연구의 의미를 밝혔답니다.
에필로그
“소문에 의하면 마녀님이 저주를 거는 순간 오로라 공주를 보살피는 요정 중 하나가 마법을 바꿨다더군요.”
꿀록 탐정은 말레피센트가 진심으로 후회하고 있다는 것을 알곤, 마법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려면 요정을 찾아가라고 일러 주었어요. 오로라 공주의 깊은 잠은 그녀가 진정한 사랑을 찾아야만 깰 수 있다라는 귀띔도 해주었지요.
“정말 감사해요. 꿀록 탐정님…!”
말레피센트는 요정을 찾겠다며 채비를 서둘렀고, 꿀록 탐정과 개코 조수는 비처럼 쏟아지는 밤하늘의 별을 감상하곤 집으로 돌아갔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