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일은 만우절이었습니다. 혹시 이날 거짓말을 했나요? 기자는 만우절에도 거짓말을 하지 않았답니다. 3월 16일, 강원도 원주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본원에서 거짓말 탐지기 전문가이자 상대의 심리를 꿰뚫어 보는 김희송 법심리실장을 만나고 왔기 때문이죠. 김희송 법심리실장은 과연 어떻게 거짓말의 짧은 순간을 포착해내는 걸까요?
거짓말을 이끌어내는 비결은 대화의 기술?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법심리실장 김희송입니다. 거짓말 탐지가 제 전공이지요.”
거짓말 분석 전문가라는 말에 기자는 대화하는 동안 거짓말을 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괜시리 몸이 살짝 긴장되는 것도 느껴졌죠.
“심리를 분석하는 일에는 대화의 기술이 가장 중요합니다. 만약 검사를 진행하는 검사관이 강압적이거나 권위적으로 피험자를 대하면 대부분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어요. 사람은 본능적으로 자기방어를 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저희는 거짓말 탐지 전에 짧게는 수십 분에서 길게는 몇 시간 동안 편하게 대화를 진행한답니다.”
김희송 법심리실장과 몇 걸음 걸으며 대화를 나누는 동안 신기하게도 마음이 편안해졌어요. 이것이 대화 전문가의 힘일까요? 긴장이 풀리자, 기자는 궁금했던 질문들을 하나씩 꺼내 차례로 물어봤어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라고 하면 이과를 전공한 사람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그 말도 맞긴 하지만, 법심리실 연구원들은 모두 문과 출신이에요. 저 또한 심리학을 전공했고요. 아무래도 피험자와 대화를 하며 심리를 파악하고 사람 대하는 법을 잘 알아야 하기 때문이죠.”
대화만을 통해 심리를 파악하는 기술! 그 자세한 이야기를 좀 더 들어볼까요?
Q&A
궁금해요!
“억울한 사람의 진실을 밝혀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껴요”
Q국과수 법심리실에선 무슨 일을 하나요?
이곳은 마치 대학 연구실 같죠? 법심리학이란 법의 집행에 중요하게 작용하는 심리적 요인에 대한 연구와 조언을 하는 학문이에요. 저를 비롯한 법심리실 연구원들은 이전의 거짓말 탐지 사례를 분석하고 심리를 파악해서 사건에 대한 정보와 피험자의 진술을 이끌어내는 법을 연구합니다. 또한 사건이 발생하면 경찰, 법원 등 국가기관에서 사건 해석에 대한 감정을 요청받아 심리 분석을 진행하지요.
Q거짓말 탐지를 할 때 무슨 질문을 하나요?
‘일반 질문 검사’와 ‘숨김 정보 검사’로 크게 두 가지 기법이 있어요. 일반 질문 검사에서는 범행과 직접 관련된 행위, 즉 피해자를 때렸는지, 도난된 물건을 훔쳤는지 등을 질문하죠.
숨김 정보 검사는 선택지를 여러 가지 보여주고, 각 항목에 대한 반응을 관찰하는 검사입니다. 예를 들어, 아무 사전 질의 없이 피험자에게 범행 도구를 포함한 7개의 흉기 사진을 보여줍니다. 만약 이 사람이 범인이라면 범행 도구 사진을 봤을 때 거짓말 탐지기에서는 뇌파 그래프가 요동치겠죠.
추가로 범죄와 관련이 없는 일상적인 질문도 검사 중간중간에 합니다. 범죄에 관한 질문만 하면 범죄와 무관한 사람조차 긴장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검사 결과에 혼란을 줄 수 있거든요.
Q거짓말 탐지기는 어떻게 거짓말을 판단하나요?
검사관이 피험자의 반응 차이를 관찰합니다. 피험자가 대답하는 와중에 앞선 대답과 다른 신체 반응이 관찰되면, 거짓말이라고 판단하죠. 이를 분석하기 위해 폴리그래프 검사 장비나 뇌파 검사 장비 등이 사용됩니다. 거짓말을 하면 겉으로는 아무 변화가 없더라도 교감신경이 활성화되어 중추 신경계에선 평소와 다른 반응이 나타나지요.
Q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나요?
숨김 정보 검사로 단번에 사건을 해결한 적이 있어요. 10억 원어치의 상품권이 도난된 사건이었죠. 당시 사건에 대한 정보가 외부로 전혀 누설되지 않은 상태였어요. 즉, 경찰과 범인 이외엔 도난 사건이 일어난 사실조차 모르는 상황이었습니다. 당시 용의자에게 도난 사건이 발생한 사실을 아는지 물었더니, 용의자는 ‘혹시 OO주유소에서 10억 원어치 상품권이 도난된 사건 아니냐’라고 되물으며 자세하게 대답했어요. 그렇게 단박에 사건이 해결되었죠.
Q거짓말을 하는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이나요?
검사를 하게 되면 어떤 사람이 화를 낼까요? 억울한 사람이 화를 냅니다. 오히려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대답을 회피하고 주의을 돌리거나 딴짓을 하며 자기방어적인 행동을 하지요. 하지만 이곳에 오게 되면 거짓말을 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진실한 사람도 누명 등의 이유로 불안해합니다. 둘의 차이를 명확히 구별하는 노하우가 필요하지요. 그래서 심리를 공부하며 불안을 다루는 기술도 열심히 공부합니다.
Q거짓말 탐지기는 얼마나 신뢰할 수 있나요?
일반 질문 검사는 연구에 따르면 80~95% 정확도를 보입니다. 숨김 정보 검사는 90~95%의 매우 높은 정확도를 나타내요. 물론 피험자가 너무 긴장해서 잘못될 가능성 또한 무시할 순 없어요. 그런 오차율은 5~10% 정도지요. 따라서 결과를 내면서 실수할 수 있다는 사실을 항상 염두에 둡니다. 또한 우리 범주에서 판단을 내릴 수 없을 땐 섣불리 판단하지 않고, 판단을 못 내린다고 사실대로 말하기도 합니다.
Q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범심리실을 꿈꾸는 <;어린이과학동아>; 독자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곳에선 사람을 상대하고 심리를 파악해야 하기 때문에 주로 심리학, 사회학, 범죄학 등의 인문학을 공부하고 옵니다. 인문학뿐만 아니라 이과 지식도 물론 중요합니다. 검사 기법이 발달하면서 코딩, 데이터 분석 등 기술적인 이해도도 필요하거든요. 하지만 무엇보다 사람을 상대하고 편안한 대화를 통해 필요한 대답을 이끌어내는 대화의 기술이 가장 중요하죠.
저는 직업 특성상 많은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나눕니다. 얘기를 듣다 보면 행복한 사람들의 특징이 보여요. 자기 일을 열심히 하며 주변에 도움을 주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었죠. 저 또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며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에 기여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여러분도 주변을 돌아보며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다 보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거라 믿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