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얏! 숲을 돌아다니다 다리에 상처가 났어. 유명한 침팬지 의사가 있다고 해서 찾아갔더니…. 상처 난 곳에 벌레를 발라준다고?! 침팬지들 사이에서 유명한 연고인가?
자기소개를 부탁해!
안녕하세요. 저는 아프리카 가봉 로왕고 국립공원에 사는 침팬지예요. 2월 7일, 우리가 날벌레를 잡아 상처에 문지른다는 연구가 발표됐어요. 침팬지가 장의 기생충을 없애기 위해 식물을 먹거나 잎을 상처에 문지르는 건 알려져 있었지만, 벌레를 문지른다는 사실이 밝혀진 건 이번이 처음이에요. 독일 오스나브뤼크대학교 인지과학연구소 비교생체인지과 시몬느 피카 교수팀이 이 연구를 발표했죠.
날벌레를 상처에 어떻게 활용해?
연구팀이 2019년 11월부터 2021년 2월까지 공원에 있는 22마리의 침팬지를 관찰한 결과, 침팬지들은 주로 잎이나 가지 아래에 있는 벌레를 잡는 것으로 드러났어요. 약 5mm 크기의 어두운 색 벌레를 자주 노렸죠.
침팬지들은 상처를 입으면 벌레를 잡아서 입술에 끼워놓았다가 상처에 손가락과 입술로 문질렀어요. 상처에 묻은 벌레는 먹지 않고 다시 빼냈지요. 연구팀은 침팬지의 행동이 일종의 약물 치료처럼 보인다고 해석했습니다.
상처난 친구에게도 날벌레를 권해 준다며?
연구팀은 2020년 10월 20일에 암컷 침팬지 ‘캐럴’이 수컷 ‘리틀그레이’의 종아리에 상처가 나자 벌레를 잡아주는 걸 발견했어요. 리틀그레이는 캐럴이 잡아준 벌레를 상처에 발랐지요. 2021년 1월 29일에는 수컷 침팬지 ‘아놀드’가 리틀그레이의 엄지 손가락 상처에 벌레를 잡아주기도 했어요.
같은 침팬지들과 잘 어울려 지내는 것 같네?
사람들처럼 침팬지도 사회성이 좋아 무리를 지어 살아요. 다른 침팬지의 상처를 치료할 때 당장 얻는 것은 없지만, 침팬지는 서로의 상처를 살펴주는 습성을 길러왔죠. 이외에도 모여서 영토를 지키고, 같이 사냥을 하는 등의 집단 행동을 했어요. 연구팀은 논문에서 “침팬지의 친사회적 행동은 인류 사회에서 보이는 공감과 비슷한 특징이 많다”고 썼답니다.
이어 “벌레를 바르는 게 치료 효과가 있는지는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썼어요. “치료 효과가 있다면 곤충을 적용한 의약 개발을 기대해볼 수 있다”고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