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호기심 많은 학생이 만난 식물 계절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에서 기후변화와 식물 계절이라는 주제로 박사과정을 하고 있는 김종호입니다.”

작년 9월 14일에 진행됐던 지구사랑탐사대 온라인 클래스에서 김종호 연구원이 건넨 인사말이에요. 식물 계절이란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식물의 자연현상입니다. 예를 들어, 봄에 잎이 자라고 꽃이 피며, 여름이 되면 성숙하고, 가을이 되면 낙엽이 지는 현상이 바로 식물 계절이지요.

김 연구원은 학생 시절 호기심이 많고 동네를 돌아다니는 걸 좋아했다고 해요. 고등학교 3학년 때 노란 단풍이 예쁘게 물든 은행나무를 발견하곤, 한 시간이 넘게 쳐다볼 정도로 감명받아 대학에서 나무를 공부하게 됐죠. 그러던 중 기후변화에 대해 알게 됐고 ‘기후변화가 내가 심는 나무에도 영향을 미치는구나’ 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해요.

김 연구원은 “기후변화는 나 혼자 쓰레기를 안 버리고 소비를 덜 한다고 해서 극복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전 세계 사람들의 행동 변화와 협력이 중요하다”고 말했어요. 그래서 김 연구원은 전 세계 사람들이 함께 행동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드는 세계기상기구(WMO) 관측부서에 지원해 2017년 봄, 여름 동안 스위스에서 극지방을 연구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했어요.

“WMO 앞에는 스위스에서 제일 큰 레만 호수가 있어요. 사실 근 10년 전까지만 해도 레만 호수는 수질이 안 좋았어요. 하지만 물 정화 노력을 해서 지금은 수영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수질이 좋아졌어요.”

김 연구원은 레만 호수의 변화를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어요. 사람들의 노력으로 자연환경을 바꿀 수가 있었으니까요.

Q&A 
궁금해요!

“지사탐이 올려준 단풍 데이터로 기후변화 단서 찾을게요!”

 Q지난해 지구사랑탐사대와 처음 만났습니다. 인상 깊은 경험이 있었나요?

저는 우리나라 10곳의 수목원과 협업을 해 우리나라 주요 산의 식물 계절을 관측 중이에요. 그런데 전문가들은 지식은 풍부하지만 소수라서 10년간 수목원이 관측한 우리나라 지역은 총 50개밖에 안 돼요. 우리나라가 어떻게 변하는지 알아보려면 시민들의 도움이 필요한데, 지구사랑탐사대는 대원들의 호기심을 원동력 삼아 시민 과학을 하고 있었죠. 이미 개나리의 개화 시기를 보면서 식물 계절을 연구하고 있었고요. 저는 이 점에서 큰 매력을 느꼈어요. 이런 순수한 목적과 과학적 열의를 가지고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관측하는 게 너무 신기했어요. 게다가 지구사랑탐사대 대원들의 단풍 관측 지도를 봤는데 말 그대로 우리나라를 꽉 채우고 있었어요.
앞으로도 시민 과학자들의 데이터를 잘 활용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겼어요.

 Q이번 지사탐 탐사기록은 어떻게 쓰일까요?

지사탐 탐사기록으로 파악하려고 하는 것은 도시의 나무에 대한 데이터예요. 도시 지역의 나무를 관찰한 사례는 많지 않거든요. 예를 들어 ‘같은 서울이어도 지역에 따라서 다 똑같은 단풍이 들까?’라는 질문에 확답을 할 수 없어요. 이번 조사 자료를 통해 어느 정도 답을 찾을 수 있을 거예요.
같은 나무라도 아스팔트에서 자라는 개체, 보도블럭에서 자라는 개체, 정원이나 공원에서 자라는 개체가 다 같진 않을 거예요. 나무가 뿌리박은 다양한 환경과 그 표면의 온도를 관찰하면 기후변화의 영향을 파악할 수 있을 거예요. 아직은 작년 가을 단풍 기록만 있지만, 어떤 환경에서 단풍이 더 잘 들고 못 드는지도 대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요.

 Q기후변화와 단풍은 어떤 관계가 있나요? 

식물 계절이라는 단어에는 ‘현상’과 ‘변화’라는 의미가 담겨 있어요. 식물의 가장 큰 현상과 변화는 잎과 꽃이 피고 지는 것이죠. 나무 한 그루에서 잎 하나가 단풍이 들고 떨어지는 건 아무것도 아닐지 몰라요. 하지만 아마존같이 넓은 지역의 모든 나무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면 어떻게 될까요? 아마 바람의 경로에 영향을 줄 것이고, 광합성량도 줄기 때문에 탄소순환에도 영향을 끼치고, 색깔의 변화 때문에 지구의 태양 빛 반사율 변화도 생길 거예요. 이런 점에서 나무의 단풍이 드는 시기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죠. 기후변화가 나무에 영향을 주기도 하지만, 반대로 나무의 단풍잎이 기후변화에 영향을 주기도 해요. 개엽개화의 원리는 많은 것이 밝혀졌지만 단풍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점이 많아요. 이런 점 때문에 저는 단풍이 흥미로워요.

 Q연구하시면서 어떨 때 보람차신가요? 

시민들이 기후변화를 재미없어하는 이유 중 하나가 너무 기술적으로 접근해 와닿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기후변화로 지구 평균 기온이 1℃ 올라가서 엘니뇨 패턴이 어떻게 바뀐다’고 말하면 와닿지 않을 거예요. 그런데 식물 계절은 분명하게 봄의 시작이 빨라지고 있으며, 기후변화가 발생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해요. 그래서 제 연구가 과학자 집단에서 끝나지 않고, 시민들에게도 전달되고 기사로 나와 사람들을 설득하고 행동을 변화시킬 때 정말 보람차요.

 Q독자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단풍을 탐사해준 대원들의 꾸준한 관측 덕분에 좋은 데이터를 얻을 수 있었어요. 내년에는 더 많은 팀이 더 많은 지역에서 관측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대원들이 관측에 임하는 자세는 좋은 과학자 같은 훌륭한 자세라고 생각해요. 훗날 대원들과 같이 연구할 수 있는 과학자로 만났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