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은 대로 따라 치는 로봇 드러머
7월 21일 서울 성북구에 위치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신명나는 드럼 소리가 울려퍼졌어요. 로봇은 두 손에 달린 스틱으로 유연하게 손목을 움직이며 화려한 속주와 복잡한 엇박자도 문제 없이 연주했지요. 수준 높은 드럼 솔로에 박수와 탄성이 절로 나왔어요.
왜 다른 악기도 아닌 드럼을 연주하는 로봇을 만들었을까요? 드럼 연주 로봇을 개발한 KIST 지능로봇연구단의 임세혁 책임연구원은 “먼저 로봇 밴드가 있다고 상상해 보라”고 말했어요. 이어 “베이스나 건반, 기타 등 다양한 악기가 있겠지만 밴드에서 기본이 되는 악기이자 로봇의 움직임을 잘 보여줄 수 있는 악기가 드럼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날 로봇이 연주한 드럼은 로봇을 위해 특별히 개조하지 않은 일반적인 드럼이에요. 로봇 역시 사람처럼 팔이 두 개인 인간형 로봇이지요. 기존 드럼 로봇은 여러 개의 팔을 달아 동시에 움직이도록 한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임 연구원은 “로봇이 드럼을 칠 때 두 팔의 속도와 궤적을 계산하고 최적화하는 과정은 인간형 로봇의 움직임에 대한 중요 데이터로 활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드럼 로봇에는 연주 능력뿐 아니라 ‘청음지능’이라는 기능도 있어요. 로봇에게 어떤 음악을 들려주면, 음악 소리에서 드럼 소리만을 구분해 다시 로봇이 연주할 수 있는 기술입니다. 임 연구원은 “사람이 로봇의 연주에 맞추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앞으로 로봇과 사람이 진정한 의미의 합주를 하려면 로봇이 음악을 듣고 분석할 수 있는 청음 능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평소 음악을 좋아해 로봇공학과 음악을 접목했다는 임 연구원은 “드럼 로봇은 그 자체로 공학적인 연구 주제지만, 로봇의 연주를 본 사람들이 재미와 기쁨을 느끼는 모습을 보는 것이 좋다”고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