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5일 노벨 물리학상이 발표되자 기후변화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환호성을 질렀어요. 이번 노벨 물리학상의 키워드가 바로 ‘기후변화’였기 때문이죠. 그동안 노벨 물리학상은 지구과학 분야가 수상한 선례가 없었는데, 그만큼 지구 온난화의 심각성과 환경이 인류에 무척 중요한 문제가 됐다는 의미라고 볼 수 있어요.
더워! 더워지는 지구의 기후를 예측하자
툭하면 최고치를 찍는 폭염, 갑작스러운 한파 등 기후재난으로 전 지구가 피해를 입고 있어요. 과학자들은 이런 기후 재난의 원인으로 지구 온난화와 인간의 활동을 지목했죠. 미국 프린스턴대학교 마나베 슈쿠로 교수는 1960년대 지구 기후를 예측하는 모델을 처음으로 개발했어요, 그 시작으로 1966년 마나베 교수는 높이에 따라 달라지는 대기권의 온도 분포를 보여주는 1차원 모델을 만들었어요. 이 모델을 통해 지구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증가하면 어떻게 지구의 온도가 변하는지를 알 수 있었죠.
서울대학교 지구환경시스템과학과 손석우 교수는 “마나베 교수가 예측한 결과는 지금의 예측과 거의 일치한다”며 “지구가 더워진다는 사실을 정확한 조건과 수치로 제시한 건 마나베 교수가 처음”이라고 말했죠. 이어서 “이 업적은 인공위성도 없었던 시절 이룬 것”이라고 덧붙였어요.
얼마 지나지 않은 1969년, 마나베 교수는 1차원을 넘어 전 지구의 기후를 3차원으로 예측하는 모델을 개발했어요. 지구를 격자 형태로 만든 뒤, 각 격자에서 대기가 지닌 정보를 계산해 기후를 예측하는 모델이지요. 이 모델은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3차원 기후 예측 모델의 시초가 됐어요.
날씨+화산 폭발+인간 활동 ->; 기후변화
올해 노벨 물리학상의 또 다른 주인공인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클라우스 하셀만 연구원은 날씨와 기후를 연결하는 모델을 1970년대에 개발했어요. 하셀만 연구원의 모델은 날씨와 화산 폭발, 인간 활동과 같은 큰 요인에 의해 생긴 변동을 모두 고려해 지구의 기후를 예측해요. 하셀만 연구원은 “온실가스와 태양의 과도한 활동, 화산활동 등과 같은 여러 요인은 기후에 특징적인 변화를 일으키며 ‘지문’과 같은 흔적을 남긴다”고 표현했어요. 기후를 바꾸는 요인(지문)을 추적하면 그 요인이 기후변화에 얼마나 영향을 끼치는지 알 수 있다는 뜻이죠.
복잡계, 어떤 이론이 숨어 있을까?
복잡계란 여러 요소가 복잡하게 얽혀 쉽게 예측할 수 없는 현상을 만들어내는 시스템을 말해요. 지구 기후가 대표적인 복잡계죠. 이탈리아 사피엔자대학교 조르조 파리시 교수는 복잡계를 이해하기 위해 ‘쩔쩔맴 현상’이라는 이론을 제시했어요. 쩔쩔맴 현상은 어떤 현상일까요? 예를 들어 한 장소에 서로 다른 색의 옷을 입어야만 하는 세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 봐요. 옷은 빨간 옷이랑 파란 옷밖에 없고요. 두 사람이 만날 때는 아무런 문제가 생기지 않아요. 하지만 세 명이 모일 경우엔 어쩔 수 없이 빨간색 또는 파란색 옷을 입은 사람이 반드시 두 명 생기게 되는 문제가 발생해요. 파리시 교수는 물질 속에 있는 전자의 특성을 설명하기 위해 쩔쩔맴 현상을 예로 들었어요.
전자는 위 혹은 아래라는 두 가지 상태로 놓일 수 있는데, 서로 각자 다른 상태로 놓이고 싶어 하는 성질이 있어요. 이런 전자가 수없이 많이 모여 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어쩔 수 없이 같은 상태에 놓이는 전자가 여럿 나올 거예요. 파리시 교수는 이렇듯 쩔쩔맴 성질을 지닌 물질의 특성을 연구하고, 쩔쩔맴 현상에 놓인 여러 경우의 수를 수학적으로 분석하는 ‘복제품 이론’을 제시했어요. 이 이론은 기상 현상, 인공지능 등 여러 복잡한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설명할 수 있어 유용하게 쓰이고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