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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고 캐고 지질학자] 한라산 정상이 모자처럼 볼록 튀어나온 이유는?

푸른 바다, 강한 바람, 돌담 너머 저 멀리 보이는 아름다운 한라산! 오늘의 목적지는 제주도 한라산입니다. 한라산에서는 꼭대기인 백록담을 오르는 길이 가장 힘듭니다. 산의 경사가 백록담에서 갑자기 급해지거든요. 그런데 이 갑작스러운 경사에 제주도 생성의 비밀이 숨어 있습니다.

 

 

 

다양한 화산지형이 가득한 섬, 제주도

제주도는 저와 인연이 많은 섬입니다. 2007년 제주도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되도록 노력하며 세계의 여러 지질학자와 제주도 이곳저곳을 탐방했지요.
화산활동으로 만들어진 지형을 ‘화산지형’이라 합니다. 한반도의 대표적인 화산지형은 북한의 백두산, 강원도와 경기도의 한탄강 일대, 동해의 울릉도와 독도, 그리고 화산섬 제주도예요. 대부분은 신생대 제4기인 약 200만 년 전 이후에 일어난 화산활동으로 만들어졌지만, 어떤 것들은 약 1억 년 전부터 중생대와 신생대에 걸쳐 만들어지기도 했지요.


제주도는 해발고도 1950m로 남한에서 가장 높은 산인 한라산을 중심으로 만들어졌습니다. 한라산 외에도 섬 전체에 제주도 사람들이 ‘오름’이라 부르는 작은 화산체 약 380개가 흩어져 있어요.
그럼 제주도는 언제 만들어졌을까요? 이 지역은 원래 수심이 100m도 안 되는 얕은 바다였어요. 약 200만 년 전부터 화산활동이 일어나면서 물속에서 작은 수성화산●들이 폭발했어요. 바다의 퇴적물과 화산 폭발로 만들어진 퇴적물이 함께 쌓이며 제주도의 기반이 만들어졌지요.


본격적으로 화산활동이 활발해진 것은 약 50만 년 전입니다. 이때부터 많은 현무암질 마그마가 지표로 분출해 굳으면서 제주도가 만들어졌어요. 가장 많은 용암을 분출한 화산은 물론 한라산이고요. 그래서 한라산을 오르는 것은 제주도의 생성과정을 살펴보는 것과 같습니다.


제주도는 해안에서부터 한라산 정상 부근에 이르기까지 전체적으로 완만한 경사를 이루고 있습니다. 등산로도 잘 마련되어 있어 산의 높이에 비해 등산도 어느 정도 할 만하지요. 그렇다고 방심하면 안 됩니다. 한라산 꼭대기인 백록담 근처에서 갑자기 경사가 심해지거든요. 근처에서 보면 밀짚모자처럼 이곳만 볼록하게 튀어나온 모양이라, 다 왔다고 으스대다가는 정상을 눈앞에 두고 가쁜 숨을 몰아쉬게 됩니다. 왜 백록담 근처만 경사가 가파를까요?

 

●수성화산 : 바다나 호수 등 물속에서 분출한 화산.

 

 

용암의 종류가 다르면 화산의 모양도 달라진다?!

이제 백록담 중턱까지 올라왔습니다. 잠시 숨을 고르다가 절벽에서 떨어져 나온 돌덩이 하나를 주워서 살펴봅니다. 이 ‘조면현무암’이라는 암석에 백록담의 비밀이 숨겨져 있습니다. 제주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암석은 현무암이지만, 제주도에는 현무암 말고도 다양한 화산암이 있습니다. 그중 하나인 조면현무암은 현무암질 마그마에 석영이나 알칼리장석 같은 광물이 포함되면 만들어집니다.


중요한 점은 이 성분 차이로 인해, 현무암질 마그마보다 조면현무암질 마그마가 훨씬 끈적하다는 사실입니다. 마그마가 지표에서 용암이 되어 흐르면 그 끈끈한 정도(점도)에 따라 흐르는 속도와 거리가 달라집니다. 현무암질 마그마는 점도가 낮아서 먼 거리를 흐릅니다. 반면 조면현무암질 마그마는 점도가 높아 멀리 흐르지 못하고 가까이서 굳어버려요.


즉, 한라산에서 두 가지 다른 마그마가 흘러나와 지금의 모습이 만들어진 것입니다. 50만 년 전, 한라산에서 먼저 흘러나온 것은 현무암질 마그마였습니다. 현무암질 마그마는 먼 거리를 평탄하게 흘러내리며 완만한 경사의 제주도를 만들었습니다. 아주 낮은 경사를 가진 모습이 마치 방패를 엎어 놓은 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한라산을 ‘순상화산’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시간이 흘러 비교적 최근인 약 2만 년 전, 한라산에서 다시 분화가 일어났습니다. 이때는 조면현무암질 마그마가 분출되었는데, 점도가 높아 멀리 흘러가지 못하고 분화구 주위에 쌓여서 굳어버렸습니다. 그러다 보니 한라산 정상 부근은 원래 한라산의 경사보다 훨씬 급해졌죠.


자, 이제 한라산의 정상인 백록담입니다! 한라산이 분화한 후 마그마가 올라오던 자리가 푹 꺼지면서 정상에 생긴 분화구입니다. 지금은 물이 고여 작은 호수를 이루고 있죠. 이곳에 오르면 제주도의 풍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습니다.


한라산은 그냥 구경해도 무척 아름답습니다. 그렇지만 만약 여러분이 지질학자의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있다면, 한라산의 돌 하나하나가 품고 있던 오래된 이야기를 듣게 될 거랍니다. 

 

필자소개

 

 

우경식(강원대학교 지질지구물리학부 지질학 교수)


해양지질학을 공부하고 1986년부터 강원대학교 지질학과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다. 국제동굴연맹 회장을 역임했으며, IUCN 세계자연유산 심사위원으로 세계의 지질유산을 심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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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22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 글 및 사진

    우경식 교수
  • 에디터

    이창욱 기자 기자
  • 일러스트

    이창우
  • 디자인

    정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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