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에 가면 사시사철 바나나를 먹을 수 있어요. 신선한 데다 가격도 저렴하지요. 우리가 열대 과일인 바나나를 싸게 먹을 수 있는 건 ‘컨테이너’의 덕이 큽니다.
물건을 운송하는 가장 저렴한 방법은 ‘배’입니다. 한 번에 많은 짐을 실을 수 있고, 교통 체증 문제도 없거든요. 그런데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배에 물건을 싣고 내리는 일이 어려웠어요.
당시에는 건장한 부두 노동자들이 직접 화물선의 다양한 짐을 싣고 내렸어요. 그러니 시간도 오래 걸리고 추가 비용도 들어갔지요. 20세기 중반, 화물선이 대서양을 항해하는 데 12일이 걸렸는데, 부두에서 화물을 옮기는 데만 7일이 걸릴 정도였지요.
1955년, 미국의 운송 회사 사장이던 말콤 맥린은 모든 종류의 화물을 똑같이 생긴 상자에 담아 운반하면 비용이 절감될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크레인으로 짐을 담는 상자인 ‘컨테이너’를 내려서 트럭이나 기차에 싣고 전국으로 옮기는 것이죠.
1956년 4월 26일, 오래된 유조선을 개조한 ‘아이디얼-X’호가 알루미늄으로 만든 최초의 컨테이너를 싣고 운항했어요. 계산 결과, 컨테이너로 옮긴 화물의 선적 비용은 톤당 15.8센트로 나왔어요.
당시 같은 화물의 선적 비용은 톤당 5.83달러였어요. 컨테이너가 무려 약 37배의 비용을 줄여준 거지요.
현재 전 세계 컨테이너의 90%는 길이가 6m나 12m인 ‘국제 표준 컨테이너’입니다. 보통 컨테이너선은 중국, 유럽 등 온대 국가에서 생산된 공산품을 열대 국가로 수출해요. 그런데 열대 국가에는 수출할 제조품이 없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컨테이너선은 바나나를 가져옵니다. 컨테이너가 빈 채로 돌아오기보다는 바나나라도 싣고 오는 게 경제적으로 낫거든요. 거기다 바나나는 오랫동안 보관하기에도 좋지요. 이것이 바로 바나나 뒤에 숨겨진 컨테이너의 경제학이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