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타연, 폭포와 연못, 동굴이 함께 모인 곳!
두타연에는 평소 보기 힘든 지형 3개가 한곳에 모여있습니다. 폭포와 연못, 동굴이죠. 상류에서 흐르던 넓은 하천이 급류가 되어 작은 폭포로 떨어져 연못을 이루는데, 바로 옆 절벽에 동굴이 있지요.
그런데 이 동굴이 만들어진 과정이 수수께끼입니다. 일반적으로 동굴은 석회암 지대에서 지하의 석회암이 녹으며 만들어져요. 지난여름 찾아갔던 석회동굴인 백룡동굴처럼요. 그런데 두타연 일대의 암석은 약 10억 년 이상의 나이를 먹은 변성암입니다. 이곳 변성암●은 빗물에 녹지 않아요. 그렇다고 절벽이 무너져 생겼다고 하기에는 규모가 꽤 커요. 동굴의 크기를 재니 입구 높이는 5.96m, 폭은 7.3m, 깊이는 13m 정도였지요.
●변성암 : 화성암이나 퇴적암이 압력과 열을 받아 변해서 만들어지는 돌.
그래서 저와 최돈원 박사는 두타연 동굴에 직접 들어가 보기로 했습니다. 절벽에 있는 동굴에 접근하려면 물을 건너던가, 절벽 위에서 내려와야 해요. 저는 절벽 위에서 줄을 타고 내려가기로 했습니다.
“최돈원 박사! 나 이제 내려간다!”
위에서 줄을 고정한 최돈원 박사에게 신호를 보내고 하강을 시작합니다. 무섭지 않냐고요? 아니요. 저는 동굴에서 수도 없이 암벽 등반을 했기 때문에 하나도 무섭지 않았습니다. 다만, 내려가다 줄이 꼬이는 바람에 살짝 위험하긴 했지요.
저와 최돈원 박사는 동굴 구석구석을 관찰하기 시작했습니다. 우선 동굴 부근 절벽과 내부의 암석들이 마치 뜯긴 것처럼 매우 울퉁불퉁했어요. 이런 모습은 하천의 물이 아주 빠르게 흐를 때, 물의 힘으로 암석이 깎이면 나타납니다.
암석을 관찰하다 동굴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여주는 두 번째 증거를 찾았습니다. 절벽을 이루는 변성암 대부분이 ‘편마암’인데, 동굴 내부의 변성암은 ‘편암’이었던 겁니다. 편암은 내부에 금이 간 것 같은 ‘편리’가 있어서 편마암보다 잘 침식돼요. 즉, 두타연 동굴은 하천에 물이 강하게 흘렀을 때 침식에 약한 절벽의 편암 부분이 깎여 만들어졌다고 추측할 수 있습니다.
두타연 동굴은 강물이 깎았다?!
하지만 중요한 문제 하나가 남았습니다. 두타연 동굴을 깎은 물은 어디서 왔을까요? 폭포에서 떨어지는 물은 흐르는 방향이 달라 동굴을 깎기는 어려워 보여요. 이 비밀을 풀려면 하늘에서 두타연을 내려다봐야 합니다. 위성지도로 이 지역을 보면 과거에 두타연을 흘렀던 하천의 흔적을 찾을 수 있어요. 놀랍게도 지금의 폭포가 있는 산등성이를 빙 돌아 현재의 동굴로 흘러온 것처럼 보이지요.
우리 주변에는 다양한 크기의 하천이 흐르고 있어요. 특히 경사가 심하지 않은 곳을 흐르는 하천은 구불구불한 형태로 흐르는데, 이를 ‘감입곡류 하천’이라고 합니다. 하천을 따라 흐르는 물은 굽어진 부분의 바깥쪽을 빠르게 흐르며 침식작용을 일으켜요. 반대로 안쪽에서는 물이 느리게 흐르며 모래나 흙을 쌓는 퇴적작용을 일으키지요.
그 결과, 시간이 지나면 하천의 모양이 점차 변합니다. 침식과 퇴적이 진행되면서 강이 S자 모양으로 구부러지다가, 구부러진 정도가 심해지면 강의 구부러진 부분이 서로 만나요. 그러면 새로 생긴 지름길로 물이 흐르게 되지요. 이전에 하천이 흐르던 부분은 둥근 모양의 호수(우각호)가 되고요.
이와 비슷한 일이 두타연에서도 일어났던 겁니다. 먼 옛날에는 두타연 옆의 폭포가 없었습니다. 하천은 산등성이를 빙 돌아 흘렀지요. 비가 많이 와 하천의 물이 불어날 때마다 물은 동굴이 있는 절벽에 부딪히면서 편암으로 된 부분을 깎았고, 이렇게 동굴이 만들어졌을 겁니다.
시간이 지나고 하천의 침식이 이어지면서, 하천은 마침내 산등성이 사이의 절벽을 뚫었어요. 절벽 사이로 물이 흐르면서 폭포가 생겼고, 하천은 더는 예전에 흐르던 곳으로 흐르지 않게 되었습니다. 동굴도 더 커지지 않고 지금의 모습이 되었죠. 예전에 하천이 흐르던 곳에는 현재 길과 주차장이 만들어졌고요.
두타연이 보여주는 것처럼, 동굴이 항상 같은 방법으로 만들어지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지질학자는 언제나 현장에서 증거를 모아 수수께끼를 풀어야 하죠. 이것이 지질학의 매력이라고나 할까요?
필자소개
우경식(강원대학교 지질지구물리학부 지질학 교수)
해양지질학을 공부하고 1986년부터 강원대학교 지질학과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다. 국제동굴연맹 회장을 역임했으며, IUCN 세계자연유산 심사위원으로 세계의 지질유산을 심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