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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고 캐고 지질학자] 아슬아슬 서낭바위를 조각한 주인공은 파도?!

 

 

강원도 고성군 죽왕면의 해안가. 야트막한 언덕을 돌아 등대 옆 해안가로 내려오면 이상하게 생긴 바위 두 개와 마주칩니다. 하나는 어떤 각도에서는 사람 얼굴처럼, 어떤 각도에서는 스누피처럼 생겼는데, 이를 ‘서낭바위’라 불러요. 그 옆에는 꼭 물을 잔뜩 마신 복어를 닮은 ‘복어바위’가 있지요. 담당인 이창욱 기자를 데리고 왔더니 입이 떡 벌어져서 물어봅니다.
“교수님, 어쩌다 이렇게 희한하게 생긴 바위가 만들어졌을까요?”

 

서낭바위, 주민들이 제사를 지내던 신성한 장소

아래가 잘록한 서낭바위 뒤편 언덕에는 암석 지층이 보이는데, 두 개의 굵은 갈색 암석층이 대각선으로 뻗어있습니다. 그 모습이 마치 용이 올라가는 것처럼 영험해 보여요. 그래서 죽왕면 오호리 주민들은 매년 1월, 이곳에서 고기를 많이 잡게 해달라는 풍어제를 지냅니다. 가까이 제사를 지내는 서낭당이 있어 바위 이름이 ‘서낭바위’가 되었죠.


서낭바위 역시 신령한 힘이 깃들어 보입니다. 이 바위의 신기한 점은 바위를 받치고 있는 기반이 바위보다 작다는 거예요. 아래는 잘록하고 위는 불룩해서 잘못 건드리면 옆으로 쓰러질 듯 아슬아슬해 보이지요.


바위를 이렇게 조각한 주인공은 파도입니다. 파도는 바람의 세기에 따라 높이와 전달하는 운동에너지가 달라집니다. 파도가 바닷가를 끊임없이 오랫동안 공격하면 해변의 암석도 깎이는데, 이를 ‘파랑● 침식’이라 불러요. 제가 갔을 때는 썰물이라 발이 젖지 않고도 바위 주변을 거닐 수 있었지만, 밀물이면 서낭바위를 둘러쌀 정도로 바닷물이 깊숙이 들어오기도 하지요.


파도의 세기는 계절의 영향을 많이 받아요. 우리나라는 바람이 강하게 부는 겨울에 파도가 높아져요. 물론 여름에도 태풍이 오면 높은 파도가 일지요. 파도가 강하면 암석이 더 빠르게 깎여요. 그래도 물인데 파도가 세면 얼마나 세겠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먼바다에서 지진이 발생해 거대한 해일(쓰나미)이 닥치면 절벽이 통째로 무너기도 한답니다.


파랑 침식은 파도의 세기는 물론 암석의 종류에 따라서도 달라져요. 광물이 조밀하게 차 있는 화성암보다는 입자가 쌓여 굳은 퇴적암이 무른 편이라 더 잘 깎여요. 또 절리●가 많은 암석이 적은 암석보다 잘 깎입니다. 바닷가 절벽에서도 절리로 틈이 생긴 부분이 더 빨리 침식되죠.

 

●파랑 : 잔물결과 큰 물결.
●절리 : 암석에서 볼 수 있는 나란히 갈라진 틈.

 

 

 

 

서낭바위,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절리가 많은 암석이 파도에 더 잘 깎인다!

 

하지만 아직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가 있어요. 왜 서낭바위의 밑부분이 더 잘록하냐는 거죠. 이 비밀을 풀려면 암석을 살펴봐야 합니다.
이 지역은 중생대의 화강암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이 화강암은 큰 광물 알갱이가 작은 광물 알갱이와 뒤섞인 ‘화강반암’이에요. 화강반암은 마그마가 다양한 깊이에서 여러 번 굳어지면서 생겨요. 땅속 깊은 곳에서 마그마가 천천히 식으며 큰 광물 알갱이가 만들어진 후, 이 마그마가 더 얕은 곳으로 올라와 급히 식으며 작은 광물 알갱이가 만들어졌죠.

 

 


그런데 이곳 지층에는 화강반암 말고 다른 갈색 암맥●을 관찰할 수 있어요. 용의 모습처럼 생긴 바로 그 갈색 암맥이죠. 이 암맥은 마그마가 굳은 화강반암을 뚫고 들어가서 만들어졌어요. 주로 석영과 장석으로 이루어진 규장암이 이 암맥을 채우고 있죠. 규장암질 암맥은 화강반암보다 훨씬 절리가 잘 생깁니다. 서낭바위 주변에도 규장암질 암맥이 더 잘 갈라지는 모습을 볼 수 있어요.

 

 


이제 서낭바위가 어떻게 생겼는지 살펴봅시다. 중생대 쥐라기, 이 지역의 땅밑 깊은 곳에서 마그마가 올라와 화강반암이 만들어졌어요. 이후 규장암질 마그마가 다시 화강반암을 뚫고 올라와 굳어지면서 화강반암 안에 규장암질 암맥이 생겼죠. 


그후 이 지역은 차츰 솟아올라 지표의 바닷가와 만났어요. 지표 가까이에서 압력이 낮아지자 화강반암과 규장암질 암맥에 절리가 생겼는데, 규장암에 훨씬 많은 절리가 생겼죠.
파도와 만난 암반은 오랫동안 꾸준히 파랑 침식을 받았어요. 그동안 주변 암석은 모두 침식되어 사라지고, 서낭바위와 복어바위만 남았죠. 이 두 바위는 아래가 규장암질 암맥, 위가 화강반암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아래쪽 규장암질 암맥은 절리가 많아 더 잘 부서져 잘록한 목이 되었고, 덜 부서진 상단의 화강반암은 불룩한 얼굴이 되어 지금의 모습이 된 것이죠.


앞으로 파도가 계속 바위를 때린다면, 서낭바위는 언젠가는 결국 무너질 거예요. 멋진 바위가 사라진다면 아쉽겠지만, 그것도 자연스러운 침식 과정의 일부가 아닐까요? 

 

●암맥 : 화성암의 마그마가 다른 암석 사이에 뻗어나가 굳은 줄기.

 

필자소개

우경식(강원대학교 지질지구물리학부 지질학 교수)


해양지질학을 공부하고 1986년부터 강원대학교 지질학과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다. 국제동굴연맹 회장을 역임했으며, IUCN 세계자연유산 심사위원으로 세계의 지질유산을 심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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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2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 우경식 교수
  • 사진 및 도움

    이창욱 기자 기자
  • 일러스트

    강서현
  • 디자인

    정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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