헉헉…. 방금 내가 사냥하는 모습 봤어? 이게 바로 나 ‘킬러 파리’의 솜씨라고. 뭐? 처음에 날아가는 속도를 조절 못 해서 놓치는 장면까지 다 보고 있었다고? 그 부분은 잊어줘! 아무튼, 잡기만 하면 된 거 아니야?!
자기소개를 부탁해.
안녕, 난 황색다리침파리야. 약 2.5~4mm 정도 크기로 파리 중에서는 중간 정도지. 황색다리침파리는 유럽에 주로 살며 해충을 잡아먹는 곤충으로 알려져 있어. 최근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에도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었고, 작물에 해를 끼치는 다른 파리를 효과적으로 막을 방안으로 주목받기도 했지. 농작물 대신 다른 파리를 잡아먹는 식성 때문에 흔히 ‘킬러 파리’라고 부르는데, 날아다니고 있는 다른 파리를 공중에서 사냥해 잡아먹어.
먹이를 어떻게 공중에서 사냥할 수 있어?
공중에서 먹이를 사냥하는 것은 복잡한 일이야. 날아갈 거리와 먹이의 움직임 등 계산할 것이 많거든. 특히 곤충은 사냥감보다 위에서 먹이를 노리면 먹이의 배경으로 보이는 지면이 시각적으로 혼란을 주기 때문에 보통 먹이의 아래나 옆에서 날아가 먹이를 잡지. 그런데 지난 5월, 미국 미네소타대학교 생태진화행동학부 곤잘레스 벨리도 교수가 이끈 국제공동연구팀은 킬러 파리가 먹이의 위쪽에서 ‘다이빙’하는 경우도 있다고 발표했어.
엥? 다이빙을 한다고?
연구팀은 킬러 파리를 투명한 판으로 둘러싼 공간에 넣었어. 그리고 주 먹이인 초파리와 모형 먹이 등을 같이 넣어서 킬러 파리가 사냥하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었지. 킬러 파리의 움직임을 분석한 결과, 먹이를 향해 다이빙할 때 순간적으로 최대 36m/s2까지 가속도가 붙는다는 사실을 알아냈어. 이는 중력가속도의 3배 이상, 맹금류인 매에 비하면 약 5배나 빠른 가속도야.
다이빙 속도가 너무 빨라서 먹이를 놓치면 어떡해?!
연구팀은 킬러 파리가 먹이까지 최단 경로를 계산해 날아간다고 분석했어. 또 다이빙할 때는 중력가속도가 더해져 가속도가 더 커지기 때문에 경로를 바꾸기 어려워 먹이를 놓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지. 연구를 주도한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세르지오 로소니 박사과정 연구원은 “킬러 파리가 첫 번째 시도에서 실패하더라도, 빠른 속도로 먹이와의 거리를 좁힐 수 있어서 사냥에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