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전세계 곳곳에 흩어져 살고 있지만, 사람들은 발 밑을 눈여겨보지 않기 때문에 우릴 찾기 어려울 거네. 아는 만큼 보이는 법! 알고 보면 우리 지렁이들이 더욱 특별하게 느껴질 걸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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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렁이는 어떻게 전 세계를 차지했을까?
지렁이가 기어가는 모습을 본 적 있나요? 꿈틀꿈틀, 느릿느릿 가는 모습을 보면 답답한 느낌이 들지요. 그런데 지렁이는 빠르지도 않고, 멀리까지 움직이기도 힘들지만 남극 대륙을 뺀 나머지 대륙을 모두 차지했어요. 그것도 사람이 살기 전부터 말이에요.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걸까요?
2017년, 미국 서던일리노이대학교 동물학부 프랭크 앤더슨 교수팀은 현존하는 지렁이 18과의 유전체를 비교해 지렁이의 진화 과정을 연구했어요. 그 결과 지구상에 지렁이가 나타난 건 약 2억 900만 년 전일 거라고 추정했지요. 이 시기는 공룡이 등장한 중생대 트라이아스기에 해당한답니다.
또 같은 방식으로 지렁이의 유전체를 분석한 결과 약 1억 7800만~1억 8600만 년 전쯤부터 크게 두 개의 부류로 나눠졌는데, 이는 각각 지금의 북반구 지렁이와 남반구 지렁이 유전체와 공통점을 지니고 있었죠. 연구팀은 이렇게 지렁이가 두 부류로 나뉜 건 그 당시 땅이 나뉘었기 때문이라고 보았어요. 지렁이가 두 부류로 나뉜 시기가 하나의 대륙으로 붙어있던 판게아*가 남북으로 쪼개진 1억 8000만년 전쯤과 일치했기 때문이지요. 즉, 땅이 이동하면서 그 땅속에 살고 있던 지렁이도 함께 이동한 거예요.
최훈근 지렁이농업연구소장은 “약 5억 년 전 지렁이 알 화석이 발견되며 그쯤 처음 등장했다는 주장도 있다”며 “지렁이는 사람이 살기 훨씬 전부터 지구에 살아왔다”고 설명했어요.
용어정리
* 판게아 : 약 2억 5000만 년 전부터 전세계 대륙이 합쳐져 하나가 된 것. 1912년 독일 기상학자 알프레드 베게너가 가상의 하나된 대륙을 ‘판게아’라고 부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