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추워요! 도와주세요!”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소녀가 꿀록 탐정 사무소의 문을 두드리며 외쳤어요.
“누구세요? 추운데 일단 들어오시죠.”
“이럴 시간이 없어요! 늦으면 눈의 여왕이 또 카이를 데려갈지도 몰라요. 빨리요!”
소녀가 두터운 외투를 벗을 생각도 하지 않고 소리치자,
꿀록 탐정과 개코 조수가 손님을 집안으로 들이며 말했어요.
“진정하고, 차근차근 말해 보세요. 저희가 도와드릴게요!”
# 동화마을에 무슨 일이?
추위와 눈을 앞세워 눈의 여왕이 나타났다?!
소녀는 아름다운 숲 깊은 곳 작은 마을에서 사는 겔다였어요. 한때 눈의 여왕 때문에 절친인 카이를 잃어버렸던 적도 있지만 이제는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 행복하게 살고 있었지요.
“추위와 눈을 마음대로 조종하는 눈의 여왕이 카이를 데려간 적 있는 건 아시죠? 얼음과 눈처럼 차가운 마음을 가진 눈의 여왕은 나쁜 아이를 좋아해요. 악마가 실수로 마법 거울을 깨뜨렸는데, 깨진 거울 파편이 카이의 눈에 들어가며 카이가 눈에 보이는 것마다 미워하게 됐거든요. 눈의 여왕 맘에 쏙 드는 어린이가 된 거죠.”
그동안 수많은 사건을 해결해 온 꿀록 탐정은 카이와 겔다의 사건도 알고 있었어요.
“그래도 겔다의 따뜻한 마음씨 덕분에 카이가 무사히 돌아왔다고 들었는데요. 지금은 두 분이 즐겁게 살고 있지 않나요?”
꿀록 탐정은 도무지 뭐가 문제인지 짐작이 되지 않아 겔다에게 물었어요.
“맞아요. 카이가 무사히 돌아와 기뻤죠. 하지만 이 추위와 눈이 문제예요!”
“추위요? 겨울엔 추운 것이 당연하죠.”
눈이 오는 것을 좋아하는 개코 조수는 겔다를 이해할 수 없었어요.
“아무리 겨울이어도 너~무 추워요! 눈도 많이 오고요. 이건 그냥 추위가 아니라 눈의 여왕이 다시 나타난 것이 분명해요. 마법으로 칼바람과 눈보라를 보내며
우릴 위협하는 거라고요. 이러다 다시 카이를 잡아갈지도 몰라요. 어떡하면 좋죠?”
# 통합과학 개념 이해하기
구름 속에 있는 얼음 조각이 눈을 만들어요
이번 겨울 유독 춥고 눈도 많이 내렸어요. 눈은 어떻게 내리는 걸까요? 눈 내리던 날 하늘을 떠올려 보세요. 하늘에 구름이 가득 덮여 있었을 거예요. 눈은 구름에서 얼음 조각이 떨어지는 기상 현상이랍니다. 그렇다고 모든 구름에서 눈이 오는 것은 아니에요. 맑은 날에도 하늘을 보면 뭉게 구름이 떠 있으니까요.
구름 안에서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눈이 내려요. 우선 구름이 무엇으로 돼 있는지 살펴볼게요. 지상에서 증발한 수증기는 대기 중에서 높이가 높아질수록 온도가 점점 떨어져요. 그러다가 어느 순간 아주 작은 과냉각물방울*이나 얼음 조각(빙정)으로 변하지요. 이 크기는 1μm(마이크로미터, 10-6m)로, 머리카락 굵기보다도 작답니다.
수증기가 과냉각물방울이나 빙정이 되면 우리 눈에 하얗게 보이면서 구름을 이뤄요. 영하 30℃보다 온도가 낮은 곳의 구름 입자는 주로 빙정이고, 영하 30℃에서 0℃ 사이에서는 빙정과 과냉각물방울이 함께 존재해요. 이때 빙정은 점점 몸집을 키우고, 과냉각물방울은 사라져요. 물 분자끼리 결합하는 힘이 고체인 빙정에서 더 크기 때문에, 과냉각물방울의 물 분자가 빙정쪽으로 이동하는 거지요.
크기가 점점 커져 무거워진 빙정은 결국 중력에 의해 아래로 떨어져요. 이때 온도가 따뜻해 지상에 도착하기 전에 얼음 조각이 녹으면 비, 추워서 녹지 않으면 눈이 된답니다.
땅으로 떨어진 비나 눈은 강이나 지하수에 모여 바다로 흘러가요. 일부는 수증기가 돼 다시 구름이 되지요. 이렇게 물은 계속 지구에서 돌고 돈답니다.
# 통합과학 넓히기
전국이 꽁꽁 얼었어요!
지난 1월 6일 서울에는 3년 만에 한파 경보가 내려졌어요. 아침 최저기온이 전날보다 15℃ 이상 낮아져서 평년값(최근 30년간 평균)보다 기온이 3℃ 이상 낮을 때, 혹은 아침 최저 기온이 영하 15℃ 이하로 이틀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한파 경보가 내려져요. 특히 8일은 서울 아침 최저 기온이 영하 18.6℃로 20년 만에 가장 낮았어요. 심지어 갑작스런 폭설이 내려 온 세상이 꽁꽁 얼어 버렸지요.
대체 왜 이렇게 추웠던 걸까요? 첫 번째 원인은 ‘음의 북극진동’ 때문이에요. 북극은 1년 내내 춥지만, 북극 대기 상층에서 ‘제트기류*’가 찬 공기가 주변으로 퍼지는 것을 막아줘요. 이 때를 ‘양의 북극진동’이라고 해요.
그런데 수십 년이나 수십 일 주기로 이 제트기류가 약해질 때가 있어요. 풍선의 주둥이가 느슨해지면 바람이 빠져나오듯, 제트기류가 약해지면 북극의 찬 공기가 주변으로 퍼져나가요. 제트기류가 약해지는 때를 ‘음의 북극진동’이라고 해요. 음의 북극진동이 생기면 북극의 찬 공기가 우리나라까지도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우리나라 주변 기압 상황도 한몫했어요. 7일 우리나라 서쪽에는 바람이 시계 방향으로 부는 고기압이, 동쪽에는 반시계 방향으로 바람이 부는 저기압이 있어요. 우리나라는 두 기압 사이에 있는데, 하필이면 두 기압의 바람 방향이 딱 맞아 떨어져 북쪽의 차가운 공기가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처럼 우리나라로 쏟아져 들어왔어요. 이 두 가지 이유 덕분에 오랜만에 강력한 겨울 추위를 겪게 된 거예요.
이때 마침 따뜻한 서해에서 다량의 수증기가 더해졌어요. 현재 서해의 수온은 영상 8~9℃로, 평년보다 1~2℃ 정도 높은 상태지요. 따뜻한 수증기가 우리나라의 찬 대기에 들어오고, 해수면의 온도와 대기의 온도 차이인 ‘해기차’로 인해 눈구름대가 발달해 폭설로 이어진 거랍니다.
# 에필로그
“겔다, 이제 알겠지요? 이 추위와 눈은 눈의 여왕이 부린 마술이 아니에요.
북극 진동과 기압이 만들어낸 기상 현상이랍니다.”
꿀록 탐정의 이야기를 들은 겔다는 한결 안심했다는 표정을 지으며 가슴을 쓸어내렸어요.
“고마워요. 또 카이를 잃어버리는 줄 알고 너무 긴장했네요. 덕분에 안심했어요.”
겔다는 꿀록 탐정과 개코 조수에게 감사를 표하며, 카이와 날씨 공부를 해야겠다고 말했어요. 앞으로는 눈의 여왕의 마법에 속지 않기 위해 말이에요.
용어정리
*과냉각물방울 : 어는점(0℃) 이하의 온도에서도 얼지 않고 액체 상태로 존재하는 물방울. 과냉각물방울은 대기 중의 구름이나 안개를 이룬다.
*제트기류 : 대기 상층 10km 부근에서 수평으로 강하게 부는 기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