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섭박사님은 돼지 저금통에 동전들을 보관하고 있었어요.
그새 꽉 찬 저금통을 따며 흐뭇하게 웃던 섭섭박사님은 갑자기 골치 아픈 문제를 깨달았어요.
“이 많은 동전을 언제 다 세고 분류하지?” 그래서 시작된 동전 분류기 만들기 도전!
만들어 보자! 굴리기만 해도 동전을 가리는 기계를 만들자!
섭섭박사님은 동전의 크기가 다른 점을 이용해 동전을 분류해 보기로 했어요. 먼저, 동전을 세워놓으면 자연스럽게 굴러 내려갈 수 있는 작은 통로를 만들었어요. 그리고 통로의 벽면에 동전의 크기별로 구멍을 뚫었죠. 이렇게 만든 통로를 비스듬히 기울여 놓으면, 동전이 굴러 내려오다가 크기에 따라 각기 다른 구멍에 송송 빠져요. 구멍에 빠진 동전은 종류별로 다른 통에 모여 분류되죠.
섭섭박사님은 “구멍을 마음대로 뚫으면 안 되고 작은 동전 구멍은 위쪽에, 큰 동전 구멍은 아래쪽에 뚫어야 한다”며 “그렇게 하지 않고 큰 구멍을 나무판 위쪽에 뚫으면, 작은 동전과 큰 동전 모두 큰 구멍에 빠져버리게 돼 동전을 분류할 수 없다”는 팁을 알려주셨답니다.
알아보자! 500원이야? 500엔이야? 동전을 구분하라!
1982년, 일본은 500엔 동전을 처음으로 발행했어요. 그 당시의 500엔 동전은 구리와 니켈을 섞은 백동으로 만들어졌고 이후 구리와 아연, 니켈을 섞은 양은 동전으로 바뀌었지요. 500엔의 재질이 바뀐 이유는 바로 우리나라의 500원과 연관이 있어요.
500엔 동전은 처음 발행되었을 때, 우리나라의 500원 동전과 크기 및 재질이 같고 무게도 비슷했어요. 그래서 일본 자판기에 500원을 넣으면 약 10배나 비싼 500엔으로 인식해 상품이 나오는 문제가 생겼지요. 일본에서는 500원을 500엔으로 악용하는 사례가 생겼어요. 이후 일본은 500원이 500엔보다 무겁다는 점을 이용해, 자판기 속 동전 분류기에 무게 인식 기능을 추가했어요. 하지만 500원에 흠집이나 구멍을 내어 무게를 줄인 뒤 500엔으로 사용하는 범죄가 계속됐죠. 그래서 2000년 우리나라 관세청에선 일본에 500원을 갖고 입국하지 말라고 경고를 하기도 했어요.
일본은 결국 2000년부터 양은 재질로 바꾸어 500엔 동전을 발행했어요. 동전의 재질이 바뀌면 전기저항도 달라져 이를 측정해 동전을 분류할 수 있거든요. 현재는 일본의 자판기가 모두 새로운 500엔 전용 자판기로 바뀌면서 500원을 500엔으로 속이는 범죄는 저지를 수 없게 되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