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사회에서 남성은 사냥하고 여성은 채집했을 거라는 통념을 흔드는 연구 결과가 11월 4일 발표됐어요. 미국 데이비스 캘리포니아대학교의 인류학자 랜디 하스 교수팀이 남아메리카 안데스 산맥에서 9000년 전 사냥꾼이었던 것으로 보이는 여성 유골을 발굴한 결과지요. 17~19세에 사망했다고 추정된 여성 옆에는 사냥용 석기 20점이 있었어요. 대형 동물을 향해 던지기 위해 창에 묶어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돌 4개와 함께 가죽을 벗기는 용도 등으로 사용했을 석기들이지요.
2018년 이 유골을 발견했을 때 연구팀은 석기들이 가지런히 배치된 모양으로 보아 신분이 높은 남성이었을 거라 추측했어요. 그러다 치아의 법랑질에서 ‘아멜로제닌’이라는 단백질을 채취해 분석한 결과, 이 유골이 여성이라는 점을 밝혔지요. 이 여성은 치아의 구성 성분으로 보아 전형적인 사냥꾼형 식사를 한 것으로 드러났어요. 나아가 연구팀은 이전까지 발표된 문헌을 조사해 약 1만 년 전 살았던 27명의 사냥꾼 유해 중 11명이 여성이란 사실을 알아냈어요. 이후 추가로 통계를 분석한 결과 고대 아메리카대륙에서 사냥꾼의 30~50%가 여성이었다고 최종 결론을 내렸지요.
이번 연구 결과는 수렵채집사회에서 사냥 역할이 성별에 따라 나뉘지 않았다는 첫 번째 고고학적 증거예요. 남성만 사냥을 했다는 주장은 1966년 미국에서 열린 진화인류학 심포지엄에서 제기된 후 꾸준히 이어져 왔죠.
물론 사냥 도구와 묻혔다는 사실만으로 이번에 발견된 유골이 사냥꾼이었다고 단정 짓기는 힘들어요. 다만 미국 빙엄턴대학교의 인류학자 캐서린 스털링 교수는 “남성의 무덤에서 사냥 도구가 발견되면 사냥꾼이었다고 결론지었던 기준을 여성의 무덤에도 똑같이 적용해야 한다”며, “당시 사회에서 대형 동물을 사냥하려면 최대한 많은 사람이 필요해 성별에 관계없이 사냥에 참여했을 것”이라고 말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