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난 과학마녀 일리.
갯가재가 사는 나라에 악당들이 나타났대!
힘을 보태러 출동했는데….
내 도움이 필요 없겠는걸?
자기소개를 부탁해!
반가워! 나는 바다에 사는 갑각류인 갯가재야. 전 세계적으로 약 450종이 있지. 우리 갯가재들은 앞발의 모양에 따라 ‘할퀴기형’과 ‘주먹형’이 있는데, 나는 ‘주먹형’ 갯가재야.
주먹형 갯가재의 앞다리는 권투 장갑을 낀 것처럼 뭉툭하게 생겼어. 앞다리로 강력한 주먹을 날려 게나 고둥처럼 딱딱한 껍데기가 있는 먹이를 사냥한단다. 내 주먹 한 방이면 정신을 못 차린다니까?!
한편, 할퀴기형은 앞다리에 사마귀처럼 갈퀴가 있어. 갈퀴를 이용해 빠른 속도로 먹이를 베거나 낚아채 사냥하지. 주로 물고기처럼 연한 먹이를 사냥한단다.
네 주먹이 정말 세?
당연하지! 내 주먹은 정말 세고 빨라!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캠퍼스 연구팀은 2005년 고속카메라와 음향센서로 내가 주먹을 휘두를 때를 관찰했어. 내가 앞발을 뻗을 때의 속도는 초속 23m인데, 이건 자동차가 시속 80km로 달리는 속도와 맞먹어. 또, 주먹을 휘두르면 속도가 빨라 거품이 생기는데, 이 거품이 사라질 때 먹이에게 큰 충격을 줬어. 연구팀은 이 힘이 150kg 짜리 충격을 주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설명했단다. 먹이가 운이 좋아 내 펀치를 피하더라도 거품이 터지면서 만든 충격을 피하긴 힘든 거지.
주먹을 날리다가 주먹이 다치진 않아?
훗, 그럼! 단단한 껍데기를 때려 부숴도 내 앞발은 전혀 손상이 없어. 내 앞발이 단단한 물질과 부드러운 물질로 결합돼 있기 때문이야.
지난 8월 17일,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어바인캠퍼스 데이비드 키사일러스 교수팀은 갯가재가 강력한 펀치를 날리는데도 뼈가 부서지지 않는 이유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어. 투과전자현미경과 원자간력현미경 등으로 갯가재의 앞발을 자세히 조사했지. 그 결과, 갯가재 앞발은 부드러운 단백질과 단단한 인산칼슘이 서로 결합하고 있는 걸 발견했지.
그 앞발 구조의 장점이 뭐야?
단단한 부분이 내 주먹의 위력을 유지하고 부드러운 부분은 충격을 흡수할 수 있어. 연구팀이 갯가재 앞발에 충격을 가하며 앞발 구조가 어떻게 변하는지 관찰한 결과, 앞발에 강한 충격이 생기면 앞발의 결정 구조가 깨져 충격을 분산시켰지. 그리고 외부의 힘이 사라지면 깨졌던 구조가 다시 복구돼 처음의 구조로 돌아왔단다. 연구를 이끈 키사일러스 교수는 “갯가재 앞발이 금속보다 더 충격을 잘 흡수하고, 보기 드문 결합 형태”라며 “이 구조를 연구하면 자동차와 항공기, 방탄복, 헬멧 등 단단하면서도 외부 충격으로부터 안전한 물건을 만드는 분야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