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54년 8월 28일, 영국의 수도 런던의 브로드 가. 이곳의 아기 한 명이 콜레라에 걸려 세상을 떠났어요. 그리고 며칠 후부터 콜레라 환자가 쏟아지기 시작했죠. 9월까지 무려 616명의 목숨을 앗아간 ‘브로드 가 콜레라 유행’의 시작이었어요.
콜레라의 가장 특징적인 증상은 설사예요. 쌀뜨물처럼 허여멀겋게 보이는 설사를 심하면 하루에 20L 이상 해요. 설사가 쌀뜨물 같은 이유는 소장 내부 조직이 다 벗겨져 나왔기 때문이에요. 제대로 치료받지 않으면 사망률이 50%가 넘는 무서운 전염병이죠.
19세기만 하더라도 콜레라의 원인은 밝혀지지 않은 상태였어요. 많은 의사는 나쁜 공기에서 나오는 ‘독기’가 원인이라 생각했어요. 런던의 의사였던 존 스노는 콜레라의 원인을 직접 알아보기로 했어요. 9월 초, 존 스노는 동네 교회의 부목사였던 헨리 화이트헤드와 함께 환자의 집을 방문하며 환자가 감염 전 어떤 활동을 했는지 조사한 ‘감염지도’를 만들었죠.
그 결과, 콜레라 환자 대부분이 브로드 가에 있는 펌프에서 물을 마셨다는 결과가 나왔어요. 콜레라가 오염된 물을 통해 전파된다는 증거였죠. 존 스노는 동네 주민들을 설득해 9월 8일 아침, 브로드 가 펌프 손잡이를 떼어냈어요. 오염된 물로 콜레라가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죠.
이 사건은 이후 ‘존 스노가 펌프 손잡이를 뽑아서 콜레라를 막았다’고 알려졌지만, 사실 펌프 손잡이를 뽑아서 콜레라가 끝난 것은 아니에요. 콜레라 사망자 수는 그전부터 조금씩 줄어들고 있었거든요. 하지만 존 스노의 행동은 더욱 중요한 결과를 낳았어요. 콜레라가 물을 통해 전염된다는 증거를 보여주었을 뿐만 아니라 감염지도를 통해 전염병의 원인을 파악하면서 ‘역학’이라는 새로운 의학 분야를 만들어냈거든요. 존 스노의 감염지도는 이후 전염병 연구의 기본이 되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