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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헥!헥!핵물리학자] 쪼개고 또 쪼개면 세계의 근본을 알 수 있을까?

 

핵물리학자는 핵과 같은 미시세계를 탐구하며 물질의 근본을 찾아왔어요. 가속기와 검출기로 물질을 쪼개 더이상 나뉘지 않는 기본입자가 무엇일지 알아내는 실험을 했지요. 오랜 실험 결과, 과학자들은 세계가 17가지 기본입자로 이뤄져 있다고 보는 ‘표준모형’을 제안했어요. 표준모형은 기본입자들 사이에 미치는 힘 중 중력을 제외한 세 가지를 설명해내지요. 기본입자들을 찾아냈던 물리학자들의 ‘헥헥’ 숨이 차오르는 여정을 소개해요!

 

 

입자를 때리고 부쉈더니 새로운 입자가 나타났다?

 

생물 시간에 양파 표피 세포를 관찰해본 적이 있나요? 광학 현미경에 양파 조각을 두면 작던 조각이 크게 확대돼 세포가 보일 정도지요. 이런 현미경의 원리는 양파 조각에 가시광선*을 쏘아 충돌시킨 뒤 반사되어 되돌아 나오는 가시광선을 측정하는 거예요.


20세기 초 금박을 이용해 핵을 최초로 발견했던 영국 물리학자 어니스트 러더퍼드도 비슷한 원리를 이용했어요. 가시광선 대신 헬륨의 원자핵인 ‘알파선’을 쏘았다는 점만 달랐지요. 알파선은 가시광선보다 에너지가 높아서 원자핵에 가까이 다가가 관찰할 수 있어요. 실험 결과, 알파선은 극소수만 금박에서 튕겨 나오고 대부분은 그대로 통과했어요. 마치 금박 속이 텅텅 비어있는 것처럼요. 이로써 원자 속 공간은 대부분 비어있고, 원자핵은 크기가 아주 작다는 점이 밝혀졌지요.


이후 물리학자들은 핵을 이루는 양성자와 중성자를 발견하고, 이들이 세계를 이루는 기본입자라고 생각했어요. 핵의 구조를 알아내기 위해 입자 가속기도 만들었지요. 그런데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어요. 입자 충돌 실험을 할 때마다 처음 보는 입자들이 마구 나왔거든요. 기본입자가 엄청나게 많은 거 아니냐며 논쟁이 오가던 와중, 미국 물리학자 머리 겔만과 러시아 출신의 미국 물리학자 조지 츠바이크는 새롭게 발견된 입자들이 기본입자가 아니며 더 작은 기본입자들로 이뤄져 있다는 가설을 1964년에 독립적으로 냈어요. 그리고는 그 기본입자에 각각 ‘쿼크’와 ‘에이스’라는 이름을 붙였지요. 이후 ‘쿼크’가 더 많이 사용돼 공식 용어가 되었답니다.

 

 

쿼크의 존재, 실험으로 증명되다


쿼크는 언제 처음으로 발견됐을까요? 1968년 미국 스탠퍼드 선형 가속기 센터는 전자를 빠르게 가속해 양성자에 부딪히게 하는 실험을 했어요. 양성자 내부에 어떤 기본입자가 어떤 모양새를 하고 있는지 알기 위해서였지요. 만약에 구와 정육면체 등에 작은 공을 던지면 각기 다른 모양에 따라 공이 튕겨 나오는 방향과 속도도 다를 거예요. 연구팀 역시 이런 원리를 이용했지요.


그 결과는 러더퍼드가 핵을 발견했던 실험만큼이나 핵물리학자들을 놀라게 했어요. 양성자 안에 있는 입자는 형태도 부피도 없는 점과 같은 모양으로 보였기 때문이에요. 훗날 이들 입자는 겔만과 츠바이크가 각각 이론적으로 제안했던 쿼크, 에이스와 성질이 꼭 맞다는 게 밝혀졌어요. 또 양성자와 중성자는 기본입자가 아니며 세 개의 쿼크로 이뤄졌다는 점도 발견됐지요. 양성자는 업(up) 쿼크 두 개와 다운(down) 쿼크 한 개, 중성자는 업 쿼크 한 개와 다운 쿼크 두 개로 이뤄져 있답니다.


이후 물리학자들은 네 종류의 쿼크를 더 발견했어요. 바로 스트레인지(strange) 쿼크와 참(charm) 쿼크, 탑(top) 쿼크, 바텀(bottom) 쿼크예요. 이들 여섯 종류의 쿼크가 2개 혹은 3개씩 모여 만든 입자를 ‘강입자’라고 부르지요. 양성자와 중성자처럼요. 처음 가속기 실험을 했을 때 발견된 새로운 입자들도 강입자인데, 일상에선 발견할 수 없고 높은 에너지의 입자가 충돌할 때만 생겨나요. 이들은 에너지가 요동치던 초기 우주에 있었을지도 모르죠.


그렇다면 쿼크를 꽁꽁 묶어 양성자 혹은 중성자를 만드는 힘은 무엇일까요? 우선 중력은 아니에요. 쿼크는 너무나도 질량이 작아 서로를 잡아당기는 중력이 없다시피 하거든요. 전자기력도 아니에요. 쿼크도 양전하나 음전하를 띠기는 하지만, 쿼크가 만드는 전자기력이 양성자와 중성자를 이룰 정도로 안정적으로 쿼크를 묶을 수 있는 조건은 아니거든요.

 

 

 

 

양성자와 중성자를 만든 힘은 ‘강한 핵력’


쿼크를 꽁꽁 묶는 힘은 강한 핵력이에요. 우리에게 익숙한 중력, 전자기력과는 완전히 다른 힘이지요. 강한 핵력은 전자기력보다 100배 강한 힘으로 쿼크를 한곳에 모아둬요. 양성자 사이의 서로 밀어내는 전자기력도 이겨내고 양성자와 중성자 여러 개를 꽁꽁 묶어 작은 핵을 만드는 것도 강한 핵력이지요.


그렇다면 쿼크는 어떻게 강한 핵력을 만드는 걸까요? 전자기력이 전하를 지닌 물질에 작용하는 것처럼, 강한 핵력은 ‘색전하’를 띠는 물질에 작용해요. 색전하는 빨강과 초록, 파랑 세 종류가 있지요.


여기서 잠깐! 색전하가 우리 눈에 보이는 색을 띠는 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하세요! ‘색전하’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그저 그 종류가 세 가지이기 때문이에요. 빛이 빨강색과 초록색, 파란색, 즉 삼원색으로 이뤄진 데 착안해 ‘색전하’라는 이름을 만들고 그 종류에 ‘빨강’, ‘초록’, ‘파랑’이란 이름을 붙인 거예요. 이처럼 헷갈리는 이름을 붙인 것에 대해 미국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은 “바보 같은 물리학자들”이라고 말하기도 했지요.


물리학자들은 이후 쿼크에 이어 새로운 기본입자를 차례차례 더 찾아냈어요. 마침내 기본입자를 17개로 분류하고, 기본 힘 중 중력을 제외한 전자기력과 강한 핵력, 약한 핵력이 작용하는 원리를 설명하는 이론 ‘표준모형’을 제안하기에 이르렀지요. 가속기 실험이 거듭되며 표준모형이 예측한 입자가 차례로 발견되다 마침내 2012년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가속기 실험인 ATLAS와 CMS가 ‘힉스’라는 기본입자를 발견하며 표준모형의 마지막 퍼즐이 맞춰졌답니다. 

 

 

 

 

용어정리

* 가시광선 : 전자기파(빛) 중 눈에 보이는 영역. 

2020년 16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 임상훈 교수
  • 에디터

    이다솔 기자 기자
  • 일러스트

    최연지
  • 디자인

    정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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