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머릿속으로 정자를 떠올려 보세요. 아마도 성교육 시간에 본 영상 속에서 꼬리를 힘차게 좌우로 움직이며 난자를 향해 나아가는 모습이 생각날 거예요. 그동안 우리는 정자가 장어처럼 꼬리를 좌우로 움직이며 앞으로 나아간다고 생각했어요. 왜냐하면 1677년 네덜란드 과학자 레벤후크가 정자를 처음 현미경으로 관찰하곤 “꼬리를 흔들어 물속의 장어처럼 헤엄친다”고 표현했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최근 정자 움직임에 대한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어요. 정자를 처음 관찰한 지 약 350년 만이지요.
지난 7월 31일 영국 브리스톨대학교 헤르메스 가델하 교수가 이끈 공동 연구팀은 정자가 몸 전체를 회전하며 움직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발표했어요. 가델하 교수팀은 1초당 5만 5천 프레임을 기록할 수 있는 초고속 카메라를 이용해 정자의 움직임을 3차원으로 촬영했어요. 그리고 이를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시뮬레이션해 본 결과, 정자는 꼬리를 한쪽으로 움직이는 동시에 몸 전체를 나선형으로 회전하며 움직인다는 사실을 확인했어요. 마치 스크루 모양의 아이스크림처럼 말이에요. 연구팀은 과거 레벤후크는 정자의 움직임을 2차원으로 봤기 때문에, 회전하는 꼬리가 마치 좌우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던 것이라고 분석했어요.
가델하 교수는 “꼬리를 한쪽으로만 움직이면 제자리를 맴돌게 되지만, 동시에 몸통을 회전시키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며 ”이번 연구 결과로 건강한 정자를 식별하고 정자 운동 능력 문제로 발생하는 불임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