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그릴 때 ‘귀찮다’는 생각을 해 본 사람, 손! 특히 조금이라도 흐트러져서는 안 되는 직선을 그리거나 경계선을 넘어가서는 안 되는 포스터 작품을 만들 때 나의 ‘똥손’이 원망스럽죠. 그럴 때는 도구의 힘을 빌리세요. 바로 ‘드로잉머신’이에요!
내가 만드는 메이커 스쿨
수십 개 작은 부품, 실수 없이 연결하라!
이번 메이커 스쿨에서는 그림을 그리는 오토마타인 ‘드로잉머신’을 만들었어요. ‘오토마타’란 여러 가지 기계장치에 의해 스스로 움직이는 인형이나 조형물을 말해요. 드로잉머신은 톱니바퀴를 돌리면 펜과 연결된 장치가 움직여 자동으로 가로와 세로 방향의 직선을 그어요.
이번에도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섭섭박사 홀로 뚝딱뚝딱 드로잉머신을 만들었어요. 먼저 키트에서 칼질이 되어 있는 부품들을 손으로 떼어냈어요. 키트는 톱밥과 같은 나무 가루를 강력하게 압착해 만든 판자인 ‘MDF’ 재질로 되어 있었어요. 섭섭박사님은 “MDF는 원래 가루이기 때문에 물이 닿으면 부풀어 오르며 흐물어지는 성질이 있어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어요.
MDF의 또다른 특징은 질감이 거칠다는 거예요. 그래서 다른 부품과 맞물리며 움직이는 톱니바퀴 사이사이에 양초를 발라 마찰력을 줄였지요. 반대로 서로 견고하게 고정되어야 하는 부품끼리는 목공용 접착제를 발라 흔들리거나 움직이지 않도록 했어요. 섭섭박사님은 “접착제가 스며 나와 톱니바퀴 등에 묻지 않도록 필요한 곳에만 얇게 바르는 게 핵심”이라며 제작 꿀팁을 전했답니다.
알아보자!
드로잉머신의 역사는 600년 전부터?
오래 전부터 예술가와 과학자들은 그림을 그리는 수고를 덜기 위해 자동으로 그림을 그리거나, 화가의 작업을 도와주는 드로잉머신을 만들어 왔어요. 미국 시카고예술대학에서 드로잉머신을 연구하는 파블로 가르시아 교수는 웹사이트 ‘드로잉머신스(drawingmachines.org)’에서 드로잉머신에 대한 기록이 1425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설명해요.
당시 언급된 드로잉머신은 ‘선형 원근법’을 표현하는 장치였어요. 선형 원근법이란 납작한 종이에 입체적인 세계를 그리기 위해 멀리 있는 것은 작게, 가까이 있는 것은 크게 그리는 방법이에요. 이탈리아 철학자이자 건축가인 레온 바티스타 알베르티가 자신의 책 <;회화에 관해서>;에서 선형 원근법을 설명하며 이를 자동으로 표현하는 기계 장치를 언급했지요.
그뒤로 예술가와 과학자들은 반복적이고 규칙적인 그림을 그릴 때 수고를 덜기 위해 드로잉머신을 개발해 왔어요. 예를 들어, 스코틀랜드 수학자 휴 블랙번이 처음 개발했다고 알려진 ‘하모노그래프’는 1890년대에 큰 인기를 끌었어요. 줄의 끝에 달린 무게추가 진자 운동을 하면, 기계와 연결된 펜이나 바늘이 ‘리사주 곡선’이라 불리는 선을 그려요. 무게추의 속도 등에 따라 곡선의 모양을 달리 할 수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