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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전쟁을 무대에 올리다! ‘외계공작소’

 

 

1월 10일, 과학공연 전문 극단 ‘외계공작소’를 만든 과학 덕후 세 사람이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동아사이언스 사무실을 찾았어요. 연극 <;양자전쟁>;을 감명 깊게 본 어린이과학동아 박동현 기자의 초청이었죠. <;양자전쟁>;은 천재 과학자들이 양자역학의 이론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했던 1927년 ‘솔베이 회의’를 모티브로 한 연극이에요. 이날 세 사람은 이 연극이 탄생하게 된 뒷이야기부터 잊지 못할 에피소드까지, 낱낱이 공개했답니다!

 

 

 

세 명의 이공대생이 만나 ‘과학 연극’ 만들었다!

 

“그래서 양자역학이 뭐야? 궁금해 미치겠어!”
희끗희끗한 머리, 수북한 콧수염, 초롱초롱한 눈. 물리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독일 과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분장을 한 남성이 사무실을 찾았어요. 연극 <;양자전쟁>;에서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역을 맡은 주붐 배우였죠. 그는 “과학을 잘 모르는 관객도 극을 본 뒤 과학에 대한 호기심을 갖길 바라며 과학 연극을 준비하게 됐다”며 입을 열었어요.


“어릴 땐 과학 이론이 전부 뚝딱 만들어지는 줄 알았어요. 과학자 이름과 이론은 흔히 들어 봤지만, 그 과학자가 연구하면서 느끼는 감정까진 생각하지 않잖아요. 연극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던 건 과학 이론이 아니라, 이론의 탄생 과정과 과학자의 고뇌였어요. 또, 자기 이론이 무너졌을 때 혼란을 겪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과학자도 감정을 가진 ‘사람’이라는 점을 말하고 싶었죠.”


과학의 높은 벽을 허물기 위해 노력하는 강신철 과학 커뮤니케이터가 배우들과 의기투합해 과학극단을 만든 이유를 힘주어 말했어요. 


외계공작소의 첫 작품, 연극 <;양자전쟁>;은 극중 덴마크 과학자 닐스 보어 역을 맡은 김진성 배우가 20분짜리 단편 시나리오를 만들며 시작됐어요. 이후 단원들과 김진우 연출가가 과학적인 요소, 극적 요소를 가미해 90분의 장편 시나리오가 완성됐지요. 김 배우는 “대부분의 과학 공연 시나리오는 외국에서 들여오는 데, <;양자전쟁>;은 직접 쓴 K-연극”이라며 자부심을 드러냈어요.

 

Q&A 
궁금해요!

 

<;양자전쟁>;의 탄생 배경이 궁금해요. 

원래 ‘막스 플랑크’라는 독일 물리학자에 관심이 많았어요. 공식에 자주 등장하는 ‘플랑크 상수’를 만든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궁금해 막스 플랑크 평전을 읽었어요. 그러다 솔베이 회의를 알게 됐죠. 1927년 솔베이 회의에선 양자역학 이론을 두고 전쟁이라 불릴 만큼 치열한 지적 논쟁이 벌어졌어요. 연극의 중요 요소인 사람 사이 갈등 구조가 아주 분명하게 드러나 있었죠. 시나리오에 녹여내기 좋은 소재라 20분짜리 대본을 써 내려갔고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여는 ‘2020 사이언스 버스킹 콘테스트’에 출품했어요. 선정되면서 연극으로도 만들어졌죠.

 

 

전쟁이라 불린 지적 논쟁이라니…, 알려 주세요!

“이 세상을 만든 신은 결코 주사위 놀이 따윈 하지 않아!”
고전역학 대표주자인 아인슈타인이 확률로 표현되는 양자역학에 반대하며 남긴 명언이에요. 그는 과학은 ‘원인’과 ‘결과’가 철저히 규명되고, 과거와 현재를 알면 미래를 확실히 예측할 수 있다고 주장했어요.

 

아인슈타인과 이론적으로 대척점에 있던 인물 닐스 보어는 아인슈타인의 이론이 통하는 거시세계와 달리 미시세계에서 전자는 입자도 될 수 있고, 파동도 될 수 있다고 주장한 과학자예요. 미시세계에선 과거를 알아도 다음 상황을 예측할 수 없고, 상태는 동전 던지기처럼 ‘관찰’되는 순간에 따라 결정된다는 주장을 하며 아인슈타인과 대립했죠.

 

 

 

그래서 누구의 주장이 맞았나요?

자세한 내용은 연극으로 확인해 보세요. 무엇보다 재밌는 것은 보어와 아인슈타인은 과학적으로는 대립했지만, 인간적으론 친한 친구 사이였다는 점이에요. 논쟁을 벌였다고 하니 둘은 앙숙일 것 같지만, 서로의 이론을 공격하는 것은 이론에 대해 탐구하는 과정이었던 거예요. 나란히 앉아 대화하는 사진만 봐도 둘의 관계가 보이지 않나요? 과학자의 삶을 들여다볼 때 느낄 수 있는 재미예요.

 

 

 

사실과 극의 경계를 어떻게 두셨나요?

공연 시작 전까지 가장 스트레스 받았던 부분입니다. 연극이어도 이론에선 절대 틀리면 안 된다는 압박이 있었죠. 그래서 6개월 넘게 양자역학에 대한 논문과 책을 수십 편씩 찾아봤어요. 극의 배경이 되는 칠판 속 공식 하나까지도 심혈을 기울였어요. 한 관객이 칠판을 보더니 “여긴 믿고 봐도 되겠다!”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을 때 정말 뿌듯했죠.


연극이다 보니 정확한 지식을 전달하는 것뿐 아니라 재미와 과학자들의 감정선까지 살려야 합니다. 그런데 그 시대를 직접 살아보지 않았으니 정확한 고증을 어디까지 해야 할지가 가장 어려웠어요. 하지만 반대로 연극이라는 특성을 살려 사람들이 과학에 관심을 갖게 하고, 팩트를 찾아보고 궁금하게 만드는 것도 과학 연극의 큰 역할이라는 생각으로 준비했어요.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아인슈타인에게 한 방 먹이는 장면에서 대사를 실수해 앞뒤가 꼬여 애먹었을 때요. 과학에선 ‘전자’와 ‘원자’처럼 한 글자만 잘못 얘기해도 완전히 개념이 달라지잖아요. 그 때문에 수습하기가 정말 어려워 식은땀 나는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이제 과학 연극은 대본을 더 철저하게 외웁니다. 한번 실수해서 어리바리하게 말하면 과학자라는 설정이 깨져 몰입을 방해할 수도 있기 때문이죠.

 

 

과학 연극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과학 이론에 과학자의 삶이 더해지면 ‘과학은 무조건 어려워!’라고 느끼기보단 한결 더 재미있고, 복합적으로 즐길 수 있을 거예요. 예술이 갖는 힘이죠. 예를 들어 외국인에게 ‘한국으로 오세요!’라고 100번 글로 설명하는 것보다 BTS 무대를 보여줘서 한 번에 임팩트를 주며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것처럼요. 관객들이 과학자에게 공감하고, 그들을 이해하게 되면서 자연스레 과학에 관심을 넓혀나가길 기대해요.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하고 싶으신 말씀?

극에서 일반적으로 다루는 갈등 소재는 돈이나 권력, 사랑이에요. <;양자전쟁>;은 소재의 한계를 넘어 과학 이론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한 과학자들의 갈등을 주제로 삼은 것이 아주 매력적이죠.


긴 시간 인류가 살아오면서 정말 다양한 과학 이야기가 탄생했어요. 하지만 연극으로 풀어낸 것이 거의 없죠. 앞으로 외계공작소에서 소재로 다룰 과학 이야기가 너무 많아서 뭐부터 해야 할지 고민될 정도랍니다. 어과동 독자들도 저희 과학 덕후들의 연극을 재밌게 즐겨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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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3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 이혜란 기자 기자
  • 사진

    어린이과학동아
  • 사진

    외계공작소
  • 디자인

    최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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