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앞에 두 개의 감이 놓여있다고 생각해 보세요. 각각의 감을 맛본 뒤 “A 감은 B 감보다 1.2배 떫군” 이처럼 수치로 말할 수 있나요? 맛 판단은 주관적이어서 이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표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에요. 그런데 지난 6월 6일, 울산과학기술원 고현협 교수팀은 떫은 정도를 정량적으로 알려주는 새로운 ‘인공 혀(전자 혀)’를 개발해 주목을 받았어요.
우리는 맛을 어떻게 느낄까요? 혀의 미뢰엔 맛을 느끼는 미세포가 있어요. 음식이 이에 부서지고 침에 녹아 혀에 닿으면, 미세포가 자극을 받아들여 뇌로 전기 신호를 보내요. 그 결과 우린 단맛, 짠맛, 쓴맛, 신맛, 감칠맛을 느끼게 되지요. 이와 달리 떫은맛은 탄닌*처럼 떫은맛을 내는 분자와 혀 점막 단백질이 결합해 만들어진 응집체가 혀의 점막을 누를 때 느껴져요. 이처럼 떫은맛은 혀에서 감지하는 원리가 달라 새로운 인공 혀 기술이 필요했어요.
연구팀은 떫은맛을 느끼는 원리를 모방하기 위해 미세한 구멍이 많은 고분자 젤을 재료로 사용했어요. 고분자 젤에는 혀의 점막 단백질 역할을 하는 뮤신과 염화리튬이온이 들어있어요. 뮤신이 떫은맛 분자와 만나면 미세 구멍 안에 응집체를 만들고, 이 응집체가 염화리튬이온의 전도성*을 변화시켜요. 그 결과, 전류량 변화로 떫은 정도를 정량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거예요.
고현협 교수는 “저렴하고 유연한 재료로 제작이 간편한 작은 인공 혀를 개발했다”며 “인공 혀는 식품, 주류 산업뿐만 아니라 농업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소감을 밝혔답니다.
용어정리
* 탄닌 : 식물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만드는 성분으로 포도 껍질, 씨앗 등에서 추출된다.
* 전도성 : 이온이 움직이는 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