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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라소니, 동물원 마스코트가 된 사연은?

새 연재를 위해 1월 9일, 청주동물원에 김정호 수의사를 만나러 갔습니다. 돌아다니다 보니, 전기 카트 앞에 그려진 스라소니 얼굴이 눈에 띄었지요. 왜 하필 스라소니일까요? 알고 보니 바로 지난해, 청주동물원에서 스라소니가 번식에 성공하며 마스코트 동물이 됐기 때문이래요. 청주동물원 스라소니를 알아보며 슬기로운 동물원 생활 첫 화를 시작합니다.

 

 

스라소니 번식 대작전, 성공!


2019년 4월, 청주동물원에는 봄이(5살), 유라(4살), 시안(4살), 가을(4살), 스라(9살) 모두 5마리의 스라소니가 살고 있었습니다. 스라소니는 환경부에서 지정한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이고, 2016년 서울대공원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국내 번식에 성공한 뒤 소식이 없던 터라, 동물원 식구들은 스라소니들 사이에서 새끼가 태어나길 한마음으로 기대했지요. 그래서 암컷인 유라와 수컷인 시안이를 합사하곤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동물원 식구 모두 조심했어요. 스라소니는 60m 밖에서 쥐가 지나가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청각이 예민하기 때문에 먹이를 가져다줄 때조차 발자국 소리가 나지 않도록 사뿐사뿐 걸었지요. 


그러던 4월 23일, 스라소니사에서 울음소리가 들렸어요. 유라가 무언가를 감싸고 있었는데, 자세히 보니 자그마한 새끼 두 마리였죠!


기쁨도 잠시, 봄비가 가늘게 내리기 시작했어요. 실외 방사장에 있던 새끼가 비에 젖어 체온이 떨어지고, 폐사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죠. 수의사와 사육사들은 급히 회의를 열고 실내로 통하는 문을 열어두기로 했어요. 모두 퇴근을 미룬 채 유라를 지켜보았답니다. 얼마나 지났을까요. 한참 뒤에야 유라는 새끼를 한 마리씩 물어다가 내실로 옮기고 새끼들을 뉘었습니다. 


태어난 지 10개월이 된 지금, 새끼 스라소니들은 어미인 유라만큼 자랐어요. 하지만 행동은 아직 새끼죠. 하루 중 대부분 잠을 자고, 일어나면 서로 몸싸움을 하거나 엄마의 꼬리를 장난감 삼아 잡으며 논답니다. 또, 수컷인 꿈돌이는 왕성한 식욕 탓에 어미의 몫까지 욕심 부리는데, 유라는 이를 물끄러미 바라볼 뿐이죠. 


스라소니들을 보고 있으면, 자연은 늘 필요한 일을 준비해둔단 생각이 듭니다. 누가 가르쳐 준 적 없어도 동물원에서 태어난 유라는 새끼들을 보호하기 위해 실내로 물어다 옮기고, 동물원에서 태어난 새끼들은 꼬리를 잡으며 사냥 연습을 하잖아요. 이는 오랜 시간 자연이 준비해 온 일이겠지요.

 

 

● 긴급! 봄이 수술하다!

 

2018년 10월 29일┃스라소니, 이사하다! 

 

 

본래 동물원 입구 매점 근처에 스라소니사가 있었는데, 소리에 예민한 스라소니에게 시끌벅적한 입구 자리는 편히 쉴 수 없는 공간이었다. 그래서 동물원 안쪽에 있던 낡은 일본원숭이사와 스라소니사를 맞바꾸었다. 


하지만 20kg 정도 되는 사나운 야생고양이과 동물을 옮기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잘못 다루면 수의사나 사육사의 심한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어 마취는 필수! 1.5m 정도 길이의 관에 블로우 주사기를 넣고 멀리서 입으로 ‘훅!’ 하고 분다. 


블로우 주사기는 맞는 순간 자동으로 약물이 주입되는 식이라 동물의 살에 단단하게 박히도록 바늘이 일반 주사기보다 두껍다. 이 때문에 보통 블로우 주사기를 맞으면 아플 수밖에 없고, 주사기를 맞은 동물은 통증에 무척 화를 낸다. 그런데 이날, 블로우 주사기를 맞은 스라소니들은 삼키는 듯한 신음소리를 낼 뿐 맹수의 자존심을 잃지 않으려 했다. 주사를 맞고 10분 정도 지나자 스라소니들은 모두 잠이 들었고 무사히 옮길 수 있었다.

 

 

2018년 11월 3일┃봄이의 다리가 이상하다!

 

 

“CCTV로 보니 암컷 봄이의 다리가 이상한 것 같아요.”


스라소니를 맡은 사육사가 급히 연락해 왔다. 직접 봄이를 찾아가 보니, 봄이는 가만히 웅크리고 우리의 행동을 예의주시했다. 부상을 입은 자신을 감추려는 야생동물 특유의 반응이다. 


어쩔 수 없이 마취를 하고 봄이의 다리를 X선 발생장치로 촬영했다. 판독 결과는 ‘왼쪽 뒷다리 완전 골절’. CCTV를 되돌려 확인해보니 간밤에 수컷 ‘가을이’와 심하게 다투었고 싸움을 피하려고 높은 곳에서 땅으로 떨어지다 다리를 잘못 짚은 듯했다. 동물원 내의 동물병원엔 대형고양이과 동물의 골절수술재료와 기구가 부족해 근처에 있는 충북대학교에 도움을 요청했고, 내일 바로 수술하기로 결정했다.

 

 

2018년 11월 4일┃2시간의 수술을 이겨내다!

 

충북대학교 수의과대학까지의 거리는 차로 30분. 맹수인 봄이를 데리고 수술에 들어가기까지 넉넉히 1시간으로 잡고 마취를 했다. 잠이 든 봄이를 차량에 옮긴 뒤, 호흡기에 튜브를 꽂아 기도를 확보했고, 마취 상태를 유지하면서 병원으로 이동했다. 


수술실에 들어가고 두 시간 뒤, 봄이의 부러진 다리뼈는 잘 맞춰졌다. 하지만 수술이 끝나도 안심할 수 없다. 예전에 골절 수술을 받은 새끼 호랑이가 수술 후 통증 때문에 결국 죽었기에, 봄이가 수술 후 통증을 견딜 수 있을까 걱정됐다. 


봄이의 빠른 회복을 바라며, 등쪽 털을 깎고 통증을 줄여줄 마약성 패치를 피부 안에 넣어 봉합했다. 부디 며칠만이라도 봄이가 덜 아프길 바라며….

 

 

2019년 1월 4일┃고맙다 봄이야!

 

충북대학교 수의과대학까지의 거리는 차로 30분. 맹수인 봄이를 데리고 수술에 들어가기까지 넉넉히 1시간으로 잡고 마취를 했다. 잠이 든 봄이를 차량에 옮긴 뒤, 호흡기에 튜브를 꽂아 기도를 확보했고, 마취 상태를 유지하면서 병원으로 이동했다. 


수술실에 들어가고 두 시간 뒤, 봄이의 부러진 다리뼈는 잘 맞춰졌다. 하지만 수술이 끝나도 안심할 수 없다. 예전에 골절 수술을 받은 새끼 호랑이가 수술 후 통증 때문에 결국 죽었기에, 봄이가 수술 후 통증을 견딜 수 있을까 걱정됐다. 


봄이의 빠른 회복을 바라며, 등쪽 털을 깎고 통증을 줄여줄 마약성 패치를 피부 안에 넣어 봉합했다. 부디 며칠만이라도 봄이가 덜 아프길 바라며….

 

 

김정호 수의사. 충북대학교에서 멸종위기종 삵의 마취와 보전에 관한 주제로 수의학박사를 받았다. 청주동물원과는 학생실습생으로 인연이 되어 일을 시작했고, 현재는 진료사육팀장을 맡고 있다.

 

 

2020년 05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 김정호 수의사
  • 사진

    청주동물원
  • 에디터

    신수빈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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