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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Go!고고학자] 바이킹은 왜 그린란드를 떠났을까?

우리는 보통 바이킹을 뿔 달린 모자를 쓴 약탈자라 생각해요. 물론 바이킹은 강인한 전사였지만, 동시에 탁월한 항해가이자 모험가, 상인이기도 했어요. 982년, 유럽 사람 중 최초로 그린란드를 발견하고 정착지를 건설한 사람도 바이킹이었죠. 하지만 15세기 초가 되면 바이킹은 몇백 년이나 살았던 그린란드를 포기합니다. 왜 그린란드를 떠난 걸까요?

 

탐험가 바이킹, 북대서양을 건너다!


현재의 스칸디나비아 지방에 살던 종족인 바이킹은 대단한 탐험가였어요. 8세기부터 약 300년에 걸쳐 남쪽으로는 프랑스와 스페인을 돌아 지중해까지 진출했고, 동쪽으로는 강을 거슬러 올라 러시아를 정복했어요. 강이 끊기면 다음 강이 나올 때까지 배를 들고 갔다니 대단하죠?


서쪽으로는 북대서양을 건너 새로운 땅을 발견했어요. 아이슬란드와 그린란드는 물론, 아메리카 대륙까지 발견했지요. 정확히는 사고를 저지르고 살던 곳에서 쫓겨난 바이킹 ‘붉은 머리 에리크’가 추방 생활 동안 아이슬란드 서쪽을 탐험하다 982년에 그린란드를 발견했어요. 그 아들인 레이프 에리크손은 1000년경 북아메리카의 뉴펀들랜드를 발견하고 ‘빈란드’란 이름을 붙였죠. 무려 콜럼버스보다 500여 년이 빠른 기록이에요! 하지만 1960년, 캐나다에서 바이킹 유적이 발견되기 전까지는 모두가 전설이라 생각했답니다.


붉은 머리 에리크가 이끄는 아이슬란드 농민들은 985년경 그린란드 남쪽에 첫 번째 정착지를 세웠고, 또 다른 집단은 그 서쪽에 자리를 잡았어요. 정착 초기 그린란드의 바이킹 인구는 4000~5000명 정도였지만, 14세기 이후 숫자가 점점 줄어들기 시작해 15세기 중반에 이르면 완전히 그린란드를 떠나게 돼요. 버림받은 양 떼와 교회만 남겨두고 말이죠.

 

바이킹, 식량이 부족해 그린란드를 떠났다?


바이킹들이 그린란드를 떠난 이유를 찾기 위해 고고학자들은 바이킹의 식단을 분석하기로 했어요. 생존에 필수적인 식량에 증거가 남아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니까요.


고고학자들은 그린란드의 바이킹 유적에서 발견된 유골의 치아 동위원소를 분석했어요. 분석 결과 그린란드에 도착한 초기, 바이킹 식단에서 해산물의 비중은 20% 정도였어요. 그런데 바이킹이 그린란드를 떠나는 14~15세기의 유골에서는 식단에서 해산물의 비중이 80%까지 올라갔지요. 이미 그린란드에 정착해 농사와 목축을 했을 텐데도 곡식과 고기의 비중이 줄어든 거예요.

 


고고학자들은 이 결과를 날씨가 점점 추워지면서 바이킹이 농사를 짓기가 힘들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어요. 14세기 중엽부터 전 지구의 기온이 1~2℃ 낮아지는 시기가 찾아와요. 고고학자들은 이 기온 저하가 그린란드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했어요. 추워져서 농사가 실패하자, 부족한 식량을 바다에서 보충해야 했던 거죠. 


기근에 캐나다에서 건너온 이누이트족의 공격까지 이어지자, 15세기 초 남은 바이킹은 그린란드를 떠났어요. 제아무리 위대한 바이킹이라도 식량이 충분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었던 것이죠.

 


뼈를 보면 먹은 음식도 알 수 있다!

 


고고학자들은 그린란드의 유적에서 발견된 뼈만으로 바이킹의 식단을 알아낼 수 있었어요. 어떻게 했느냐고요? 뼈의 콜라겐 단백질에 함유된 동위원소의 비율을 알면 가능하답니다.


우리가 먹은 음식의 원소는 몸에 흡수되어 뼈에 쌓여요. 그런데, 우리가 먹는 음식의 종류에 따라 흡수하는 동위원소의 비율이 조금씩 다르답니다. 


예를 들어, 열대 지방에 서식하는 옥수수, 사탕수수 같은 ‘C4 식물’은 광합성 과정에서 13C이라는 탄소 동위원소를 많이 흡수해요. 쌀, 보리처럼 온대에 서식하는 ‘C3 식물’은 13C를 적게 흡수해요. 광합성 화학 과정이 달라서 일어나는 차이죠. 


이와 비슷하게, 바다에서 채취한 음식을 많이 먹거나 질소가 많이 함유된 콩류 음식을 먹으면, 질소 동위원소 15N의 비율이 높아지지요.


따라서 뼈의 조직을 추출하여 동위원소 비율을 분석했을 때 질소 동위원소 15N의 비율이 높다면,  주위 환경에 따라 이 사람이 콩류나 해산물을 많이 먹었다고 해석할 수 있는 거지요.


고고학자들은 이 방법으로 바이킹의 식단을 추적할 수 있었답니다. 

 

 

※필자소개

고은별(서울대학교 고고미술사학과)
서울대학교 고고미술사학과에서 고고학을 공부했다. 시흥 오이도 유적, 구리 아차산 4보루 유적, 연천 무등리 유적 등 중부 지역의 고고학 유적 발굴에 참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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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02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 고은별(서울대학교 고고미술사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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