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새해엔 절대 큰소리를 내지 않는 어른이 되자! 알겠지, 개코 조수?”
“….”
개코 조수가 들은 척도 하지 않자 꿀록 탐정은 저도 모르게 크게 소리쳤어요.
“야! 개! 코! 조! 수우우우!”
“헤헤. 꿀록 탐정님 새해 목표가 12초 만에 무너졌네요.”
“너~! 잡히면 가만 안 둬!”
새해에도 꿀록 탐정과 개코 조수의 귀여운 다툼은 끊이질 않네요. 둘이 한참을 투닥거리고 있을 때, 누군가 탐정 사무소의 문을 벌컥 열었어요!
<;동화마을에 무슨 일이?>; 놀부가 일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탐정님! 제 남편이 일어나질 못해요!”
탐정 사무소의 문을 박차고 들어온 이는 다름 아닌, 놀부의 부인이었어요. 어찌나 급하게 달려 왔는지 신발도 신지 않은 채로 뛰어 들어왔지요.
“놀부 부인, 자세히 얘기해 보세요! 놀부가 일어나질 못한다고요?”
“네! 바닥에 머리가 붙었다고 소리만 질러요! 너무 놀라 흥부에게 찾아갔더니 탐정님한테 가보라고 하더라고요.”
뭔가 큰일이 벌어졌음을 직감한 꿀록 탐정과 개코 조수는 급하게 놀부의 집으로 찾아갔어요. 거기엔 얼음장처럼 차가운 바닥에 누워 꼼짝도 못하는 놀부와 이를 보고 눈물을 짓고 있는 흥부가 있었지요.
놀부는 바닥에 누워 고래고래 소리만 지르고 있었어요.
“오랜만에 기분 좋게 목욕까지 하고 잤는데, 이게 무슨 일이야!”
“목욕이요?”
“그래! 그런데 집에 수건이 없어서 대충 물기만 털고 잠들었지!”
“그렇다면 설마…?”
전날 저녁, 놀부가 머리를 감고 제대로 말리지 않은 채 잠자리에 든 게 사건의 원인일 줄이야! 갑자기 추워진 날씨 탓에 그만 젖은 머리가 차가운 바닥에 얼어붙은 거예요. 이 얘기를 들은 흥부가 눈물을 닦으며 말했어요.
“아이고…, 형님 댁에 보일러 하나 놔 드려야겠어요.”
▲ PDF에서 고화질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통합과학 개념 이해하기>; 보일러는 어떻게 우리 집을 따뜻하게 만들까?
저런…, 놀부네 집에 보일러가 있었다면 따뜻한 바닥에서 꿀잠도 자고, 머리가 얼어붙을 일도 없었을 텐데요…. 겨울철 필수품이 된 보일러가 어떻게 우리 집을 따뜻하게 만드는지 함께 알아볼까요?
추운 겨울, 방 안이 쌀쌀할 때 보일러를 틀면 바닥이 따뜻해지는 걸 느낄 거예요. 이때 바닥을 따뜻하게 만드는 물질은 ‘물’이에요. 여러분이 사는 집의 바닥을 뜯어보면 따뜻한 물이 흐르는 구불구불한 플라스틱 관이 구석구석 깔려 있는 걸 볼 수 있을 거예요. 보일러를 틀면 이 관으로 따뜻한 물이 흘러 바닥을 데우는 거죠.
보일러는 사람으로 비유하면 심장과 비슷해요. 심장이 뛰면서 모든 혈관에 피를 순환시키듯, 보일러 안에 들어 있는 순환펌프가 바닥에 깔린 관에 물을 돌리는 거죠. 하지만 찬물이 돌면 난방이 전혀 되질 않겠죠? 그래서 보일러 안에는 물을 뜨겁게 데우는 ‘열교환기’가 들어있답니다. 보일러라는 이름도 ‘끓이는(boil) 장치(-er)’라는 뜻으로 붙여진 거고요.
보일러 안에는 진짜 불이 타고 있어요. 보통 가정집에서 쓰는 보일러는 ‘버너’에서 가스를 연소시켜 열을 만들지요. 보일러로 들어온 물은 관을 통해 버너 근처를 지나면서 40~60℃ 정도의 온도로 데워진답니다. 따뜻해진 물은 보일러 안에 있는 순환펌프를 통해 집안 구석구석으로 퍼져 열을 전달한 뒤 다시 차가워지지요. 차갑게 식은 물은 보일러 안으로 들어와 데워지길 반복하고요.
그런데 보일러가 물을 데울 때 문제점이 하나 있어요. 가스에서 발생시킨 열 중 일부만 물을 가열시킨다는 거예요. 나머지 열은 120℃의 뜨거운 배기가스와 수증기를 통해 그냥 밖으로 배출되지요. 이 때문에 일반적인 보일러는 열효율이 80~85% 정도랍니다. 즉 15~20%의 열은 난방에 쓰이지 않는 거예요.
그런데 최근 개발되는 보일러는 수증기를 통해 배출되는 열을 재활용해서 다시 물을 데우는 데 사용해요. 이 방식을 이용해 보일러의 열효율은 94%까지 올랐답니다. 요즘 TV 광고에 자주 나오는 ‘콘덴싱보일러’가 바로 수증기를 재활용하는 보일러지요.
<;통합과학 넓히기>; 경복궁에서 발견된 도넛 모양 온돌?
경복궁의 안쪽엔 왕이 휴식을 취하던 연못 ‘향원지’가 있어요. 그리고 향원지의 중심엔 아담한 정자 ‘향원정’이 있지요. 고종 10년(1873년)에 지어진 것으로 추정되며, 정육각형의 2층 건물이랍니다. 겨울이 되면 외국인 선교사들은 향원지에서 스케이트를 탔고, 고종과 명성황후가 향원정에 머물며 이를 구경했다고 전해져요. 하지만 몇 년 전부터 건물이 기울고 뒤틀리는 현상이 발견됐어요. 이에 문화재청에선 2018년 11월부터 향원정을 해체하고 보수하는 공사를 실시했지요.
그런데 2019년 11월, 문화재청은 보수 과정에서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찾아냈다고 발표했어요. 향원정에서 도넛 모양의 온돌이 설치됐던 흔적을 발견한 거예요. 이전부터 온돌이 있을 거라고 추측은 했지만, 어떤 구조로 설치되어 있는지 알지 못했지요. 이번 보수 작업 덕분에 향원정을 해체하면서 온돌이 도넛 모양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거랍니다.
도넛 모양의 온돌은 지금껏 발견되지 않은 새로운 형태예요. 일반적으로 온돌은 방바닥에 여러 줄의 일자 형태로 설치되어 있답니다. 그래야 방바닥 전체가 고루 따뜻할 테니까요. 그런데 향원정에는 무슨 이유로 도넛 모양의 온돌이 설치된 걸까요?
아쉽게도 향원정을 건축했을 당시의 기록이 남아 있질 않아 정확한 이유를 알 수는 없어요. 다만 이번 조사에 참여한 국립강화문화재연구소 배병선 소장은 “정자가 연못 위에 있어 지반이 약한 탓에 온돌을 전체적으로 설치하기가 어려우며, 사람이 거주하지 않는 작은 공간이기 때문에 가장자리만 따뜻해도 충분하다고 여겼을 것”이라고 추측했어요.
또 다른 재밌는 추측도 있어요.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 김태영 사무관은 “향원정 안에서 창문만 연 채로 주변 경관을 구경하는 사람들을 위해 온돌을 도넛형으로 설치했을 수 있다”고 얘기했답니다.
<;에필로그>;
착한 흥부 덕분에 놀부네 집에도 보일러가 설치됐어요. 이제 놀부도 평화롭게 겨울을 보낼 수 있겠죠?
하지만 다음 날, 놀부 부부가 씩씩거리며 꿀록 탐정 사무실을 다시 찾아왔어요! 그런데 부부의 머리가 라면처럼 꼬불꼬불하네요? 꿀록은 우스꽝스러운 모습에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죠.
“큭큭…, 어떻게 된 일이죠…? 큭큭큭큭!”
“몰라! 흥부가 난방비를 내준다고 해서 보일러를 최대한 뜨겁게 틀고 잤을 뿐이야!”
“욕심 부리다가 뜨거운 바닥에 머리가 타버렸군요. 큭큭큭….”
놀부 부부는 부끄러움에 후다닥 꿀록 탐정 사무실에서 달아났어요. 동화마을 사람들은 이 부부를 ‘라면 부부’라고 놀렸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