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동물이라니, 무슨 소리예요. 깡충깡충 누구보다 당당하게 탐정 사무소까지 왔다고요.”
토끼의 말에 꿀록 탐정은 깊은 고민에 빠졌어요. 계속된 이상한 일들이 수상한 동물과 관련이 있다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지요.
“잡자! 수상한 동물!”
● 스토리 따라잡기
수상한 동물은 꿀록의 둘째 형?!
꿀록 탐정과 개코는 수상한 동물을 잡기 위해 밖으로 나왔어요. 개코는 탐정 사무소 주위를 킁킁거리며 다녔지요. 그러다 사무소 뒤편 모퉁이에서 갑자기 멈춰 섰어요.
“으악. 말 좀하고 멈춰, 개코! 하마터면 뒤로 벌러덩 넘어질 뻔 했잖아!”
개코는 꿀록의 호통에 아랑곳하지 않고 냄새를 다시 한 번 맡아보더니 머리 를 갸우뚱거리며 꿀록 탐정을 쳐다봤어요. 답답한 꿀록이 물었지요.
“무슨 냄새가 나는데? 왜 자꾸 날 쳐다보는 거야?”
“꾸…, 꿀록아….”
조심스레 꿀록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리자 꿀록은 고개를 돌렸어요.
“형…! 한동안 연락도 없더니 여긴 어쩐 일이야?”
재회의 감격도 잠시, 꿀록 탐정의 물음에 둘째 형은 한숨을 푹 내쉬었어요. “우리 어렸을 때 늑대 때문에 집을 몇 차례나 잃었잖아. 다행히 셋이 힘을 합쳐 늑대를 쫓아내긴 했지만 아직도 그 생각만 하면 식은땀이 난다니까. 그런데 그때 일이 다시 시작되는 것 같아….”
“다시 시작된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얼마 전부터 집 군데군데 금이 가기 시작했어. 바람이 조금만 세게 불어도 천정의 조명이 흔들거리고….”
심상치 않은 낌새를 느낀 꿀록은 한시가 급하다며 둘째 형의 집으로 향했어요. 집은 벽 이곳저곳에 금이 가 있고, 철근이 밖으로 드러난 곳도 있었지요.
● 통합과학 개념 이해하기
도시를 지탱하는 건축 재료, 콘크리트
작년 12월,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대종빌딩에 사용 금지 조치가 내려졌어요. 건물의 중앙 기둥이 부풀어 오르 고 단면이 20% 이상 부서졌으며, 철근의 이음새가 어긋 나는 등 여러 문제가 발견됐지요. 건물을 받치는 기둥이 설계 도면과 달리 시공되며 건물을 제대로 지탱하지 못 한 거예요. 이처럼 콘크리트가 건물을 제대로 지탱하지 못하면 큰 사고가 발생할 수 있어요.
콘크리트는 시멘트, 자갈, 모래에 물을 섞어 만들어요. 시멘트의 주재료인 석회는 물과 반응해 딱딱한 결정 형태의 수산화칼슘이 되지요. 여기에 자갈과 모래를 더하 면 단단한 콘크리트가 만들어지는 거예요.
콘크리트는 재료를 섞은 후 1시간이 정도 그대로 두면 굳기 시작해요. 따라서 공장에서 콘크리트의 각 재료를 받아 목적지까지 콘크리트가 굳지 않도록 휘저어 줄 운송 수단이 필요해요. 바로 ‘레미콘 트럭’이지요. 운반하는 동안 드럼 통을 돌려 재료들이 굳지 않도록 계속해서 섞어 줘요. 레미콘은 영어로 ‘미리 섞인 콘크리트’라는 뜻의 ‘레디믹스드 콘크리트(ready- mixed concrete)’에서 따온 말이랍니다.
콘크리트는 고대 로마시대에서도 사용됐을 정도로 오래된 건축 재료예요. 125년 경 지어진 고대 로마 판테온 신전의 돔도 4535t의 콘크리트로 이뤄져 있지요. 당시 로마인들은 화산재와 석회, 바닷물, 화산암을 섞어 콘크리트를 만들었어요. 2017년 일본 도호쿠대학 히사다 마코도 교수는 화산재가 로마 건축물을 오랫동안 보존할 수 있는 비결이라는 연구를 발표했지요. 실험을 통해 시멘트에 화산재를 섞으면 콘크리트를 부식시키는 이산화탄소와 염분의 침투가 줄어든다는 사실을 알아낸 거예요. 이 연구를 반영해 일본에서는 새로 짓는 건축물에 화산재 성분이 많은 가고시마 현의 흰 모래를 사용하는 곳도 있답니다.
● 통합과학 넓히기
콘크리트 건물 안에서 햇볕을 쬘 수 있을까?
사방이 콘크리트로 둘러싸인 곳에 있다고 생각해 보세요. 한 줌의 빛도 들어오지 않아 어둡고 답답하겠죠? 헝가리 건축가 아론 로손치는 이러한 편견을 깨고 사방을 콘크리트가 둘러싸고 있어도 답답하지 않은 건물을 만들고 싶었어요. 연구 끝에 빛을 투과하는 ‘리트라콘(Litracon)’을 개발했지요.
리트라콘은 기존의 콘크리트 재료에 광섬유*를 추가해 빛이 콘크리트 안과 밖을 드나들 수 있게 했어요. 광섬유는 콘크리트 재료와 함께 섞지 않고 틀에 고정시킨 다음 콘크리트를 채워 단단히 굳히지요.
광섬유는 강도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콘크리트 전체 무게의 최대 4% 정도만 넣을 수 있어요. 리트라콘의 압축강도는 36~40Mpa*정도로, 보통 아파트 설계 시 압축강도가 30Mpa임을 고려하면 실제 아파트를 지을 때에도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이지요. 하지만 리트라콘은 광섬유의 가격이 높아 기존 콘크리트보다 훨씬 비싸요. 실제 건축 현장에서 자주 쓰이지 못하는 이유지요. 그런 데 작년 12월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김병일 교수팀은 광섬유 대신 아크릴을 사용해 빛은 그대로 투과하면서도 비교적 싼 콘크리트를 발표했어요. 이름은 ‘빛감성 친화형 콘크리트’지요. 만드는 방법도 리트라콘과 똑같아요. 틀에 광섬유 대신 아크릴 봉을 고정시키면 되지요. 아크릴은 깨지기 쉬운 광섬유에 비해 튼튼해서 현장에서 인부가 다루는 데도 훨씬 편리하답니다.
● 스토리 따라잡기
“조금만 늦게 절 찾아왔어도 정말 큰일 났을 거예요. 집의 뼈대가 돼야 하는 콘크리트 일부에 구멍이 뚫려 있어요. 점점 기우는 걸 보니 아마 곧 무너질 거예요. 어쨌든 여기서는 하루라도 더 지내면 안 돼요! 절. 대. 로.”
꿀록 탐정은 둘째 형과 그의 가족에게 잠시 동안 머물 집 을 마련해 줬어요.
“꿀록아, 정말 고맙다. 예전에 늑대가 찾아왔을 때도 우리를 구해 주더니 이번에 또 신세를 졌구나.”
아쉬운 작별 인사를 마치고 꿀록 탐정은 개코와 함께 사무소로 돌아왔어요. 다행히 수상한 동물은 둘째 형인 것으로 밝혀졌지만, 누군가 둘째 형의 집을 일부러 무너뜨리려고 했다는 생각을 하면 등줄기가 서늘해졌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