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해안가를 가본 적이 있다면 까마귀쪽나무를 한 번쯤 봤을지도 몰라요. 7m의 큰 키로 자라나는 까마귀쪽나무는 소금이 섞인 바닷바람을 쐬어도 잘 자라 해안가의 가로수로 많이 쓰이거든요. 제주도에는 까마귀쪽나무의 방언인 ‘구럼비낭’과 이름이 비슷한 ‘구럼비’라는 지역이 있는데, 까마귀쪽나무가 이곳에 많아서 붙은 이름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지요.
까마귀쪽나무는 낙엽이 지지 않는 상록수예요. 길이 8~15cm의 좁고 긴 나뭇잎이 두꺼운 가죽질로 이뤄져 지금처럼 추운 겨울에도 변함없이 달려 있지요. 덕분에 해안가에 줄지어 심으면 차가운 겨울 바닷바람이 마을로 불어오는 것을 막아준답니다.
9월에 흰색 꽃이 핀 뒤 지고나면 초겨울쯤 초록색 열매가 동그랗게 여러 개 열려요. 열매는 겨울을 지나며 파랗게 변하다가 이듬해 여름에야 까맣게 익지요. ‘까마귀쪽나무’라는 이름을 얻은 것은 까마귀가 이 열매를 먹을 때 ‘쪽’하는 소리를 내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고, 까만 열매가 조선시대 여성들의 까만 쪽머리와 비슷하게 생겼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있답니다.
* 이달을 마지막으로 연재를 마칩니다. 그동안 ‘식물 속 동물 찾기’를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수
하영호(국립수목원 산림생물다양성연구과 석사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