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난 아이슬란드에 살고 있는 라라야. 오늘도 내 블로그에 놀러와 줘서 고마워.
늘 나는 우리 집에서 멀리 떨어진 친척집으로 급히 달려왔단다. 왜냐고? 우리 마을 옆에 있는 ‘*에이야팔랴외퀼’ 화산이 폭발 한다지 뭐야. 우리 가족은 서둘러 안전한 곳으로 도망치기로 했어. 나도 내 보물인 곰인형 테디와 노트북을 들고 집을 나섰지! 집 밖에 나와서 보니…, 세상에! 상상이나 해 봤니? 저 커다란 먼지 구름!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에이야팔랴외퀼 : ‘섬에서 떨어진 빙하’라는 뜻이다.
‘에이야’는 ‘떨어지다’, ‘팔랴’는 ‘산’, 그리고 ‘외퀼’은 빙하라는 뜻이다.
불과 얼음의 나라, 아이슬란드
지화산(volcano) 2010.04.15. 접속 위치: 대한민국 서울.
안녕, 라라. 맑고 파란 하늘에 그렇게 탁한 먼지 구름이 있을 수 있다니 놀라워! 혹시 그 사진 합성은 아니겠지?
라 라(Lara) 2010.04.15. 접속 위치: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
합성 사진이라니? 오우, 노! 라라는 거짓말을 하지 않아. 사실 이 곳은 조상 대대로 화산 폭발이 끊이지 않았단다.
앗, 뜨거~! 화산섬 아이슬란드의 탄생
지구는 여러 개의 얇은 *판으로 둘러싸여 있고, 그 아래로는 암석이 녹을 만큼 뜨거운 맨틀이 있다. 맨틀로부터 마그마가 올라오다가 지각을 뚫고 나오는 것이 화산이다. 또한 맨틀의 어느 한 점에 마그마가 모였다가 그대로 위로 솟구치는 곳도 있다. 이런 걸 ‘열점’이라고 한다.
한편, 대서양 바다 밑을 이루고 있는 북아메리카 판과 유라시아 판은 계속해서 서로 멀어지고 있다. 그 결과 그 틈으로 마그마가 새어 나오면서 깊은 바다 아래에 화산이 줄지어 만들어졌다. 이들을 대서양 바닥 가운데에 있는 낮은 고개라 하여 ‘대서양중앙해령’이라고 한다.
아이슬란드는 대서양중앙해령의 열점에서 마그마가 뿜어져 나온 다음 식어서 만들어진 화산섬이다. 이 때문에 현재 아이슬란드에서는 총 130개의 화산이 있으며, 그 중 18여 개의 화산이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지구 껍데기인 지각과 그 아래 맨틀 중 가장 윗부분을 합쳐 ‘판’이라 한다. 지구에는 커다란 판7개와 여러 개의 작은 판들이 그 아래 맨틀의 움직임에 따라 천천히 움직이고 있다. 판과 판이서로 부딪히거나, 스치거나, 멀어지면서 지진이나 화산 활동이 일어난다.
▲ 노란색 화살표가 올라오는 부분이 해령 이다. 두 판이 벌어지는 틈 사이로 마그마가 뿜어져 나왔다가 식으면서 쌓여 해령이 생긴다. 이 해령에 있는 열점으로 생긴 화산섬이 아이슬란드다.
▲ 유럽의 아이슬란드는 대서양중앙 해령(연보라색) 위에 놓여 있다.
지화산(volcano) 2010.04.16. 접속 위치: 대한민국 서울.
그렇구나! 그런데 왜 사진 속 화산에는 빙하 같은 얼음이 잔뜩 있어? 화산은 아주 뜨겁지 않아?
라 라(Lara) 2010.04.16. 접속 위치: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
오, 화산아! 아이슬란드는 무척 추운 나라란다. 북극 바로 남쪽에 있거든! 그래서 아이슬란드곳곳에 빙하가 있어.
뜨거운 불 위에 차가운 얼음!
이번에 폭발한 ‘에이야팔랴외퀼’ 화산 위에는 차가운 빙하가 있다. 아이슬란드에는 이처럼 빙하와 화산이 함께 있는 곳이 많다. 어떻게 차가운 빙하와 뜨거운 화산이 한 자리에 있을 수 있을까?
아이슬란드는 북극 바로 아래에 있는 추운 섬나라다. 그래서 크고 작은 빙하들이 아이슬란드를 뒤덮고 있다. ‘에이야팔랴외퀼’도 그런 곳들 중 하나다. 게다가 ‘에이야팔랴외퀼’ 화산은 해발 1666m로, 산꼭대기의 기온이 아주 낮아 얼음이 잘 녹지 않는다.
하지만 ‘에이야팔랴외퀼’ 화산 역시 열점에서 만들어진 화산이다. 다만 지난 1821년에 마지막으로 폭발한 이후 화산 활동을 쉬었기 때문에 빙하가 있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화산 폭발로 분화구 근처의 빙하 일부는 수증기가 되어 사라졌다.
▲ 2005년 1월, ‘에이랴팔랴외퀼’ 화산이 폭발하기전 모습. 산꼭대기가 빙하로 덮혀 있다.
▲ ‘핌보로우할스’ 화산이 폭발하는 모습.
생각해 보니 ‘에이야팔랴외퀼’ 화산이 폭발하기 전에 그 옆에 있던 ‘핌보로우할스’화산이 먼저 폭발했어. 연달아 폭발하다니, 뭔가 이상하네….
우르르 쾅쾅~! 화산이 폭발하기까지
글쓴이: 라라(Lara) 2010.04.20. 접속 위치: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
친구들, 재밌는 사실 알아 냈어. 내가 저번에 ‘에이야팔랴외퀼’ 화산 옆에 있는 ‘핌보로우할스’ 화산이 ‘에이야팔랴외퀼’ 화산보다 먼저 폭발했다고 했지? 그 두 화산 폭발이 서로 관련 있었어! 신기하지 않니?
이번이 끝이 아니야!
"‘에이야팔랴외퀼’ 화산에서 ‘핌보로우할스’ 화산보다 조금 더 떨어진 동쪽에는 ‘카틀라’라는 큰 화산이 있어요. 화산 깊숙한 아래에 마그마가 고여 있는 곳을 ‘마그마챔버’라고 하는데, 이번 화산 폭발로 ‘카틀라’ 화산의 마그마챔버의 균형이 깨졌을 가능성이 커요. 아이슬란드 정부에서는 ‘카틀라’ 화산도 곧 폭발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답니다." 윤성효 (부산대학교 지구과학교육과 교수)
▲ 아이슬란드 기후연구소에 따르면, 최근 들어 ‘카틀라’ 화산에서 규모 3 이하의 지진이 자주 일어나고 있다. 화산 폭발 전에는 지진이 많이 일어난다.
지화산(volcano) 2010.04.22. 접속 위치: 대한민국 서울.
궁금한 점이 있어, 라라. 이산화규소(SiO2) 비율에 따라 현무암 성분, 안산암 성분, 유문암 성분, 세 종류의 마그마가 있잖아. ‘에이야팔랴외퀼’ 화산과 ‘핌보로우할스’ 화산에선 현무암 성분의 마그마가 나왔대. 현무암질 마그마는 원래 폭발하지 않고 그냥 화산을 따라 조용히 흘러내리지. 그런데 왜 두 화산은 폭발한 걸까?
폭발의 범인은 빙하, 바로 너!
글쓴이: 라라(Lara) 2010.04.20. 접속 위치: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
화산아, 안녕? 네 덧글을 보고 나도 그 점이 궁금해졌단다. 그래서 한번 알아봤어. 네 말대로 원래 현무암질 마그마는 화산을 폭발시키지 않아. 세 종류의 마그마 중 가장 끈적임이 적기 때문이지. 그렇기 때문에 현무암질 마그마는 조용히 화산을 따라 흘러내려가. 마치 물이 흐르듯이 말이야. 하지만 이런 현무암 성분의 마그마도 물을 만나게 되면 굉장히 난폭해진대. 무슨 얘기냐고?
❶ 분화구까지 올라온 마그마속 으로 분화구 위에 있던 빙하가 들어간다. 빙하는 1100~1200℃의 뜨거운 마그마를 만나 물이 되었다가 기체인 수증기가 된다. 이 과정에서 마그마가 식어 검고 작은 화산재가 생긴다.
❷ 마그마 속에 있던 수증기는 화산 속 높은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밖으로 나온다. 화산재와 마그마가 함께 올라온다.
❸ 수증기가 바깥으로 나오면 누르는 압력이 낮아져 순식간에 커다란 구름이 된다. 이 때 화산재와 마그마가 함께 폭발적으로 뿜어져 나온다.
화산 폭발, 그 후…
글쓴이: 라라(Lara) 2010.04.20. 접속 위치: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
모두 오랜만이야. 라라는 오늘 기분이 별로야. 내 인형 친구 테디가 화산재와 *화산먼지 때문에 새까맣게 되었지 뭐야. 게다가 잘 씻겨 내려가지도 않더라고…. 오, 불쌍한 테디!
*화산먼지 : 화산이 폭발할 때 마그마가 빠르게 식어 생기는 가루 중 화산재보다 작은 것. 화산재는 1/16~2㎜ 크기이며, 화산먼지는 1/16㎜보다 작다.
"일반적인 먼지는 표면이 비교적 매끈매끈해요. 그래서 탈탈 털면 쉽게 떨어져 나가는 편이죠. 하지만 화산먼지는 표면이 날카롭고 뾰족뾰족하기 때문에 한번 붙으면 잘 떨어지지 않아요. 우엉가시가 옷에 붙으면 잘 떨어지지 않는 것과 비슷한 원리랍니다."
황재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질조사연구실 책임연구원)
▲ 화산먼지를 확대한 모습. 표면이 거칠고 날카롭다.
더 속상한 건 뭔 줄 아니? 맙소사, 신이시여! 멀쩡하던 노트북이 고장 났었다는 거야(물론 지금은 다시 고쳐서 이렇게 글을 쓰고 있지.). 알고 보니 아주 작디작은 화산재가 전자제품 속으로 들어가 부품을 망가뜨렸기 때문이었어. 게다가 화산재와 함께 나오는 화산 가스에는 이산화황(SO2), 황화수소(H2S) 같은 산성 기체들이 있는데, 공기 중 수증기와 만나 강한 산이 되면 전자제품을 부식시키기도 한다나 뭐라나. 친구들은 이번 화산 폭발로 뭐 피해 본 것 없어?
캐롤라인(im-Karoline) 2010.04.23. 접속 위치: 노르웨이 베르겐.
안녕, 라라. 나는 노르웨이에 사는 캐롤라인이야. 캐리라고 불러줘. 화산 폭발로 인한 피해라….지난 16일쯤, 검은 화산먼지 구름이 우리 집 위를 덮쳤을 때, 난 정말 무서웠어. 그래도 더 큰 화산 폭발로 이어져 홍수나 심한 산성비가 내리지 않은 게 다행이야.
▲ 노르웨이까지 날아와 하늘을 덮은 화산재의 모습.
루시(Lucky_Lucy77) 2010.04.25. 접속 위치: 영국 런던.
안녕, 인천국제공항에서 이제 막 집에 돌아온 루시야! 한국으로 수학여행 갔다가 비행기가 날지 못하는 바람에 그 동안 우리나라로 돌아오지 못했단다. 흑흑, 이게 무슨 꼴이람!
지화산(volcano) 2010.05.01. 접속 위치: 대한민국 서울.
한국에서는 지난 4월 20일, *제트기류를 타고 화산재가 왔어. 화산재와 함께 온 산성 가스 때문에 산성비가 내릴 거라며 난리였지만, 워낙 적은 양이 날아와서 큰 피해는 없었어.
* 대류권 위쪽이나 성층권 같은 높은 하늘에서 넓은 범위에 걸쳐 아주 빠르게 흐르는 커다란 바람. 겨울엔 온 지구를 휘감고 흐를 때도 있다.
▲ 화산재를 확대한 모습. 화산재에는 모래 성분인 이산화규소(SiO2)가 많다. 이 때문에 뜨거운 비행기 엔진 속에 들어가서 녹으면 엔진을 망가뜨리고, 엔진에 무리를 줘 비행기에 불이 붙을 수도 있다.
콜록콜록~! 화산재가 지구에게 주는 선물?
이번에 하늘 위로 떠오른 화산재 중 무거운 건 땅으로 떨어지겠지만, 가벼운 건 공기와 함께 섞여 하늘에 떠 있게 될 것이다. 그러면 가벼운 화산재들은 계속 지구를 둘러싸고 맴돌게 되고, 그 결과 지구는 지금보다 조금 더 추워질 수 있다. 왜냐하면 지구의 기후 변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바로 태양 에너지인데, 이 태양 에너지가 지구로 내려오는 걸 하늘의 화산재 층이 방해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부분적으로 지구온난화를 막을 수도 있다. 물론 이번 ‘에이야팔랴외퀼’화산 폭발은 비교적 작은 크기였기 때문에, 이런 영향이 크거나 오래 계속되진 않을 것이다.
▲ ‘에이랴팔랴외퀼’ 화산에서 나오는 화산재가 먼지 구름을 이뤄 하늘로 올라간 모습.
▲ ‘에이야팔랴외퀼’ 화산에서 나온 화산재가 하늘의 구름 위에 떠 있는 모습.
안녕, 친구들. 라라야. 오늘도 내 블로그에 와 줘서 고마워.
이번 화산 폭발이 있기 전까지는 전혀 몰랐어.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화산활동이 이렇게 많은 곳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 말이야. 하지만 가만 생각해 보니 우리는 지구라는 하나의 별에서 사는 거니까 서로에게 어떻게든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것 같아. 친구들 생각도 그렇지?
앞으로도 라라의 블로그에 자주 놀러와 줘~!^^